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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시4 -혁명의 길 (김남주)

혁명의 길  

김남주

 

시대의 절정에서

대지의 사상에 뿌리를 내리고

새벽을 여는 사람이 있다 어둠의 벽을 밀어

혁명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굶주람이 낯익은 그의 형제이고

몸에 밴 북풍한설이 그의 이불이다

그리고 얼굴 없는 그림자가 그의 길동무고

 

혁명의 길은

다정히 둘이 손잡고 걷는 길이 아니다

박수갈채로 요란한 도시의 잡담도 아니다

가시로 사납고 바위로 험한 벼랑의 길이 그 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피와 투옥의 길이고

죽음으로써만이 끝장이 나는 긴긴 싸움이 혁명의 길이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그것은 한번쯤 가볼 만한 길이다

전답이며 가솔이며 애인이며 자질구레한 가재도구며...

거추장스러운 것 가볍게 털어버리고

한번쯤 꼭 가야할 길이다

과연 그가 그냥 사내라면

하늘의 태양 아래서

이름 빛내며 살기란 쉬운 일이다.

어려운 것은

지하로 흐르는 물이 되는 것이다 소리도 없이

밤으로 떠도는 별이 되는 것이다 이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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