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과 아르헨티나의 "5월광장 어머니회"의 공통점은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살해되거나 투옥 등 탄압을 받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자식이 군부독재에 항거하다 감옥에 가면 자식들 대신 민주화운동을 했다. 물론 자식이 단지 감옥에 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수십년의 삶이 부여해온 자신의 신념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민가협 소속 부모님들을 보면 현실의 삶이 우리에게 가하는 충격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각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위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5월광장 어머니회"는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일명 "추악한 전쟁" 기간) 중 실종된 이들의 어머니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1977년 실종자의 어머니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위치한 5월 광장에 모여 자신의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던 데서 시작하여,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투쟁해오고 있다"고 한다.(계속 읽기)

우리에게 현실의 고통이 위대한 순간으로 각인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단순하지 않은 현실을 언제나 끝까지 마주하면서 망각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조선일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중요한 기사라 여기에 기록해 둔다.


엄마·아빠를 죽인 사람을 30년간… 충격과 경악
反체제 인사 희생자 3만명 자녀, 軍가정에 강제 입양
유아 500명, 부모와 이별… 현재 106명이 친부모 확인
어머니회, 지속적 처벌 요구… 주범 비델라 前대통령 사면·실형 반복하다가 최근 징역 50년 중형선고
조선일보 | 이한수 기자 | 입력 2012.07.14 03:31 | 수정 2012.07.14 07:38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는 빅토리아 몬테네그로(35)는 어린 시절 저녁식사 때 신념에 찬 군인인 아버지 에르난 테츨라프 중령이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들여 죽이고 고문한 이야기를 들었다. 빅토리아는 "(고문당하고 죽은) 이들이 아르헨티나에 해를 끼치는 분자들"이라는 부친의 말을, "아르헨티나 군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주변의 말을 믿었다. 2000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빅토리아는 1997년 '테츨라프 중령이 친아버지가 아닐 수 있으니 친자 확인 검사를 받으라'는 법원의 통보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1976~1983년 군부독재 집권 시절 '아기 납치' 혐의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빅토리아는 망설임 끝에 유전자 검사에 응했고 자신의 친부모가 군부 독재에 저항 운동을 벌이다 죽임을 당한 사실을 2000년 알게 됐다. 더 놀라운 것은 테츨라프 중령이 자신의 친부모 납치·살해 작전에 가담해 생후 13일 만에 납치된 자신을 입양했다고 고백한 사실이었다. 빅토리아는 올해 봄 친부모의 성 '몬테네그로'로 개명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정권에 반대하는 지식인과 예술가 등 반체제 인사들을 무차별 구금·살해하고 그들의 아이를 빼앗아 군인 가정 등에 강제로 입양시켰다. 전 세계는 이 반인륜 만행을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라고 불렀다. 더러운 전쟁 기간 동안 3만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으며 강제 입양된 아이들은 500여명에 이른다. 빅토리아처럼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은 사람은 이제껏 106명이 됐다.

군사정권이 아이를 빼앗은 과정은 인륜 파괴의 극한을 보여준다. 비밀수용소 수감자 중 임신한 여성들은 수갑과 족쇄를 찬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산모는 산 채로 바다에 던져지는 등 무참히 살해됐다. 갓난아이들은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군인·경찰 등 친정권 인사 집안에 보내졌다.

왜 독재정권은 '반역자'의 아이들을 군인·경찰 등 체제의 수호자들이 입양하도록 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스페인 정신과 의사 안토니오 발레요 나제라가 정당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코 정권(1939~1975)을 위해 일한 나제라는 반정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공산주의 등의 이념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며 이들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해 스페인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이론을 설파했다. 프랑코 정권도 집권 기간 반체제 인사의 아이 3만명을 납치해 친정부 인사 가정 등에 입양했다.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은 1970~80년대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볼리비아·파라과이·우루과이 등 6개국 군사정권이 좌파 척결을 공동 목표로 벌인 '콘도르(남미에 사는 큰 독수리를 뜻함) 작전'의 일환이었다. 칠레 피노체트 정권(1973~1990년)이 3000여명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남미 각국에서 최악의 인권 탄압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의 반인륜적인 '유아 납치'는 1977년 실종 자녀를 찾아 달라며 시위를 시작한 어머니·할머니 등 14명이 '5월 어머니회'라는 단체를 조직하면서 알려졌다. 1983년 군부독재를 끝낸 라울 알폰신 정부는 호르헤 비델라 전 대통령 등 군사정권 인사 370여명에게 반인륜 범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1990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내세워 이들을 전격 사면했다. 이후 2003년 좌파 지도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사면법을 폐기하고 이들을 다시 법정에 세웠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들어선 2011년 2월부터 재판이 빠르게 진행됐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 5일 이들 군사정권 책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1976년 쿠데타를 일으켜 1981년까지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86)가 징역 50년,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레이날도 비뇨네(84)가 15년형을 받았다. 당시 '유아 납치'에 관여했던 수용소 책임자와 의사 등에게는 징역 15~4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1일 아르헨티나가 더러운 전쟁 책임자들이 죽기 전에 이들을 정의의 법정에 세우는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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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4 16:23 2012/07/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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