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비통함을 보낸다

꼬뮨 현장에서 2007/04/18 12:15
황새울 지킴이들이 대추리에서 쫓겨나 먼길 청와대까지 한발 한발 걸어오면서 대통령이라는 작자에게 알리고 싶어 했던 것이 있다.
그 마을에 살던 모든 생명들의 고통과 절규였다.
지킴이들은 그 고통과 절규를 봉투에 담아 푸른 기와집에서 군림하고 있는 최고권력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경찰이 막아섰다.
황새울 들녘에 뿌리를 내렸어야 할 씨앗들이 봉투에 들어있으니 안 된다고 했다.
그 아름다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육성이 담겨있으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메마른 종이쪼가리만 받을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마침 지킴이들이 서울에 도착한 4월 14일은 정식근무일이 아닌 토요일이라 항의서한도 받을 수 없다면서 우리의 한(恨)이 담긴 이 봉투를 택배로 부치라고 했다.
우리는 항의했고, 경찰은 우리보다 열 배 많은 병력을 동원해 우리를 에워쌓고는 당장이라도 연행할 듯 즉시 해산하라고 경고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 봉투, 우편으로 580원을 내고 청와대로 어제 부쳤다.
대기업 자본가들을 위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일 그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 봉투 볼 리는 만무하겠지만 그 안에 우리의 분노와 비통함을 차곡차곡 접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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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8 12:15 2007/04/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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