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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M&A 전망 - 민영화

M&A 폭풍전야(문화일보 2008.1.7)

2008/01/07 14:18

 

 

“정조준 끝”… M&A 폭풍전야
 
실탄 두둑하고 사냥감은 가득… 재계 “올해는 인수·합병의 해”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착실하게 쌓아둔 총알, 건실하고 알찬 사냥감, 여기에 장애물도 없는 평원의 사냥터….’ 이른바 인수·합병(M&A)의 해라고 불리는 2008년 무자년(戊子年)의 국내 재계 분위기는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그동안 극심한 투자위축과 반(反)기업정서 속에 막대한 현금을 내부 유보금으로만 쌓아오던 주요 그룹들이 이명박정부들어 M&A 시장에 앞다퉈 달려들 태세다.

2008년을 M&A의 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군침나는 매물들이 널려있는데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정책기조를 내세운 새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방침을 발표하는 등 M&A에 매우 우호적인 경제환경을 조성해주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올해 M&A시장에 쏟아질 자금만도 5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무자년은 M&A의 해 = 돈, 매물, 환경이라는 M&A 3박자가 맞아떨어진 올핸 지난 10년간 속살만 찌운 기업들 입장에서 봐도 절호의 찬스다. 막대한 내부 유보금은 현금을 노린 투기 자본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M&A 시도는 적대적 M&A를 막는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신수종 사업을 찾는 기업들에겐 다른 업종의 기업들을 M&A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뻗는 장점도 있다.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도 올 신년사에서 한결같이 M&A에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더욱이 M&A와는 담을 쌓았던 삼성그룹이 신수종TF를 구성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등 M&A 시장에 본격 가세할 준비를 하는 점도 눈길을 끌고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상품들이 공급 과잉 상태”라며 “이젠 공장을 새롭게 지어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거액의 돈이 들더라도 경쟁사나 새로운 업종의 기업들을 사는게 더 경제적인 시대”라고 말했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최근 M&A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올해엔 공격적인 투자 경영 기조로 전환하면서 기존 기업들을 M&A하는 형태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군침나는 사냥감들 = 현재 국내 M&A 시장엔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우리금융지주, 현대건설, 하이닉스, 현대오일뱅크,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재계 순위를 한순간에 뒤바꿀만한 매머드급 사냥감이 줄줄이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가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옛 현대그룹, 대우그룹, 쌍용그룹을 이끈 우량 주력 기업들이었다.

국내 대표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엔 한진, 현대중공업, GS 등 10여개사가 입질 중인 가운데 ‘M&A 공룡’ 금호아시아나가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재무 위기 논란속에서 내외부적으론 무리한 M&A라는 논란이 있지만,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매우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세계 3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엔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포스코· 현대중공업· STX 등 대표적인 철강·중공업 업체들 뿐 아니라, GS그룹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까지 모두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또한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한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표 금융 기업인 우리금융지주도 올해 본격적인 M&A 논의가 시작될 매물들이다. 대우전자의 후신인 대우일텍트로닉스는 1월 말이나 2월 초 입찰 적격자 선정을 시작으로 러시아은행, 미국의 리플우드, 인도의 비디오콘 등 외국계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쌍용건설 인수전엔 동국제강, 오리온그룹, 아주그룹, 남양건설, 군인공제회, SNK인베스트먼트 등 6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 회사 우리사주조합이 7일 마감되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참여, 종업원지주회사로의 변신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에 관심이 깊은 한 기업 관계자는 “욕심 같아서는 모두 사고싶을 만큼 훌륭한 기업들”이라며 “올해같은 M&A 풍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을 M&A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미래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각오로 진지하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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