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병가낸지 벌써 7주째이다..

 

첫째주

1주일 정도는 계속 진행한단다..

어디까지 진행될지 두려움에 떨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음을 꾹꾹 누르다..

사무실에 병가내기 위해 나갔더니 매니저 왈..

"누나, 아프니까 더 이뻐보여여"

그래.. 마비로 주름살 하나없이 탱탱해진 왼쪽 얼굴만 보렴..

 

평소 거들떠도 안보던 '몸살림운동'에 가서 교정 치료 받다..

특별히 치료 잘하는 '명의'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는데

아프니 별 수 없다..

 

딱 반으로 나뉘어진 얼굴을 보자니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된 느낌..

혹은 아수라 백작 정도..

 

둘째주

드디어 악화일로를 걷던 마비증세가 더이상 진전되지 않고 멈추다..

눈은 못감고 혀도 마비되서 한끼 식사에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한시간 식사 준비 밥먹는데 세끼에 세시간..

병원 오가고 치료받는데 2시간 반..

마비된 왼쪽 눈을 감으려면 두 눈을 최대한 꼭 감아야 반쯤 감긴다..

눈물이 주룩주룩..

고로 금쪽 같은 휴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째주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늘어나는 주름살이 이렇게 반가울줄이야..

그런데 통증이 계속되어 의사아자씨도 걱정이다..

더불어 왼쪽 다리의 저림 증세로 잠을 잘 수 없다..

 

네째주

거금 40여만원어치의 약의 효험인지 왼쪽다리 저린 증세도 많이 없어졌고

얼굴은 거의 회복되었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인다..

 

다섯째주

지난 2주간 급격히 좋아지던 병세가 정체상태이다..

넘 좋아했나.. 다시 자중 모드로..

 

그리고 이제 일곱째주인데..

깔끔하게 완치되지 않고 있다는 거..

조금 무리하거나 날씨 안좋으면 악화되는 증세에 초민감해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요즘의 내가 딱 그 상태이다..

 

썩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은 거 같은 사무실 상황도 신경쓰이고

그래도 자중하고 있어야 하는 내 상태에 무진장 화가 난다..

 

아주 아플 땐 이 생각 저 생각 안들더니 이제 후유증 안남고 살만해지니까.. 느는게 걱정 뿐이다..

그런데 여러 걱정꺼리를 해결하는 자세가 문제다..

심리상태가 아주 다운되어 있다보니 극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뭔가 걸리는 인간관계는 걍.. 딱 끊어버려야지..

곁가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그것도 뚝 끊어버려야지.. 이렇게

매사가 단절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거..

 

그런데 내 인생 돌이켜보니

끊는다는 행위를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식으로 지나쳤는데..

그것도 문제인거 같다..

어떻게 일에서나 사람에 있어서나 '단절'이라는 걸 한 번도 안했다는 말인가..

꽤 오래 살아왔는데..

 

생각해보니 단절이라는 게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닐 듯..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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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1 00:56 2007/06/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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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느 2007/06/01 00:58 URL EDIT REPLY
우와아~~~~블로그 너무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워요!
나안 2007/06/01 08:36 URL EDIT REPLY
단절, 그거 하는 것 참 쉽지 않은데...우선 내가 살아야 하니까...하게 되는데... 되도록이면 안하는 게 좋은 듯 해요. 언니~ 항상 마음이 갔는데 여기서라도 근황을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언니, 저요. 이제 삶의 방식의 기준을 좀 갖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하고픈 거 맘대로 하면서 맘대로 살다가는 안되겠단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언냐, 빨리 나으셔야 맛난 김치도 가져다 드리고 그러는디...사무실이 언냐 없응게나 너무 딱딱해용...언능 건강한 모습으로....뵈어요..호호호 맛난 야채 사들고 갈게요. 호호호.

참, 화분은 잘 키우고 있는데요. 하나하나 기회되면 가져다 놓을게요. 짐이 많아서...따로 챙기는 것이 쉽질 않아요. 흐흐흐 여그가 꽃다지 홈페이지보다 더 좋구먼유.
18송이민들레 2007/06/01 10:16 URL EDIT REPLY
누나가 아프기 시작하고 누나를 두번 뵈었지요.
성일형 공연때,
성일형 결혼식때,
아픈 사람을 멀쩡히 오랜만에 봤을때의 반가움이란(속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 참 크더군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찾아오는 불안(?)한.. 걱정스러운 마음..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들 주고 받고.. 하는 과정에서 누나의 평온을 깨고 걱정스럽게...고민스럽게 만드는 상황들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더군요.(누나가 사소한것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기에..)
.
.
우린 어쩌면 '단절'아닌 '단절'을 자주 해왔는지도 몰라요. 그저 그렇게 연락을 안하고 사는 사람들... 차라리 '단절'을 했다면 마음이라도 편할까요? 행사 같은 곳에서 우연찮게 만나더라도 아주 어색한 모양새를 보이게 되는...
에..암튼 누나 아픈것이 아직 진행중인것 같은데... 맘 편이 먹고 얼른 좋아질 생각만 하세요.
찌니 2007/06/02 14:02 URL EDIT REPLY
당신 몸에 집중해. 내가 작년 잠시 요가를 할때(그 때 그 요가 선생은 참 괜찮았어. 이상한 자세 요구하지도 않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명상을 많이 하게 하던 선생이었는데, 쩝~ 인연이 안닿았는지 교통사고로 휴가를 내더니 선생니 바뀌어 버렸지뭐야)
가만히 누워서 아픈 곳으로 마음을 보내라고... 치료받으면서 명상도 하고 아픈곳으로 마음을 보내면 좋아질거야. 그러니 다른 생각을 하면 안돼지... 세상은 나없이도 다 잘 돌아간다니까.
조직활동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거 하나... 누가 없으면 어떤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발상... 그런 일은 안하는게 나은 일이었다는 반성을 하게 돼. 매정한 이야기 같지만 당신 없이도 모든 일은 다 갈 길로 간다네...
암 생각말고 치료에만 전념하길...
이드 2007/06/02 20:20 URL EDIT REPLY
쥬느/봄 컨셉이었는데 벌써 여름이 되어버렸네요..ㅎㅎ
나안/담주부터 슬슬 얼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민들/평온은 타인이 깨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깨트리는 거 같아
찌니/글게 말이외다.. 나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말이죠.. 미련하지 뭡니까..ㅎㅎ
다들 내일 귀옥이 결혼식에서 만날 수 있는거죠?! 의사샘이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서 결혼식에 가는데요 했더니 남들 결혼식에만 가서 되겠어요.. 본인 결혼식을 해야쥐.. 라며.. 별 참견을 다 하더라는..^^
나안 2007/06/03 18:20 URL EDIT REPLY
흐흐흐. 언냐 저 또 왔으요. 앞으로 여그 자주자주 와야쓰겄으요. 호호호...진보넷 블로그는 그간 편하게 내 얘기들을 못풀어놨었는디....왜 가족한테 나쁜 모습(예를 들어 담배피는 것) 못 보이는 거랑 비슷한 심사가 아닐런지...ㅋㅋㅋ 암튼 자주 와야쓰겄슴돠. 헤헤헤
이드 2007/06/05 00:35 URL EDIT REPLY
나안/ 앙 연습실에서 볼 수 있어야할터인데.. 너네 기타 연습 아주 열심히 한다고 감독님이 칭찬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