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천막농성장에 가다

꼬뮨 현장에서 2010/06/09 23:29

트위터에서 성미산 소식을 들으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성미산 마을은 망원동 사무실에서 거리로만 보자면 무척 가깝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씩은 들르는 망원우체국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다.

포크레인이 밀고 들어와 공사를 강행하고, 주민들이 성미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자물쇠로 채워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피자매연대 일을 대충 마치고, 성미산으로 향했다.

 

과연 성미산으로 들어가는 등산로 입구에는 펜스가 쳐져 있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자물쇠를 채워둔 곳에 위험! 공사중 출입금지라고 붙여 놓았는데, 산의 생태계와 공동체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홍익재단이 위험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누군가 그 옆에 위와 같이 써놓았다.

홍익재단은 교육을 빙자해 돈놀음을 하면서 모든 이들의 소중한 생태학습장이자 삶의 터전인 성미산을 파괴하고 있다.
직접 가서 보니 포크레인을 동원해 땅을 파헤치고, 나무들을 뿌리채 뽑아 놓았는데, 잘려나간 나무들이며, 보금자리를 잃고 헤매는 생명들을 보니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나무들아, 그리고 땅에서 숲에서 함께 살아가던 수많은 목숨 달린 친구들아,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힘겨웠니.

성미산을 지켜내기 위해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농성 중인 호아저씨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성미산 정상 부근에서 까치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알아 보니, 텃새인 까치는 원래 자신의 영역이 정해져 있어서 서로는 싸우지 않는데, 포크레인이 들어와 숲을 파괴하고 나무를 뽑아내니 원래 그곳에서 살던 까치들이 산 정상 부근으로 옮겨가 새롭게 영역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싸우는 와중에 어미는 자기 새끼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했을 것이다.

강제로 쫓겨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게다가 텃세를 부리는 자들도 있으니 제대로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공사가 시작되고, 나무 위 둥지에서 굶어죽어버린 까치 새끼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았다고, 호아저씨는 말한다.

 

내가 사는 북한산 일대는 산의 흙이 바위가 부서지고 풍화되고 닳아서 만들어진 마사토라서, 토질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런데 성미산은 황토라는 것이다.

황토로 된 산은 서울에는 성미산이 거의 유일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땅심은 또 얼마나 좋을 것이며, 그 안에 사는 지렁이며, 땅강아지며, 미생물들은 지금껏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을까.

그 터전이 이제 마구마구 찢겨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 한 조각이 찢겨 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숲을 밀어내고, 거기에 소수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를 짓겠다는 것이 홍익재단 자본가들의 발상이라고 한다.

저들이 성미산으로 옮겨오려고 하는 홍익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인데, 1년 등록금이 1천2백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즉 등록금으로만 매월 백만원 이상을 낼 수 있는 귀족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것이다.

아침마다 학교앞에 외제차들이 줄줄이 늘어서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귀족 아이들이 그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천문학적인 등록금 책정으로 떼돈을 번 홍익재단에서는 땅값이 싼 성미산 일대로 홍익초,중,고 학교를 옮기고, 지금 자리에는 임대를 해서 또다시 엄청난 금액의 임대료를 받아 챙기려고 하고 있다.

도대체 자본가들은 왜 이렇게도 탐욕적인가?

왜 이 자본주의 체제는 개발과 재개발을 반복하면서 이런 자들로 하여금 끝간데없는 막개발을 통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거액의 부를 쥐어주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폭력을 겪고 목숨을 잃고 있는가?

우리는 왜 이런 체제를 용인하고 있는가?

 

 

땅을 사들인 홍익재단은 마포구청의 허가를 내새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반생태적이며, 동시에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권위적인 작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심지어 학교에서 일을 해야 할 교직원들을 공사현장에 보내 상주시키고 있다.

홍익학원에서는 아마도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일당을 지불해야 하는 용역깡패를 동원하기 보다는 이미 월급을 주고 있는 교직원들을 동원하는 모양이다.

교직원들이라면 학교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어느새 공사현장 용역이 되어버렸다니, 참 한탄스러운 노릇이다.

 

 

요즘 대학은 완전히 자본가들의 놀이터, 노예양성소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많은 대학이 자본가들의 이윤추구 돈놀음에 그대로 휘둘리며 비판을 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기면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홍익재단은 주민들이 성미산에 들어올 수 없도록 산 입구에 펜스를 치고 자물쇠로 잠궈놓았는데, 주민들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성미산에 천막농성장을 만들고 24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오늘은 두리반 사람들도 이에 연대하기 위해 성미산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사회적 약자들에겐 연대만이 힘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힘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온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와도 서로 기대며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그래서 앞으로 더많은 사람들이 성미산 천막농성장을 찾아오고, 이 소중한 숲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홍익재단은 성미산 자연숲 파괴를 당장 중단하라!
건설공사 중단하고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철거와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
제발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지각생에게 배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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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9 23:29 2010/06/0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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