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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죄

동성애자를 죄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종교인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에서 행하는 동성애 억압은 무척 뿌리 깊고 심각한 수준이다.

동성애에 대해 기독교의 입장에서 써놓은 글들을 보면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일 수가 있을까?

나는 그들이 '신의 이름'을 업고 동성애자들을 억압하는 그것이 바로, 죄라고 말하겠다.

'동성애를 박해하는 기독교인'들의 주장은 대부분 성서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성서에서 동성애를 언급한 부분을 해석함에 있어서, 우리는 해석의 초점을 '구절 자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맞추고, 그 성서가 쓰여졌을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로 재조명해야 한다.

곽분이씨의 '동성애에 대한 성서의 입장'이라는 논문에서는 현재 한국의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성서의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동성애가 죄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구절 중 하나는 '너는(남자) 여자와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안된다. 그것은 망측한 짓이다."(레위기 18:22) 이어서 레위기 20:13에는 형벌에 대한 언급이 따른다. "남자가 같은 남자와 동침아여 여자에게 하듯 그 남자에게 하면 그 두사람은 망측한 짓을 한 것으로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들은 자기 죄 값으로 죽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레위기의 구절들은 히브리 민족의 문화적 배경에 의해 설명되어져야 한다.

창세기 38:1~11에 나타난 오난의 이야기는 당시 문화권의 죄에 대한 인식을 알려준다.
형이 죽은 후에 오난은 형수를 아내로 맞았는데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 정액을 땅에 버렸다고 한다.
이것을 창세기의 저자는 대단히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이런 이유로 신이 오난에게 벌을 내려 오난을 죽게끔 하셨다고 말한다.

당시 사회에서는 오난의 경우처럼 성 관계를 생산의 목적으로만 보는 가치관이 지배했다.

남성의 정액을 생명의 상징으로 보았기에 정액을 아이를 낳는 데에 쓰지 않는 자위, 질외사정, 남성간의 성교를 모두 살인행위로 규정한 것이었다.

성서에 나온 동성애에 대한 다른 언급들도 당시에는 부정적으로 기록되었다 해도 그것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억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성서에 나온 그대로 면제품도 입지 않고 새우도 먹지 않으며 한 번도 자위하지 않고 출산을 위한 성관계만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기본적으로 성서의 여성과 성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현실과 무척 다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그 여자가 불결한 기간에 눕는 자리를 앉는 자는 모두 부정하다."(레위기 08:09, 15:20~23)라고 성서에서는 전한다.

구약의 율법에서 여성은 월경하는 동안 부정하기 때문에 그 여성 가까이에 가는 것은 금기였다. 심지어 그 금기를 어긴 사람에게도 가까이 가는 걸 금했다.
요즘 시대에 월경하는 여성을 더럽게 본다거나,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면 아마 혼자 집에 틀어박혀 살아야 할 것이다.

구약에서 간음, 근친상간, 강간, 성매매 등에 관한 사회 규범은 여성에게 무척이나 억압적이었다.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사상 속에서, 여성은 남성의 노예와도 같은 종속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런 성서의 구체적인 구절들을 있는 그대로가져와서 자신의 행동의 근거로 삼는다면, 감옥에 들어가기 딱 좋을 것이다.

이제 낡은 교리를 들이대며 동성애자를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멈추어야 한다.

감히 성서를 읽음에도, 하나님 말씀을 전함에도 자신의 온갖 편견을 투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나는 그들이 믿는 하나님의 '사랑'이란 것이 그토록 잔인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나는 하나님이 어머니이며 아버지이고, 동성애자이며 이성애자일 것이라 믿는다.

나는 하나님이 절대로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부정하여 바꾸려고 하거나 그들을 교회 밖으로, 하나님의 품 밖으로 내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종교는 잘못되었다! 고 당당히 말한다.

지금 동성애자들에게 수많은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교회가 오히려 하나님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적 소수자의 아픔을 껴안지 못하고, 그들이 차별 당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방치하는 종교와 종교 집단은 모두 그 무서운 죄악을 그만두어야 한다.

고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22호
'그 이성애자 흉폭하다' 중. <최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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