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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10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은장도
  2. 2004/10/06
    사랑
    은장도
  3. 2004/09/24
    봄 깊은 날
    은장도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 장 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 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 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 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곳. 들새가 가는길,

포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 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량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 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베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 겠다.

 

 

아마도 서른 즈음인거 같다.

산이 좋아진게.....

 

아직도 왜 산을 오르는지

산이 왜 좋은지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산은 살아있는 유기체이고,

산을 오르는 사람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대화하며

....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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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김 용 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불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몇년 전에 이 시가 적힌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대목이 몹시도 서운했는데....

어찌 내가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될 수가 있냐고

그리고 어떻게 마음이 옮겨가길 바랄 수가 있냐고 따졌었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도 나에게 하고많은 사람 중의 하나였고, 그에게 나도 그랬다.

그자리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 맘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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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깊은 날

 

안고있던 꽃잎들을 놓아 보내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마음다해 피었다가

바람따라 꽃비로 내리는 풍경속에는

지는 꽃에서도 향기가 묻어납니다.


머물지 않는 봄날을 흐드러지게 살아내고

아름답게 지는 꽃비를 맞으며

순간을 살더라도 향기를 잃지 않는 꽃처럼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지는 꽃에도 부끄럽습니다.


헤어짐의 인사대신

한없이 가벼운 몸짓으로 곱게 내리는

꽃의 빈 자리에는 어느 날 열매가 맺히겠지요

꽃 져물어 봄 깊어갑니다

오늘 그대의 하루가

아름다운 봄날이기 바랍니다.

 

어느 봄날

메일로 날아온 카드에 써있던 글이다.

편지내용보다 난 이글에 매료되어 버렸다.

지금도 누가 왜 보낸 카드였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지만....

이글로 인해 올 봄이 아름다운 봄날이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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