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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이 오던 밤

오늘 새벽 눈내리는 골목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아련하게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다.

 

고3 수능이 끝나고 난 아빠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저녁시간부터 가게가 끝날때까지 카운터를 보는 일이었다.

가게에서 일하는 다른  언니, 오빠들과 마감을 끝내고

지하 가게문을 닫고 올라왔는데, 그때까지 까맣게 모르던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가로등불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뽀송뽀송한 눈 속으로

강아지처럼 들떠서 뛰어다니던.....

세상은 고요하고 푸르스름했지만 우리의 웃음소리는 맑게 울렸었지.

 

눈송이를 맞으며 난 무슨생각을 했을까.

그때 같이 눈뭉치를 날리던 언니들은 또 어디서 피곤한 눈두덩이를 쓸어내리고 있을까.

수능 시험은 끝났지만 고상하고 재미있을것 같던 시간들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던 그 시절

그래도 그땐 내리는 눈송이을 보면서 즐거울 수 있었다.

반쯤 정신나간 아이처럼 뛰고 뒹굴수 있었다.

 

 

그때의 언니 오빠들을 생각한다. 26, 27, 30 의 나이를 짊어졌던......

가난한 동네 지하상가에서 지끈거리는 두통, 손님들의 냉대,

내아버지의 명령속에서 언제나 마네킹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일하던 그들.....

반나절만 일해도 까맣게 손톱때가 오르지만

그녀들은 꿋꿋히 매니큐어를 바르고 지우기를 반복했지.

그이들은 좀더 편한 일을 하고 싶다고 떠나갔다.

 

모두가 망해 쓰러지던 그 전쟁같던 시절,

어두운 얼굴의 부모님이 , 돈돈돈.....모든게 돈문제로 끝나는 구질구질한 대화들이

얼마나 싫었던지.....

한번 눈이 내려 얼음이 생기면,

겨우내 녹아내리지도 않던, 그 차갑고 어두운 동네.

 

그래도 그 눈오는 날에는 어두운 골목도 하얗게 눈으로 빛나고

언니들의 어두운 얼굴에도 장난기 어린 소녀가 돌아와 꺄르르 웃을 수 있었다.

  

오늘 새벽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그 언니오빠들은 이 시간

아무 기억없이 따뜻한 단잠을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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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


소박한 이야기이다. 인생을 되짚어볼 기회를 얻은 우연에 대한 이야기.

라디오스타, 젊은날에 대한 쓸쓸한 반추이자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깊은 연민.


쌍팔년대 가수 왕 최곤은 지금은 한물간 스타로 미사리에서 기타줄을 튕기고 있지만 자존심 하나만은 지키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자기를 비웃는 사람들 앞에서 냉정하지 못하고 주먹이 앞서는 그, 뒤치다꺼리에 뼛골빠지는 건 매니져 민수형이다. 합이금 때문에 폐국직전인 영월 방송국 DJ로 가게된 곤이와 민수. 민수의 한번보고 두 번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곤이, 담배 한개피 피우는데도 민수가 필요한 곤이, 그 둘은 세월이 만들어낸 우정으로 그렇게 함께 영월을 향한다.


라디오스타의 주연 안성기와 박중훈은 완벽히 곤이와 민수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뒤로한 그 둘은 영화속 주인공과 완벽히 일치된 연기를 보여준다. 고집불통에 투정쟁이 곤이, 그러나 그도 자신이 사람들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지만 화가난다. 그럼 내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나는 무엇으로 자존심을 지킬 건가에 대해....화가난다. 민수는 가족보다, 내 몸보다 곤이를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우린 잘 나갔다. 그때의 명성을 곤이에게 되찾아주고 싶다. 그렇다. 이 영화는 오래된 사랑에 대한 영화다.


대중을 위한 연기, 연출, 스토리, 모든 것이 너무나 똑똑하게 잘 짜 맞춰진 군더더기 없는 영화이다. 하지만 그래서 독특함은 떨어지는 영화이다. 이준익 감독도 말했듯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스토리이다. 그래도 이만큼 애틋하게 그려낸 그의 능력은 역시 대단하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최곤에게 호락호락해보이지 않았던 영월방송국 피디가 방송이 잘 되자 모든 권한을 최곤에게 넘기는 근무태만 적 모습은 상당히 의아하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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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지


 

이제 여름도 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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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호호...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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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리 나비

* 애교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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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림, 림 면접을 가다

어제 면접이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학원선생님에게 들었는데,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화요일이 면접이라 했다.

그래서....갔다.

 

간곳은 인터넷 신문사.

회사가 있는 곳은 낯선 역삼동

가을인데도 더운 날씨에 땀을 흘려가며 역에서 약간 떨어진 그곳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사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았을 때는 면접을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분명 바른 언론을 추구하는 중도보수 언론지라고 자기들을 소개할 것 같았다. 많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보자 했던 건.

혹시 편견이 아닐까 했기 때문.....

그래도 사람들은 괜찮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런데 그냥 내 바람일 뿐이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작은 언론사 지원을 좀 해보았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보수적이고, 답답하고, 권위적이다.

그사람들한테는 회사 규모가 작다는게 무기였다.

여긴 작아서 그런거 다 봐주지 못해. 그럼 다 망해..... 여긴 학교가 아냐........

뭐 그런 이상한 논리

 

난 그들한테 묻고 싶다...

왜 언론사를 하나? 여러소리 듣기 싫고 내고집만 내세울 수 있는 신문이 있었으면 해서?

 

난 아주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래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최소한 존중이라는게 뭔지를 아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면

 

글쎄 앞으로 내가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

나 혼자만 들고 있던 타협의 손이 민망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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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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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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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버, 그리고 오다기리 죠^^

 


 

 

 

 

 

 

빅 리버(08.28)

 

오다기리조가 주연한 최근작 중에 유레루가 아닌 빅리버를 보기로 결심한 것은 ‘커피와 담배’란 영화를 보러갔다가 앞서 나온 이 영화의 예고편에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황량한 사막, 지루한 지평선, 황혼 속에 붉게 물든 땅....이런 배경과 오다기리조, 너무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첫 눈에 일본인임을 알 수 있는 일본식 펑크의상, 닭 벼슬머리에 가죽무릎보호대, 통굽 키높이 구두까지!! 팃페이(오다기리조)의 껄렁한 옷차림은 미국 서부 사막과 묘하게 어울렸다. 배낭여행을 하던 팃페이는 사막 한가운데서 파키스탄 인 알리를 만난다. 차가 고장 난 알리는 지나가던 팃페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의 동행이 시작된다. 팃페이는 알리가 자신을 티피라고 부르는 것만 빼면 이 동행이 껄끄럽지 않다. 하지만 차를 고쳐준 이유로 동행에 점심 값까지 지불하고 있는 알리는 좀 불편하고 불안해 보인다. 팃페이가 고쳐준 알리의 렌트카는 다시 고장이 나고, 알리와 팃페이는 사막에서 만나게 된 사라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사라 역시 그들의 여행에 동참한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방인이라는 점이 닮았다. 알리는 파키스탄 인이라는 이유로 동네 아저씨들에게 재떨이를 빼앗기는 유치한 보복을 당하거나, 테러방지법의 명목으로 어딜 가든 발목 잡히기 일쑤다. 사라는 폐인이나 다름없는 할아버지와 빈민촌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우울한 청춘이며 그녀에게는 여행을 꿈꾸는 것만이 허락되었을 뿐이다. 팃페이 역시 이방인 이지만 주인공 중 유일하게 자유롭게 여행하며 인생을 즐긴다. 그에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사라와 알리를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모르는 사이 그 역시 위로 받고 있었다.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 혹은 자기 자신을 치유해가는 과정, 영화는 쓸쓸하지만 따뜻하게 흘러간다. 


알리의 사랑, 팃페이의 사랑, 사라의 사랑...주인공들의 사랑은 모두 결핍이 존재하는 사랑이다. 떠나간 부인을 그리워하는 알리, 사랑 앞에서 고독한 자신을 버리기 망설이는 팃페이, 그런 팃페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라.... 서로 어긋나지만 어긋남을 인정하고 자신과 맞대면 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그들의 동행. 어쩌면 인생은 텅 빈 사막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마주보아야 하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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