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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도 달지도 않은.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글을 하나 읽었다.

 

한 남자가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어.
역무원이 그에게 기차표를 요구했지. 그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와
양복 저고리 주머니를 샅샅이 뒤졌어. 하지만 기차표는 나오지 않았어.
그러자 그 역무원은 말했어.
왜 당신은 양복 안주머니를 찾아보지 않는 거죠?
남자는 말했어.
내가 그곳까지 뒤져보았는데 기차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난 더이상 희망이 없지 않소.


 

나도 그 우화 속의 남자처럼,

그 마지막 희망이라는 거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그냥 오늘 툭, 하고 줄 하나 끊어지듯, 아무일 아니었던 듯,

그렇게 안쪽 주머니를 열어버렸어.

그래서 내가 눈물나게 좋아했던, 내 인생 최고의 고백이었던 시를, 

우연히 어느 책 사이에서 발견했을 때

이제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지.

안쪽 주머니에도 기차표는 없었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지 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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