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제

  • 등록일
    2006/10/31 12:37
  • 수정일
    2006/10/31 12:37
*
학습을 시작하기 전엔 꼭 생활보고란 것을 한다. 생활보고를 통해 나는 공장 밖의 일들을 전달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작업을 한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의 상황을 알게되고,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상황을 알게 된다. 드넓은 공장 안에서 자기가 일하는 부서 혹은 공정 바깥을 의식적으로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공장 전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해설해 주는 동지는 따로 있다.

물론 생활보고는 정세에 대한 얘기만을 나누지는 않는다. 어떤 일들을 했는지 얘기하는 시간이다. 한 동지는 공장 동료들과 함께하는 인터넷까페모임에서 수련회를 다녀오기도 했고, 한 동지는 학습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얘기하기도 한다. 알고 보니 한 동지는 읽어야 할 분량만큼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시간을 내 책을 끝까지 통독했고, 처음엔 너무 어렵다며 책을 바꿨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내던 동지가 이제는 좀 쉬워지고 이해도 되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생소한 개념과 표현, 그리고 수학기호!(이를테면 잉여가치를 뜻하는 '델타G'는 이 동지들에게 '삼각형달린 G'다)가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에 다들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시간 반 동안의 학습은 무사히 끝났다. 중간에 급조한 예를 만들어서 설명하다가 꼬인 것 하나만 빼면 말이다. 오늘의 핵심문제. 자본가들이 돈을 버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답글들 달아보시라-)


*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뭔지 잘 모른다. 니체나 들뢰즈나 이런 건 읽어보지도 않았다. 아, 얼마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철학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철학이란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은 딱 한가지 뿐이예요."
"지금까지 철학자들을 세계를 해석해 왔을 뿐이죠.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바꿀것인가 하는 것 아니겠어요?"
한  4년 전쯤 나는 포스트모던에 흠뻑 빠져있는 후배 녀석을 운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적이 있어서 그놈의 포스트모던 혹은 해체 이런 얘길 들으면 짜증이 난다. 앞서 쓴 대로 난 이론은 암 것도 모르지만, 그녀석의 하던 꼬라지를 생각해 보면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비실천적이며,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제 잠깐 얘기하는 자리에서 지금 나의 화법은 '포스트모더니즘적 말하기' 혹은 '해체적 말하기'라 명명했다. 서점에 가끔 가보니 어디서 '해체적 글쓰기' 이런 걸 본 것 같은데 폼 나나? (그러고 보니 문득 작년 이맘때쯤 한 동지가 써온 평가서를 보고 '이거 완전 의식의 흐름기법이군...'이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오늘 딱 적당한 단어가 생각났는데 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명사]조리가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

12:36
10/31 TUE 24.0도

10월 1일에 "잘살아보세"라는 글을 썼었다.
30일이 지났다. 일단, 잘 산 것 같다. 어느 분야에서는. 하지만 또다른 분야에서는 영 아닌듯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