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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_sex trade work 관련

 

 대충 적어놓지 않으면 완전 잊어버릴 것 같아 우선 그냥...

 사실 이 주제는 열심히 생각한다고 더 알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생각하기가 영 쉽게 되지 않는다.

 

 (나누리 활동 제안서 영어로 만들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딴짓이다. ㅠㅠ)

 

1. 성노동자!

 

 예전에 내가 무지 좋아하라는 금자씨와 세미나 할때, 내가 생각한 가장 확실한 근거는 "자기 스스로 노동자라고 말하는데 너는 노동자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다는게냐"라는 점이었다. 이른바 노동자를 규정하는 여타 이론들이 있고 노동자성을 규정한 여러 조건들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쨌든 자기가 일해서 먹고 살고, 그래서 노동자라고 자기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아니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론이나 전제 조건 등은 없다고 생각한다. 톰슨이 보여준 게, 그거 아닌가, 노동자 혹은 집단으로서 노동계급이 말 그대로 '형성'되어왔다는 점 말이다.  

 금자씨는 여튼 다 제쳐두고 그래도 세상에 팔지 않으면 좋은거, 팔지 않아도 되는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에 정말 공감했다. 무조건 다 자유롭게 판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거 요새 참으로 실감하는 때인데, 내 몸, 내 피, 내 난자, 내 눈알, 내 신장 같은 거는 좀 안팔아도 되게, 팔지 못하게 해야 하는게 "옳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저번에 팟퐁에 갔을 때, 캐나다 활동가인 에린은 장기를 파는 것과 성을 파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 즉 판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 이야기도 맞다.  아, 그렇구나.

 팟퐁에서 이른바 라이브 쇼를 본 후 내가 느낀 것 역시 이건 정말 노동이라는 거다. 자기 능력 혹은 자기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 이건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논리적 연관 관계를 아직 잘 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이전에 태국에서 공부하는 선배에게 '창녀'라는 말을 막 쓰는 건 너무 한게 아니냐며 눈을 흡뜨고 덤벼서, 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하트에 완전 스크래치를 낸 적이 있는데, (나중에는 참으로 미안했다.) 그 때 이 아저씨가 한 이야기가 만약에 저 길거리에서 무서운 조직 폭력배 아저씨들이 '창녀'어쩌고 하는 말을 할 때도 그렇게 덤벼들 수 있겠냐는 거였다. 아이쿠. 그렇구나. 이말도 완전 맞다. 권력 관계라는 게 말 그대로 상황이라는 게 확 느껴지면서 나도 머리통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 같았다.

 

 이때 생각이 든 것은 성 노동자 혹은 성 판매 여성이라는 '중립적' - 누군가에게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용어가 실제 상황들이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오히려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편으로 느낀 건, 여러 불편한 용어들이 비록 성 차별적이거나 모멸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어떤 때는 날 것 그대로의 현상, 실제로 처하게 되는 억압적 힘들의 면모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A라고 불리는 걸 B라고 부르기 시작하는게, A의 존재에 변화를 주는 건 확실하지만 그러렇다고 A라고 불리는 상황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다. B라고만 부르다 보면 여전히 A라고 불리는 상황의 구체성을 자꾸 잊어먹는 것 같다.) 

 

3. 성매매 영역에서의 에이즈 강제검진

 

 에린과 나는 콘돔 사용의 여파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에린이 이게 이른바 협상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큰 힘, 능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즈 예방 교육이 이들에게 자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콘돔 사용하게 요구할 수 있는 힘은 여타 다른 힘들 (하기 싫은 다른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노동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게 하거나, 해고 등에 항의할 수 없고, 안정적인 고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그런 것들에 비하면 너무 쬐그만 능력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협상력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이게 엄청 크고 중요한 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게 진짜 힘으로 작동하려면 다른 힘들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이즈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전반적인 노동 과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 사이의 관계가 정말 존재한다면, 영향을 끼친다면 이건 정말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에이즈에 걸리면 직장에서 쫓겨나니까 정도의 연결 말고 더 구체적인 것 말이다.  

 

 성 노동자들이 에이즈 강제 검진을 받지 않게 된다면 어떤 힘을,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 검진이 유지될 때 부여되는 힘, 능력, 자격과 강제 검진이 없어질때 생겨되는 힘, 능력, 자격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면 무언가 더 이야기할 꺼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강제 검진을 철폐하면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완화된다 뭐 그런 좀 덜 직접적인 변화말고 , 실제 검사를 받는 이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힘의 변화가 과연 생겨날 수 있을까?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면 과연 신체의 자기 결정권에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흐음... 더 고민할 수 있을 시간이, 더 공들여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거만, 더워서 더 게을러지고 있다.

 

 

더 관계없는 얘기>

 

 쏭끌란 휴가 동안 버닝한 L-word에서 정말 인상적인 장면은 백만 장자에서 하룻밤에 백조가 된 헬레나가 도박빚 때문에 이른바 한번 자주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친구들의 반응이다.

 

 헬레나 "나는 이제 매춘부whore이 되는 거야"

 쉐인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누구나 한번쯤은 다 하는 일이야. 그 한번이 니가 누구인지를 결정하지는 않아"

 제니 "맞아, 누구나 한번쯤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니까"

 킷 "그래, 나는 코카인 한 줄 얻으려고 호른 주자에게 블로우 잡도 해주었는 걸"

 누군가 "그래서?"

 킷 "기분 좋았지 (?)"

 쉐인 "나도 돈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이 내가 팬티만 입은 모습을 보게 했는 걸. 이것도 별 다를 바 없어"

 

 이 친구들의 쿨한 반응은 나에게 김기덕 아저씨를 강력하게 떠오르게 했다. 누구나 한번쯤 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모든 여자는 혹은 너는 본질적으로 "창녀"다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의 엄청난 차이 말이다.  납치 후 성매매 여성이 되서 환상이고 현실에서고 끝도 없이 그것만 한다는 그 폭력적 순환론과 이 언니들의 수다는 아유,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누군가 자기의 성적 능력이나 성적 서비스를 화폐로 전환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누군가의 모든 것을 도대체 결정할 수가 없다. 즉, 이러한 trad가 한 존재의 전인격적 그 무언가를 규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것말고도 여타 많은 상황이 구구절절이 잔뜩이고 남아 있다는 것이다. (sex slave와 sex trade worker는 엄연히 다르다는 거 말이다.)

 성적 서비스의 교역을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한 것, 나쁜 것, 절망적인 것, 폭력적인 것, 비도덕적인,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모략들이 이 행위보다 더 음흉하다.  인터넷에서 가슴 보여주는 학생이 착취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 안 보여주는 학생과 무언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야기의 판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게 과연 도움이 되는 관점일까? 

 

(헉, 뭔 소리냐? 뭘 이야기할려는 게냐? --+)

 

 

- 도대체 정리가 안되는 걸 과연 포스팅 할지 고민이 막 드나,

 "이 글은 나만 볼래요."라는 멘트가 넘 쑥쓰러 그냥 올려야겠다. ㅠㅠ

 

아, 강제 검진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건데, 그건 다음 번에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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