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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등록일
    2004/10/10 03:30
  • 수정일
    2004/10/10 03:30

오마이 뉴스에 '<조선> 기자 자사 기사 공개비판눈길'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우연찮게 글을 클릭했다. 해당 조선일보 기자 이름이 눈에 익어서 깜짝 놀랐다.

 

정우상이라고, 동연에서 알던 친구놈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동연학생회 선거때 잠깐 안면을 익혔던 친구이다. 덩치도 넉넉하고 성격도 괜찮은 놈이었는데. 군에 갔다온 이후 본적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3-4년전인가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



아마도 인터넷 등급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소란스러운 때였는데. '자신이 조선일보 정우상 기자인데. 인터넷 등급제 관련해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고'.. 근데 목소리가 낯익어보이긴 했다. 그래도 우리는 조선일보에는 전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저쪽도 내 목소리를 알아봤는지, '어~ 너 규만이 아니냐?' '.. 혹시 우상이?'

'야 반갑다. 너 진보넷에서 일하고 있었냐?', '어.. 근데 네가 왜 조선일보에 있냐?'

'..... 웃음. 뭐 살다보니 기자되기 쉽지 않데~~ 되는데로 된거지 뭐.'

'하긴, 근데. 좀 그렇다.'

....

이런 대화를 끝으로 결국 인터뷰요청은 반려되었다. 당시만 해도 초짜 기자였을 때인데, 나의 은근한 면박이 은근히 상처가 됐을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진보넷은 조선일보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는 몇해만에 그녀석의 이름을 처음 봤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주로 스포츠면만 보는 터이라 정치부기자인 녀석의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

참, 순간 만가지 생각이 오갔다. 

 

물론 글 자체는 특별히 재밌지도, 입맛에 별로 맛지도 않는 맛갈없는 글이었다. (원문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83&logId=120908)

단지, 조선일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나름대로 중심을 잡아보려 조심스러워하는 녀석의 모습이 가장 안타갑게 떠오른다.

하지만 정말 안타갑고, 기분 잡치는 건. 이런글을 조선일보 공격에 이용하는 오마이뉴스의 조악한 수법이 더 괘씸하다.

오마이뉴스는 안티조선이라는 자기 포지션을 극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태생적 한계인것 같기도 하고, 이제 그 수법의 천박함이 조선일보와 버금간다. 물론 내 친구에 대한 한 줌의 의리가 오마이 기사에 대한 반감이 거센 진정한 이유겠지만. 어쨌든 유치한건 유치한 거니까. 유치하다 못해 치명적이다. 결국 이런 논쟁의 피해자는 오마이도 아니오, 좃선일보도 아니고, 한 때 열혈청년이었던 나의 과거의 친구일터이니 말이다.

 

하긴, 어차피 어울리지 못할 공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녀석의 자기모순이 결국 이런 일들의 발단이었겠지. 누굴 탓할까.

 

그냥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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