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보리암. 보리암은 사람들이 기도를 많이 드리는 곳으로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이 비가 오기도 했지만 뙤약볕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정상 가까이에 있는 정류소에 내려 15분 가량을 걸었다. 짙은 운무로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바람에 나무가지에서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굴이며 팔뚝을 쳤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계단을 내려가 절이 보이자 나는 세 번 절을 했다.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절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주 가는 절에서 49재를 지내면서 어머니 말씀대로 들어갈 때 세 번, 부처님 앞에서 세 번, 나올 때 세 번 절을 하기로 했다. 그게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하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절을 하면서 나는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평온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나는 한 번도 종교적인 신념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아마 종교적 세례를 받기에 내가 살아온 환경이 척박하고 나의 마음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경외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종교적 대상에 대해 경외감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절을 하면서 나는 절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고 절을 했다.
아버지 부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세요, 라고 소원을 빌었다.
나는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막연하게 인간은 윤회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을 어리석다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가끔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저 깊고 높은 산에 소나무 한 그루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짙은 운무로 절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불교랑 상관 없지만.. 어쨌든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미소, 그 라인(?)은 참 좋아해요. 동상 나름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