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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퐌톼스틱 첫 영화.

배너까지 걸어놓고 그리 가고 싶어하던 레알판타.

다 끝날 때쯤, 우연과 필연을 겹쳐, 보러갔다.

겨우겨우 보는 영화제 첫 영화가 개봉작이라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긴 했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라, 즐겁게.

심지어 감독과의 대화도 있었으므로.

 

내가 본 영화는 '주먹이 운다' 였다.

금요일 6시 반. 얼마 전 개봉한 영화라 그런지 영화관은 한산했다.

난 류승범이 좋다. 섹시하고, 귀엽고, 매우 매력적인 남자다.

사실 이 영화에서도 나는 류승범 밖에는 안 보이더라.

 

영화는 soso.

기대했던 것에 비해, 매우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류승완의 유머 스타일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런 것도 별로 없고,

영화가 좀더 담백했다면 좋았을텐데, 뭐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의 웅장한 음악이나 천호진 캐릭터 같은 거, 없어도 좋았을 걸.

(하지만 감독은 천호진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든단다.. 천호진은 좋지만, 그 역할은 별로던데..)

같이 봤던 언니가 인물들이 전형적이란 얘길 했는데 음, 공감.

 

그래도 좋았던 건,

몸 좋~은 류승범과 목소리 좋은 안길강씨, 귀여운 할배 변희봉씨 볼 수 있었던 것.

과연 누가 이길까,라는 궁금증을 끝까지 끌고 가면서도 막상 누가 이기는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류승범 아버지로 등장하던 기주봉씨가 죽던 장면은 정말 충격.

다른 권투영화들은 권투가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인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이 영화는 정말 권투라는 게 얼마나 지치고 피곤한 경기인지 느끼게 해 주었던 것.

 

+) 류승완이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 영화가 10대 때 볼 때랑, 20대, 30대, 40대에 볼 때 다 다른 영화일 것 같다고 했는데,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이 영화가 더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ㅎㅎ



[GA] 투박한 영상 속에 펼쳐지는 감동드라마 - <주먹이 운다> 05/07/23 14:52
<주먹이 운다> 류승완 감독과의 대화


레알판타2005에서 상영시간을 15분 줄인 인터네셔널 버전으로 공개된 <주먹이 운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레알판타를 찾은 류승완 감독은 “한편의 영화에 대해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른 반응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외국 관객들은 사전 정보나 기대가 없으니까 영화를 순수하게 봐 주는 것 같았다”며 해외영화제에서의 반응을 전했다. 많은 관객들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테라스 GA를 정리해본다.  

Q. 류 감독의 과거 작품과는 달리 <주먹이 운다>에는 아버지와 아들, 할머니와 손자라는 수직적인 가족 관계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최민식과 류승범이라는 배우들의 비중이 비슷해서 두 사람에게 다 미련이 남는 것 같다. 극 중 최민식은 시합에 이기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지 않나.

- 내 영화 속에 가족의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비중이 작았을 뿐이다. 유년시절에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파괴되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아버지가 되어서 한 가족의 가장이 되다보니 과거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사실 오늘도 아이를 어린이 집에서 데려오느라 조금 늦었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보통은 선악구도를 명쾌하게 만들어, 관객이 무너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을 무너뜨려주는 것이 영화의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을 응원할 수가 없는 딜레마 상황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사실 영화 속 ‘신인왕전’이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권투자체가 몰락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환경미화원이 권투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영화 내용과 비슷한데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이런 기사가 나왔으면 더 좋을 뻔했다. 그 사람은 그 게임을 이기더라도 여전히 환경미화원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 속 권투 장면

Q. (김홍준) <주먹이 운다>를 보고 눈물이 났다. 이 영화가 개봉한 4월에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개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 때 이 영화를 보고 불끈했다. 그래 가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 사람들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반응이 다른 것 같다. 10대들은 대놓고 공격을 했다. 10대 시절, 20대 시절, 그리고 지금 봐서 느낌이 아주 달라지는 영화들이 있다.

Q. 상환과 태식의 스토리가 보통 영화와는 달리 어떤 효과 없이 담담하게 맞물려 간다. 일부러 그런 효과를 배제했나. 2라운드의 풀 샷 권투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느린 장면과 잔잔한 음악으로 너무 의도적으로 감동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 두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내용이 교차되는 영화에서는 꼭 중간에 인물들이 우연히 한 번 만나는 데 그런 것은 정말 하기 싫었다.

<주먹이 운다>부터는 내 취향이 아닌 영화가 요구하는 방향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자면, 부모는 아이를 놓고 바르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지만, 독립된 개체인 아이는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영화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다. 영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찍어야 된다. 현란한 영상보다는 인물의 삶을 중요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투박하고 직접적인 형태로 진행된 이유다.

권투경기 장면의 중요한 점은 인물들이 지쳐가는 상태라는 것이다. 링이 낭만적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게임을 리드하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넓은 곳이 링이지만 계속 맞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좁은 곳이 링이다. 사실은, 6라운드 전체를 생방송처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영화 속에서 관중들의 소리가 전혀 없는 것도 리얼리티를 살린 거다. 실제 한국 권투 경기에서는 관객의 호응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선수는 굉장히 외롭다. 선수에게는 굉장히 긴 3분인 것이다. 이런 점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음악이 너무 감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은 예상했었다. 그런데 정두홍 무술감독의 실제 경기를 볼 때 나의 감정이 그러했다. ‘쿨’하게 가고 싶지가 않았고, 내 감정에 충실했다. 이 영화를 신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신파를 좋아한다. ‘홍도야 울지마라’ 같은 것 말이다.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 감독

Q. 최근에 본 영화중에 음악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배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원 장면에서 타악기 소리가 나오는데 무슨 악기이며 누구 생각인가?

- <알리> 초반에 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감독에게 CD주면서 이렇게 좀 해달라고 했다. 드럼 샘플링 소스를 갖고 음악을 만들었다. 세련된 느낌 말고 길거리에서 드럼통 치는 생짜소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까지 한 음악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마지막에 한대수씨의 ‘행복의 나라로’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행복의 나라로’를 생각해줬으면 했다. “내가 이 영화 속 인물들 보다는 힘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 말을 듣는데 뭔가 뭉클했다.

Q. 전체적인 음악이 라틴음악 풍이라서 좋았다.

- 방주석 음악감독이 실제 유년기를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보냈다. 남미 영화가 한국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뜨겁다’는 것이다. 그 분이 제3세계 음악을 많이 추천해주셨다.

Q. 나이가 많은 베테랑 배우들과 작업했는데 어땠나?

영화를 만들 때마다 캐스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면 감독의 역할은 정말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변희봉, 나문희 선생님은 연기 내공이 너무나 세서 웬만한 디렉팅은 안 먹힌다. 어떤 부분에서는 감독이 배우보다 디테일에 대해 모를 때도 있다. 그래서 배우를 믿고 간다.

Q. 처음 봤을 때는 연기자들의 감정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연기자들은 무표정인데 눈빛이 슬프더라.

- 연기를 오래한 사람의 특징이 계속 연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보이지도 않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한다. 나는 가급적 감정을 빼달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강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실제로 배우들은 너무 지나치게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오아시스>에 출연하면서 연기 디렉팅에 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시나리오에 감정을 넣지 말고 시나리오를 보지 말고 오라는 이창동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기를 하려는 생각보다 현장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는 연기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경험이었다.

Q. 천호진씨의 연기는 감독이 말한 원칙을 잘 따른 것 같은데?

- “세상에 사연 있는 사람 너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최민식과 천호진이라는 배우의 연기스타일이 너무 상극이라서 여러 테이크를 섞어 놓은 것이다. 워낙 에너지가 강한 배우들이었다. 천호진의 캐릭터는 그 자체가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의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었다. 그는 같은 나이대의 배우들 중 매우 열려있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레알 판타 기자단
오은진
사진 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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