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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멈추건 말건

"가다가 멈추면 간 만큼은 이득이다"

 

좀 깨작거려보겠다고 만들어놓은 블로그에 친구가 와서 슬쩍 남긴 일갈이다.

처음 들었을 때, 고요한 어린 마음으로서는 어마무시한 임팩트였다고 그는 술회했다.

 

걸음과 관련한 지배적인 경구라면 "가다가 멈추면 아니감만 못하다"일라나.

지금도 깜냥의 강렬한 영향을 행사하는 경구님이시다.

이 참으로 살벌한 '모 아니면 도' 의 정신에 눌린 사람들의 증세는,

시도 자체를 포기해버린다는 것. 자고로 본전에 대한 집착은 강하다.

 

그런 면에서 친구가 슬쩍 남기고 간 말은 모도온리원보다 좀 낫다.

하나하나 발걸음의 가치를, 단지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좀 낫다. 조금 나을 뿐이다. 거기까지.

더 가면 갈수록 좋다고 간주하니까. 그래서 갔다가 돌아온 사람은 원점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여겨지니까.

(친구님아, 내가 말 좀 만들어볼라고 그대가 해준 말 안 착하게 써먹는 것을 이해하삼-_-)

 

천상 과정지향(=결과무시형-_-) 인간인 나로서는, 

목표를 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갈지자행보, 투스텝, 문워크건 뭐건 간에 걷는 모습이 좋고 재밌으면 오케이.

(그러니까 힘들면 멈춰서 쉬어도 되는겨)

 

도덕책 말마따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착해야 참말로 선, 따위 이분법 필요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결과 같은 건 필요 없다. 과정만 있으면 된다.

길이 있으니 걷는 것, 없어도 그렇게 그냥 걷는 것. 그걸로 충분. 대강 이런 사상으로 살아온 한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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