상상을 현실로

꼬뮨 현장에서 2006/10/30 22:41
곧 있으면 팽성주민촛불행사가 800일째를 맞이한다.
힘들고 길었던 시간.
이 고통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나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의 일상에서부터 나는 차별을 몰아내고 있는가.
사람들과 평화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가.
자본주의가 선사하는 안락함 속에 얼마나 많은 억압과 착취가 숨어 있는지 나는 꿰뚫어보고 있는가.
그 구조적 폭력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장벽을 넘어선 연대를 하고 있는가.
고요함 속에서 나는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내가 지금 영화를 만든다면?'
 
이란 상상을 해보았었다.
무슨 영화를 만들까.
단편 영화가 될 것 같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촛불행사장에 촛불이 알알이 밝혀지고 모인 사람들의 우렁찬 함성이 귀를 찢을 듯 들려온다.
곧이어 노무현과 부시가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주민 여러분, 그리고 평화를 위해 지금껏 그 오랜 시간 동안 피를 흘리며 고된 일상을 견뎌온 모든 분들께 감히 사죄하고자 합니다.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합니다. 우리는 지금껏 전쟁기지를 짓고, 군사작전을 벌여 많은 무고한 민중들의 목숨을 빼앗아 왔습니다.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지금 즉시 군대를 해체하고, 무기를 폐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조망을 제거하고, 기지의 문을 열어 빼앗긴 사람들에게 땅을 되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전쟁의 포화가 애꿎은 생명을 삼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은 생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주민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드립니다. 가슴 속에 맺힌 노여움을 푸시고, 겹겹이 쌓인 한도 조금씩 녹여내 건강을 되찾기 바랍니다."
 
주민들과 모인 사람들은 그제서야 이들을 용서하고 낮고 긴 박수를 치며 서로를 보듬어 앉는다.
그동안 질기게 잘도 참아냈다고, 역경과 고난의 세월을 견뎌내느라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에 초록빛 새싹이 돋아나라고 촉촉한 눈물을 흘려준다.
그리고 그 위로 내가 만든 음악이 흐르고, 특집으로 마련한 들소리 영상이 흘러간다.
 
상상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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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22:41 2006/10/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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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격자 2006/10/31 12:55 Modify/Delete Reply

    노무현, 부시 섭외해서 만들자!

  2. 2006/10/31 14:47 Modify/Delete Reply

    부시 섭외는 내가 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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