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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지엠이 한국에 던지는 마지막 추파

먹튀 지엠이 한국에 던지는 마지막 추파

[기고] 지엠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바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지원(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준))  / 2009년06월08일 11시16분

지엠대우는 뉴 지엠에 편입?

 

6월 1일 지엠이 파산한 이후 지엠대우의 그리말디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엠대우가 뉴 지엠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지엠대우는 아무 문제 없이 정상 영업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는 이어서 정리해고 역시 없을 것이며,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자동차 업종의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01년 해외매각과 정리해고의 큰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지엠대우의 노동자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일일 것이다.

 

지엠의 구조조정 계획은 “손실의 세계화”

 

먼저 지엠 본사가 구상하고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보자. 지엠이 파산보호신청 전후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의 핵심 계획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약 544억 달러(한화 70조)에 달하는 부채를 처리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비용 절감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부채 처리의 경우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지원한 170억 달라 및 앞으로 지원할 약 200억 달라를 72.5%의 주식으로, 전미자동차노조가 2007년 회사로 부터 약속받은 200억 달라 규모의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 출연금을 17.5%의 주식으로, 그리고 약 270억 달라 규모의 일반 채권자들의 무담보 채권을 10%의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용절감 계획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 중인데, 첫 번째는 미국 내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를 통한 비용절감, 두 번째는 수익성 없는 사업 부분의 매각이다. 미국 내 비용 절감 계획은 미국 내 47개 공장 중 16개를 폐쇄하고, 직고용 인원 9만 7천명의 30% 수준인 3만 명을 해고하며, 6,246 곳에 달하는 영업망을 3,600여 곳으로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각 계획은 현재 지엠이 판매하는 12개 브랜드 중 시보레, 캐딜락 등 4개 브랜드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매각 혹은 청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지엠 유럽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오펠(Opel)은 캐나다 회사인 매그나와 러시아 국유은행의 컨소시엄에 매각되었고, 대형 픽업 트럭의 대명사인 험머(Hummer)는 중국 자동차 회사에 매각되었다.

 

그런데 지엠의 구조조정 안 중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해외 계열사들에 대한 처리 방향이다. 지엠은 지금까지 34개국에 있는 해외 생산 공장들에 대해 처리방향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지엠이 밝힌 것은 지엠의 파산보호신청은 오직 미국 지엠에만 해당하며, 해외 계열사들은 현재 파산보호신청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칙뿐이다. 지엠의 해외 공장 중 폐쇄 조치가 나온 곳은 영국과 벨기에 공장인데, 이 또한 지엠이 밝힌 것이 아니라 오펠이 매그나에 매각되면서 오펠과 매그나가 밝힌 것이다(영국과 벨기에에서는 약 11,000 명의 노동자가 오펠 또는 복스홀(Vauxhall) 브랜드로 생산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초국적 기업 중 하나인 지엠은 해외 법인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 방향은 간단하다. 해당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해당 국가의 지원이 없어서 부도가 나도 본사에서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엠의 브랜드 중 하나인 오펠의 경우 독일에서 21억 달라를 긴급 지원하며 매그나에 매각되었고, 스웨덴 사브의 경우 지엠이 요청한 지원을 스웨덴 정부가 거부하자 부도처리되어 현재 스웨덴 정부에 의해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 정부는 이미 지엠 캐나다에 여러 명목으로 100억 달라 이상을 지원하여 공장을 유지하고 있으고, 인도 정부는 지엠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여 현재 지엠 공장 증설 계획이 모두 취소되고 현 공장 역시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요컨데 지엠이 해외 공장들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바로 지엠의 손실을 ‘고용 유지’를 무기로 각국 정부가 책임지라는 말에 다름아닌 것이다. 20세기의 대표 초국적 기업은 이렇게 자신의 손실 역시 ‘초국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다.

 

지엠 먹튀의 향연 “정부에게 삥 뜯기”

 

그렇다면 지엠대우는 어떨까? 뉴지엠에 편입되었으니 앞으로 생산과 판매가 정상화되고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누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안타깝게도 “아니오”이다. 지엠대우가 밝힌 뉴지엠 편입 관련 이야기들은 실상 아무런 내용이 없는 정부에 대한 추파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해외 공장 중 매각된 곳이 아니고서는 그 어느 곳도 뉴 지엠에 편입되지 않은 곳이 없다. 다시 말하면 북미를 제외한 해외 공장에 대해 지엠은 뉴 지엠 편입을 근거로 각국 정부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할 것을 협박 혹은 구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엠대우의 사정을 좀 더 살펴보자. 지엠대우에게 우선 당장 급한 것은 유동성이다. 2008년 12월 31일 현재 지엠대우의 유동성 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는 자그만치 5조 8천억 원이었다. 아마 현재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유동성 부채의 내역도 화려한데, 매입채무(부품 등을 사고 대금을 주지 않은 돈)가 1조 6천억, 산업은행에서 빌린 9천 6백억, 각종 미지급금 1조 9천억, 파생상품부채 1조 8천억 원 등이다. 매입채무 1조 6천억 원은 지엠대우가 계열사에 납품을 하고 받지 못한 돈(매출채권) 2조원과 상쇄한다고 해도, 나머지 4조원 가량의 부채는 해결 방법이 없다.

 

특히 파생상품부채 1조 8천억은 그야말로 먹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부채인데, 지엠대우가 지엠 본사로 자본 유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 파생상품부채는 지엠대우가 환율 변동을 거꾸로 예상하여(즉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 발생한 것인데, 사실 2008년 초까지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이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지엠대우의 경우 다른 수출 기업들과는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하나는 그 규모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고, 환율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도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환율 하락 포지션을 취하며 계속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지엠대우는 파생상품을 이미 처분하여 2008년말에 손해 본 금액이 약 8천억 원이며, 앞으로 손해를 볼 금액(평가손실)이 약 1조 2천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2008년에 파생상품 거래에서 1천억 정도를 손해보았지만, 이후 약 2조원 가까운 이득(평가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1년 동안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온 글로벌 지엠이 현대자동차보다도 환율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지엠은 연초부터 원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 각별히 주의할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파생상품이라는 것은 누군가 잃으면 반대쪽에서는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국내외 은행과 선물환 거래를 하며 지엠대우가 환율 하락에 돈을 걸고, 미국의 지엠이 국내외 은행의 미국 지점에서 환율 상승에 돈을 걸면 지엠대우가 잃은 돈 만큼이 수수료만 떼고 지엠으로 간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엠 본사는 2008년 말 파생상품거래로 약 2조 3천억 원의 이득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산업은행이나 국내 금융 당국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산업은행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 하다. 산업은행이 최근 지엠대우의 지원 요청에 대해 거절하며, 지엠대우의 지분과 각종 지적재산권에 대한 라이센스를 요구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해외투자유치를 노래 부르며, 민영화를 절대선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책 은행이 초국적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요청한 것 자체가 산업은행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즉 반대로 이야기하면 산업은행은 자신이 단순하게 유동성 지원을 할 경우 지엠대우가 이 돈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지엠대우가 요청한 1조원이 또한 의미심장한 액수인데, 지엠대우의 경우 당장 상환해야 할 파생상품부채가 1조원 정도이고, 운영자금이 1조원 이상 필요하며, 산업은행에 10월 이전에 갚아야 할 돈이 8천억 원 정도 있기 때문이다. 지엠대우가 1조원만을 요청한 것의 의미는 지엠대우를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돈이라기보다는 스스로가 필요한 부채 상환에만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에게 지엠대우 청산 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한편, 지엠대우 사측과 일부 전문가들은 지엠대우의 성장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엠대우 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현재 지엠대우가 생산하는 완성차 혹은 반조립품은 33%가 유럽으로, 18%가 북미로, 8%가 남미로, 7%가 중국 및 아시아지역으로, 17.5%가 기타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고, 10%가 내수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북미 지역의 경우 전미자동차노조와 지엠의 협상으로 소형차 생산 대부분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기로 하였다. 지엠대우로부터 많은 기술을 가져간 중국 상하이 자동차 역시 적극적으로 자체 소형차를 생산하기로 하였다. 유럽의 경우 지엠 유럽의 60%를 차지하는 오펠/복스홀이 매각되면서 지엠 유럽의 생존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이 매각에 적극 개입하면 자국내에서의 소형차 생산 등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지엠대우의 기술 여부를 떠나 지엠대우의 현재 매출 중 50-60%가 영구히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엠대우가 밝힌 뉴 지엠 편입 계획에서도 은연 중 나타난다. 지엠대우 판매와 관련하여 사측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인도, 타이, 베네수엘라 등 아시아 국가 일부와 남미 국가들 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지엠대우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엠대우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진영이 지금부터 싸워야 한다

 

이제 진보진영이 선택해야 할 답은 다소 명확해 진다. 지엠이 지엠대우를 살릴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엠의 더 이상의 먹튀 짓을 당장 멈추도록 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추궁을 시작해야 하며,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예도 그러하지만 지엠대우의 경우 역시 초국적기업의 지사에서 노동하는, 초국적 자본에게 하청생산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한국 노동자들의 비애를 보여준다. 1998년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을 먹튀 자본에게 얽어매었다.

 

정부 정책으로 해외매각을 진행하였고, 정부가 이들 자본의 먹튀 짓을 방조한만큼 현 사태의 해결 책임 또한 정부가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정책 금융 기관과 지식경제부 등의 정부 당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의 책임을 숨기고, 이 모든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방책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예처럼 말이다. 지엠대우의 노동자들과 인천 지역의 모든 진보진영이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하여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급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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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10 대우차 경찰 폭력 동영상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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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당히 투쟁하는 KTX 승무원입니다.

우리는 당당히 투쟁하는 KTX 승무원입니다.
이제 긴 호흡과 변함없는 단호함으로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알립니다.

 

‘자회사 취업알선’을 거부한 것은 ‘자존심’을 지키는 결정이며, 이것은 3년의 투쟁에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KTX승무원들은 철탑농성을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철탑높이만큼 높았던 우리의 괴로움도 이제는 과거가 되었지만 철도공사의 최종 제시안을 접하고 느꼈던 절망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KTX승무원들은 지난 12일 철도공사가 제시한 ‘자회사로 적극 알선’을 받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의 과정은 지난 3년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난 3년간의 세월을 얼마나 또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시간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록 철탑투쟁이 패배했지만 굴복하지 않기로 한 이 결정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비정규여성노동자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자, 우리의 투쟁이 아직도 진행형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세상.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 “우리는 정당하니까 반드시 승리할 거라” 믿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모든 것이 서툴고 무엇 하나 두렵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이런 믿음이 우리를 세상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가슴을 짓눌렀던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도 꿋꿋이 견디어 내게 한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것이 1년이 갔고, 1년이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새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예기치 않게 길어진 시간이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지치게 했습니다. 견디지 못해 떠나가는 동료의 숫자가 늘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너무도 명백한 정당함이었고, 그토록 간절히 원한 바람이었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과 철도공사 경영진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거짓말, 터무니없는 궤변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압도적 힘으로 우리를 위협했습니다. 우리가 지쳐 보이거나 여론이 잠잠해져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어느새 그들은 포기를 강요했고 굴종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지난 정부도 현 정부도, 지난 사장도 이번 사장도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도적 차원의 선처”란 결국 지난 3년의 피눈물을 스스로 부정해 버리라는 말

 

“쇠귀에 경 읽기” 같았던 이철 사장이 도망간 후, 새로운 사장이 온다기에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고, 다시 1달, 2달, 3달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도, 응답도 없기에 마지막 용기를 내어 위험천만한 철탑에 올라갔습니다. 이제나저제나 의미 있는 대화가 성사될 것을 믿고 버텼지만 돌아온 건, 우리의 순진함을 냉혹하게 비웃는 것이었습니다. 철도공사는 "KTX승무원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자회사 취업을 알선하겠다."며 기막힌 제안으로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외주위탁 노동자의 설움과 차별을 바꿔보겠다고 지난 3년간 피눈물나는 고생을 감수해 온 우리에게 또 다시 외주위탁 노동자로 취업을 알선하겠다”며 “인도적 처사”임을 들먹이는 철도공사의 후안무치함에 새삼 소름이 돋습니다.

 

3년 간의 비정상적인 농성 생활로 극도로 지쳐버린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거라도 그만 받고 말자!, 투쟁을 이제 그만 끝내!”라고 말했지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서늘한 바람이 버려놓은 우리의 이성은 “죽으면 죽었지 지난 3년의 삶을 모조리 내팽개치라는 합의만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우리를 담금질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끝내 지쳐 쓰러질지라도 독이 든 사과를 먹을 만큼 우리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물리적 투쟁의 중단, 그러나 긴 호흡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투쟁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하였습니다. 집회, 농성, 단식...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우리의 힘으로 당신들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시간 안에 새로운 변화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그러나 “KTX 투쟁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당장은 법적 소송으로, 철도공사의 불법파견 행위를 증명해 낼 것입니다. 그리고 긴 호흡의 새로운 투쟁으로 전환합니다. 설령 우리가 새로운 회사에 개인적으로 재취업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 투쟁을 끝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투쟁하는 KTX승무원입니다. 투쟁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가졌던 유일한 믿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투쟁을 멈추지도 않을 것입니다. 불의와 차별, 억압과 착취에 굽힘없이 저항하는 노동자의 투쟁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KTX승무원으로 다시 모일 것이고, 자랑스런 노동자로서 그 자리에 함께 할 것입니다. 이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역사가 우리의 승리를 확인시켜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KTX승무원 투쟁과 함께 해온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왔습니다. 그 분들의 연대와 도움이 아니었다면 KTX승무원은 이미 오래 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저할 때 용기를 주셨고, 도움이 절실할 때 아낌없는 헌신으로 우리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냉대를 막아주었고,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으로 투쟁의 외로움을 달래고, 우리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앞장서 증명해 주셨습니다.

 

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께도 고마운 인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철저히 외롭고 고독한 싸움, 생계와 생활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는 장기투쟁사업장 중에, KTX승무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만5천 철도조합원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철도노동조합의 일원인 것이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더불어 지난 2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면 투쟁했던 새마을 승무원들도 우리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지난 최종 협상에서 본의 아니게 입장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새마을 승무원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었지만 언제나 든든한 동지로써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제 우리는 “당장 보기엔 우리가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결코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진실에 의해 움직여갑니다.”는 김진숙 언니의 말씀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할 것을 변함없이 믿습니다. 그리고 이제 긴 호흡으로, 하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단단함으로 새로운 투쟁, 역사적 투쟁의 시작을 알립니다.

 


2008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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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소득의 20% 빚 갚는데 쓴다… 저소득층 가계 ‘허덕’

서민들 소득의 20% 빚 갚는데 쓴다… 저소득층 가계 ‘허덕’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5.01 18:17


가계의 부채가 늘고,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상승하는 반면 소득은 제대로 늘지 않으면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들이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소득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욱 높아져 빚에 쪼들리는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SC제일·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들을 대상으로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을 산출한 결과 2005년 말 15.3%에서 지난해 말에는 20.2%로 높아졌다.

원리금상환부담률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가계가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일상적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대출상환을 이행할 수 있는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20.2%라는 것은 연간 가처분소득이 1000만원이라면 202만원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난 가운데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원리금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소득 대비 이자지급액 비율도 2005년 말 10.2%에서 지난해 말 13.2%로 높아졌다. 차입 가계의 소득별로 보면 연소득 2000만~5000만원의 저소득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은 지난해 말 현재 22.3%로 연소득 8000만~1억원의 고소득 가계(15.7%)에 비해 6.6%포인트나 높았다.

한은은 "저소득 가계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되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소득 가계의 대출금리는 연 6.79%로 고소득 가계(연 6.64%)에 비해 0.15%포인트 높았고, 연간소득 대비 차입잔액 배율도 저소득 가계가 2.17배로 고소득 가계(1.52배)보다 높았다.

또 가계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배율은 지난해 말 현재 1.48배로 2006년 말(1.43배)보다 높아졌다. 이 수치는 2000년에는 0.91배에 불과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1.39배) 일본(1.17배, 2006년 말)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지급부담 비율도 지난해 말 9.5%로 2006년 말(9.3%)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금융부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가격이 급락하거나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과다 차입을 한 저소득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은행의 자산건전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한은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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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신분 세탁소'로 전락한 경호경비업체

조폭 '신분 세탁소'로 전락한 경호경비업체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5.01 08:45


[부산CBS 정민기 기자]

경호경비업체가 조직폭력배들의 신분 세탁소가 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이 지난달 30일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수십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한 조직 폭력배들은 경비업체에 취업해 자신들의 신분을 위장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을 동원해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 사업권을 독점해 수십억 원의 공사를 수주한 조직폭력배 이 모 씨 등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아파트를 드나드는 공사차량에 300원짜리 폐기물 봉투를 1만 원에 파는 등으로 수억 원을 챙기고 인테리어 공사도 불법으로 수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당시 모 경비업체 직원 신분이었다. 실상은 조직폭력배였지만 경비업체와 결탁해 위장 취업한 합법을 가장한 경비원이 된 것.

때문에 이들은 남보란 듯이 활개치며 아파트 출입 차량을 통제하고 불법을 저질렀다.
일부 몸싸움이 있더라도 경비업체 직원이라는 신분을 경찰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세탁하고, 경비업체에는 일감을 나누었다.
부산경찰청 이흥우 광역수사대장은 "경비업체는 일감이 들어와서 좋고, 조폭들은 신분을 세탁할 수 있어서 이들이 결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호경비업체 직원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관리대상 조직폭력원은 물론 조그만 전과가 있더라도 취업이 제한된다. 또 경찰은 이들이 현장에 배치 될 경우 배치신고를 받아 적격성을 검증한다.

하지만 경비업체와 결탁한 조폭들은 세탁된 신분으로 경찰에 신고도 않고 경비원 복장으로 아파트 현장을 휘젓고 다녔다. 날마다 현장을 살펴 볼 수 없는 경찰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경찰은 조폭들이 앞으로 경호경비업체에 위장취업 한 뒤 합법적인 폭력을 일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호경비 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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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뛰니 현대차 날고 항공사 기네

환율 뛰니 현대차 날고 항공사 기네

[중앙일보 심재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어떤 기업은 반기고, 어떤 기업은 꺼린다. 자동차와 전자 같은 수출업계는 "단비가 내렸다"는 입장이고, 항공업계와 정유업계는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엔 약이고 수입 기업엔 독이다.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 돈 가치가 내려간다. 때문에 물건을 수출하면 받은 달러로 더 많은 원화를 바꿀 수 있다. 수입하면 그 반대다. 환율은 14일 997.3원으로 마감했다. 2년2개월 만에 최고다. 1달러에 1000원은 금방 넘어설 기세다.

◇가뭄 속 단비=지난해 200여만 대를 수출한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올라갈수록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된다. 10원 상승하면 매출액이 2000억원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현대차는 올해 환율 예상치 900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 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고유가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웃을 일이 없었는데, 환율 상승은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판매증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을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추가 발생하고, LG전자도 영업이익이 7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줘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섣부른 기대는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에 또 다른 악재로 꼽히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5억원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미 노동조합과 올해 임금동결을 선언한 것을 비롯해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원유값을 은행이 대납한 뒤 60∼90일 후 정유사가 은행에 결제하는 방식이어서 이 기간 동안 환율이 오르면 정유업계는 가만히 앉아 환차손을 보게 된다. 최근 SK에너지의 외화 환산 부채가 커지고 있는 것도 환차손 때문이다.

대두와 옥수수, 밀 같은 곡물을 수입해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식품업체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한제분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밀 수입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버틸 만했지만, 이젠 환율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제품의 가격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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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엄마 이소선이 부탁한다. 제대로 싸워라”

“전태일 엄마 이소선이 부탁한다. 제대로 싸워라”

민주노총 기자회견,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씨 참석해 쓴소리

 

이소선, “우리 태일이 죽을 때 보다 더 참혹한 세상”

 

이 날 기자회견에는 37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였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인 이소선 씨가 참담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참석했다.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씨/참세상 자료사진

이소선 씨는 “죽지 말고 싸우라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 태일이 죽을 때 노동자도 사람이고 기본권이 있고, 인권이 있다고 했는데 70년대 보다 더 참혹한 세상이 왔어. 박정희 정권 때랑 바뀐 것은 시체 뺐어가지 않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아니 뺐을 수 있으면 지금도 빼앗아 갔을 거야”

 

이소선 씨는 한숨을 쉬었다.

 

“전기는 누가 만들고, 집은 누가 만들고, 차는 누가 만들었어. 차가 굴러다니는 아스팔트는 누가 만들었는가 말이야. 옷은 누가 만들고 신발은 누가 만들고...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서 나라를 움직이고 이 만큼 발전된 거는 무시하고, 세금 바쳐서 정치하라고 했더니 국정감사도 안하고 싸움이나 하고 있는 이 나라가 한심스러워”

 

 



“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온 거야”

 

이소선 씨는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 번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아침에 오면서 또 노동자가 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어. 단결하기 힘든 줄 알지만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은 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해봐라 배고프면 그만두겠지, 너희가 해봐라 몇 명이나 모이는가라고 무시하는 거 아니야. 우리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죽어야 하는 거야. 전태일 엄마 이소선이 소원한다. 한번만 제대로 싸워라. 힘들고 어렵지만 전체가 단결에서 한번 하면 안 될 것이 없어”

 

이어 이소선 씨는 노동자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없는 것을 한탄스러워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이소선 씨는 “카메라 들고 다니기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명박 나오는 건 하루에 스무 번 서른 번씩 내보내면서 여기서 억울하고 분노하는 노동자들 얘기 어디 한 번 제대로 내보내 봤어? 카메라 들고 다니기 부끄럽지도 않아? 춤추러 다니는 거야, 구경하러 다니는 거야! 죽은 사람들 억울하고 애통한 마음 낱낱이 기록해 줄 놈 하나라도 있는가. 언론이 제대로 서야 정치가 제대로 가고 국민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언론이 미쳤으니까 다 미치는 거 아냐”

 

이소선 씨는 마지막으로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 그래야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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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이용석 그리고 정해진

[기자의눈] 노조 인정해 달라며 몸에 불을 붙여야 하는 나라

‘일하기 좋은 사회’에서 사는 바보 같은 노동자

 

4년 전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였던 10월 26일, 4년 후 10월 27일 故정해진 조합원은 “파업 투쟁 정당하다”를 외치며 다시 몸에 불을 붙였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지 37년, 세상이 좋아졌다는 지금 여전히 노동자들은 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바보처럼 일만 했던 노동자. 하루의 반을 넘긴 13시간, 14시간을 노동하면서도 일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 했던 노동자. 그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태일 열사가 그렇게 외쳤던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로 살기 위해, 힘없는 노동자의 유일한 힘인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그와 함께 싸웠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심히도 지나가는 130일이라는 시간의 파업이었으며, 같은 노동자라 외치는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사람들의 폭력이었다.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하는 것, 일하기 위해 쉬는 것, 일한 만큼 받는 것, 수 만 볼트에 감전되어 죽어가는 동료를 보지 않는 것, 함께 일하는 동지들과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일하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2007년에도 몸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겠다는 것이 ‘무리한 요구와 횡포’?

 

故정해진 조합원이 몸에 불을 붙이고 40m를 뛰면서 끝까지 외쳤던 것은 “인천 전기원 파업 정당하다”와 “유해성을 구속하라”였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공사 설비, 보수 등을 수주 받아 공사하는 인천지역의 전기공사 업체들에 소속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그 대표권을 위임받은 유해성 대진건설 사장과 교섭을 해왔다.

 

그러나 유해성 사장은 노동자들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업체 사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단체교섭을 완료하면 하나를 주고 또 하나, 또 하나를 반복해 결국 영업권을 내 놓아야 한다”라며 “노동조합이 원하는 대로 단체협약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해성 사장은 편지에서 6.10 민주화 운동을 운운했다. 유해성 사장은 “6.10 민주화 운동이 벌써 20년이 되었는데 노조의 요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 경쟁을 무시하고 집단의 힘을 빌려 일방적으로 무리한 요구와 횡포를 부리고 있다”라며 “노조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조합원을 설득하고, 노조집행부의 처사에 단호히 대처해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키자”라고 했다.

 

일주일에 44시간 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맺자고 하는 요구가 근로기준법에도 다 나와 있는 이 요구가 “무리한 요구와 횡포”가, “터무니없는 요구”가 된 것이다.

 

그동안 인천지역의 전기원 노동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전기공사업체로 전적 당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이 임금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탈세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이 줄어들기도 했다. 또한 사용자들은 실제 근로하지 않은 일용 전기원 노동자를 일한 것으로 근로대장을 허위 작성, 세무서에 신고해 소득세를 줄여 탈세 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 이용석, 하중근 그리고 정해진

 

故정해진 조합원은 그렇게 오기 싫어하던 화상전문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2만 2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서 일하다 감전으로 쓰러진 동료들을 안고 가야 했던 그 병원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보며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한숨을 쉬었을 그 병원에서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故정해진 조합원이 숨을 거두던 날 밤, 병원 앞에는 “아직 하중근 열사의 한도 풀지 못했는데 또 한 명의 열사를 보내야 한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건설노동자들의 한숨이 가득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저항하다 경찰에 맞아 죽어도, 죽은 사람은 있는데 1년이 넘도록 죽인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나라. "차별을 철폐하라"고 몸에 불을 붙여도 차별은 더욱 심각해 지는 나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몸에 불을 붙여도 관심 갖는 언론 하나 없는 나라. 수 백 미터 CCTV탑 위에서 노동자가 일주일이 넘게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나서서 문제 해결하라”를 외쳐도 그저 출장 때문에 미국에 나가버리면 그만인 나라.

 

전태일 열사가, 이용석 열사가, 하중근 열사가, 정해진 열사가 그렇게 잊혀지는... 이것이 2007년 한국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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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대접 받으려 한 죄 밖에”

 

“사람대접 받으려 한 죄 밖에”


정해진 조합원 분신


27일 오후 2시경 인천 부평구 창천동 영진전업사 앞에서 집회 도중 분신한 정해진 건설노조 조합원이 7시간 여 만인 오후 9시경 끝내 숨졌다.

"파업투쟁 정당하다, 유해상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정해진 조합원은 분신 직후 부천 순천향병원에서 1차 응급치료를 거쳐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전신 40%정도에 3-4도의 화상으로 상태가 위독해 끝내 숨을 거두었다.




한강성심병원 앞에는 분신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전기분과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몇 몇 조합원들은 “참담하고 안타깝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분신한 정해진 조합원이 속해 있는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의 석원희 분과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그동안 사람대접도 못 받고 살았다”


석원희 분과장은 정해진 조합원을 “훈훈하고 착한, 후배들과 동료들 모두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정해진 조합원은 늦게 파업에 결합했던 것이 미안해 밤이면 영진전업 앞에 쳤던 천막을 지켰다고 한다. 지난 추석 때도 정해진 조합원은 천막을 지켰다.


정해진 조합원은 지금 사태를 불러 온 유해상 씨가 사장으로 있는 영진전업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해진 조합원은 영진전업에서 해고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하다가 얼마 전에 귀국을 해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했다. 석원희 분과장은 “정해진 조합원이 유해상 사장의 비인간적 행태를 잘 알기 때문에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석원희 분과장은 “우리는 그동안 사람대접도 못 받고 하루에 12시간, 13시간 일해 왔다”라며 “그래서 사람대접 해달라고, 근로기준법 지키라고 사용자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그간 과정을 설명했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는 오늘로 파업 131일 째를 맞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측이 동원한 직원들의 폭력이었다. 지난 19일 새벽 5시 40분 경 인천지부 전기분과 조합원들이 영진전업 앞에 쳐 놓은 천막으로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온갖 욕설을 퍼붓고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또한 3일 전에는 노조 측이 안전지적을 하기 위해 작업현장을 방문한 과정에서 또 다시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 측은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오늘 열렸던 집회는 사측의 천막 강제철거와 폭력행사를 규탄하기 위해 열렸었다.

정해진 조합원이 죽음을 맞이한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전문병원으로 전기분과 조합원들이 가장 오기 싫어하는 곳이라고 한다. 2만 2900볼트 이상의 전기를 만지는 그들에게 화상은 매우 두려운 존재이며, 그 동안 많은 동료들이 화상으로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해진 조합원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 이 병원에 들어온 것이다.


석원희 분과장은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27개 전기업체를 진두지휘 하고,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사장들까지 협박했던 유해상 영진전업 사장이 나서야 한다”라며 “유해상 사장이 노동자의 존엄성과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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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의류업체 GAP, 아동노동 착취

갭 인도 하청공장 노예노동 폭로돼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7년10월30일 15시04분

미국계 캐주얼 의류업체 갭(GAP)의 인도 하청 공장이 아동노동착취를 통해 저가 의류를 생산한 것이 폭로되었다.

 

영국 일요신문인 옵저버는 28일자를 통해 델리의 하청공장에서 어린이들이 노예처럼 협박과 구타를 당하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저가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인도 델리에 위치한 하청공장에서 어린이들은 하루 16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일부는 아예 임금조차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린이들이 만들고 있는 상품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또래의 아이들이 입을 갭 키즈(GAP Kids)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갭은 마돈나와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 등 유명 연예인들이 애용하면서 유명한 의류 브랜드가 되었다. 작년에는 아프리카 등에 대한 자선 신탁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으로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 배설물 넘치는 변기에 고무파이프로 두들겨 맞기도

 

하청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미토시는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가족들에 의해 공장주에게 팔려와 하루에 16시간씩 손바느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미토시는 “다른 40명의 아이들과 함께 여기로 보내졌다. 사장은 내게 아버지에게 지불한 돈만큼 일을 할 때까지 집에 갈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한 푼도 돈을 받지 않고 일한다”고 말했다.

 

아미토시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곳은 오물로 더럽혀져 있었고, 변기는 배설물로 넘치고 있었다고 옵저버는 전했다.

 

지바라고 밝힌 12세 가량의 어린이는 옵저버에 “우리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폭력을 쓴다”며“지난주에는 새벽부터 밤 1시까지 일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운다면 고무 파이프로 두들겨 맞는다. 남자 아이들 중 몇 명은 기름이 묻은 옷을 입에 무는 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옵저버의 폭로로 갭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갭은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며, 조속히 사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갭에서는 이번에 폭로된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확인된 아동노동 착취로 만들어진 옷에 대해서는 납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갭 납품 업체와 하청업체들은 아동노동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이며, 사태의 책임을 인도 현지의 하청업체에게 넘겼다.

 

갭, 2004년에도 아동노동 착취 시인해

 

그러나 갭이 아동노동 착취로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 갭은 최저임금 이하로 아동노동을 고용하고, 물리적 폭력과 가혹행위가 일부 하청공장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옵저버는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인도 경제의 20퍼센트가 아동노동에 의지하고 있으며 14세 미만의 550만 명의 아동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갭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 136개 하청업체와 계약을 철회한 바 있다.

 

아동노동근절에 대한 활동을 해 온 인도의 쉬오타 싱 교수는 영국,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 저가 의류가 판매되는 한, 비도덕적 하청업체들이 아동노동을 활용하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시아 저개발국은 서구사회에 비해 노동 규제가 취약하고, 값싼 노동력을 구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많은 초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 하청업체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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