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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 자사고만들면 교육자치제?(시민의 신문 포럼)

영어마을, 자사고 만들면 교육지자체?
[시민포럼] 지역개발논리와 교육자치의 왜곡
2006/4/3
김정명신 기자

영어마을, 교육특구, 공영형 자율학교 등 5월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 관련 공약은 홍수를 이룰 전망이다. 얼마 전 경기도는 두 번째 영어마을을 개장했고 교육부의 자사고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에 자사고 설립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자치단체의 ‘교육개발’은 경기도의 영어마을처럼 제도적으로는 교육에 관해 지자체가 임의로 주도, 통제할 수 있는 행정적 공간이 확대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면서 동시에 자사고 설립과 같이 교육부총리권한사항에 대한 월권행위로서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교육불평등 초래 우려

최근 들어 지자체장들이 이렇게 교육공약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주관적으로는 교육부문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고서는 지자체장 선거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현실 여건을 고려한 결과이고, 객관적으로는 교육부문에 대한 예산 증액과 지원 정책(공약)을 제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장치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27일 개관한 강북부 수유동 영어체험마을의 조감도
서울시
서울시가 지난 3월 27일 개관한 강북부 수유동 영어체험마을의 조감도

문제는 교육에 관한 지자체의 새로운 권한이 개발논리와 맞물리면서 교육 자치의 수준을 정치적으로 퇴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지방자치의 수준과 행태를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교육자치 문제 해결도 어렵고 지방기득권의 일방적 요구에 치우쳐 교육 불평등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정치 경제 등 교육외적 문제로 교육을 재단하는 일은 늘 겪던 일이나 지금은 교육특구, 혁신도시 등 지역의 개발논리와 맞물린 채 ‘교육경쟁력이 지역경쟁력’이라는 구호 아래 왜곡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 GDP 5만불 수준이라는 강남구는 전국에서 교육경비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출해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그 부러움의 주체가 실질적인 지역민 일반인지, 특정 계층과 부류의 지역민인지, 그 지역의 교육관료집단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강남구의 경우, 교육부문에 구세의 3%인 50억을 관내 80개의 학교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강남원격교육원, 인터넷 강남수능방송, 전자도서관건립, 정보화교실지원, 관내초등학교 주차장 건설 등에 100억원 대 이상을 지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무관심속에서 구청의 전시성 행정이 되고 마는 측면도 있다.

경기도는 ‘인재육성이 도시경쟁력’이라며 2004년 안산영어마을, 2006년에는 850억을 들여 파주에 경기영어마을을 세우고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방했다. 그런데, 민노당 분석에 따르면 850억원정도 규모이면 ‘서울의 실업계고등학생 7만 명이 1년 동안 무상교육이 가능한 금액’이라고 하니 그와 같은 시책의 효용이 공공성과 얼마나 결합해있는지, 누가 누구를 위한 교육 정책을 시행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지자체들이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 제한된 용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때, 그 용도와 목적에 대한 민주적이고, 공평한 합의 과정이 존재했는지, 그 결과는 민주성과 공공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영어마을, 자사고, 또는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수업준비물 등 중에서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엄격하고 충분한 결정 과정이 있었는가.

공교육 재정 부담 인색

또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지자체로서 당연히 부담해야할 공교육재정에는 인색하다는 점이다. 한편 얼마 전 전교조 경기지부는 ‘손학규 지사는 학교용지 매입비 1조638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4항은 ‘학교용지를 확보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시도의 일반회계와 교육비특별회계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경기도가 법적으로 당연히 지급해야 할 법정 전입금인 학교 용지 매입비 1조 638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영어마을 등에는 2003년부터 내년까지 2500억의 예산을 사용 혹은 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교조 서울 지부는 이명박 시장에게 작년에 서울시교육청에 지급하지 않았던 학교용지 매입비 800억원, 올해 지급해야하는 900억원 학교용지 매입비 1700억원을 즉각 지급하라고 하면서 예산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 해 5~10여개의 일반 학교를 지을 수 있는 예산배정에는 인색하면서 영어마을이나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보통학생들의 교육에는 무관심하면서 교육에 관심있는 지자체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교육재정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도 장치 마련 시급

한편 최근 참여정부가 내세운 공영형 혁신학교 제도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일차적으로는 교육재정의 책임을 일부는 지자체로 넘겼다는 점,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운영주체를 민영화한다는 점에서 교육주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자율권은 모든 학교가 누려야할 권한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국가가 부담해야할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하나둘씩 지자체에 떠넘길 경우 지자체마다 다른 재정상황 때문에 공교육재정은 상당히 불안정해지고,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이 방기될 우려가 크며 지역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교육자치의 근본이 되는 학교자치법제화 논의가 생략된 채 지역자치의 민주적 맥락을 살리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유지 강화하는 기술적 장치는 없다. 새롭게 열리는 지자체의 교육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기득권의 이해와 개발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역주민의 인식전환과 법적 제도적 장치도입이 시급한 때이다.

김정명신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2006년 4월 3일 오후 15시 1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43호 5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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