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여름이 아주 늦게 가고 있다.

내가 살아오며 지켜온 "반팔은 6~8월에만 입는다"는 허접스러운 원칙조차

지구가 온난화로 신음하는 2천년대 말에 깨지고 말았다.

 

2008년 여름도 가고,

내 인생의 여름도 가는구나...

예전엔 사계절이 뚜렷했는지 몰라도,

여름과 겨울 사이가 아주 짧아진 지는 오래된 일이다.

올 가을도, 내 인생의 가을도 아주! 아주 짧을 것 같다...

곧 겨울이 오겠지...

 

살아온 날이 많아질수록 기억할 것도 많아지고 망각하게 되는 것도 많아질테고

그저 얼마 남지 않은 기억 몇 조각 움켜쥐고 살게 되겠지...

저 아득한 구름 또는 안개 속을 더듬듯...

 

산행도 끝났다. 4천고지가 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언제 갔었나싶게,

페디란 마을로 내려오니 다시 땅이다.

 

 

 

 

 

네팔 전통주인 락시는 트레킹하는 내내 많이도 마셨었다.

정종이나 약주같은, 일본 사께와 비슷한 맛인데 물을 타서 파는 것인지라 순한 편이었다.

마을을 지나다 락시를 직접 만드는 집을 만났다.

락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뭐라고 해야 하나... 기계?

 

부엌은 역시, 들여다본 뒤에는 음식맛이 안날 지경이다.

 

그래도 나름 옛날 할머니집 정개(전라도에선 부엌을 정개라고 한다)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락시를 만들고 있던 할아버지.

맘씨좋게 락시 원액을 우리에게 권했다. 원액은 꽤 독했다.

탁자 위에 놓인 라디오가 옛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페디에 거의 내려왔을 때, 아저씨들은 뭔가를 잡고 있었다. 버펄로라고 했던 것 같다.

구경하는 나에게 생고기를 내밀며 먹어보라는데, 허걱! 웃으며 사양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룽다가 나부끼고, 그 너머로 보이는 비탈논과 산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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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18:55 2008/10/09 18:55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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