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1박2일에 걸쳐 장장 12시간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여러 끼니의 거한 식사와 한 잔의 녹차와 함께..

각자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는데

친구의 주된 화제는 친구의 아들과 딸들의 이야기였다..

이 친구.. 중학교 샘이긴한데 공부보다는 노세노세~ 컨셉이다

 

첫째인 아들이 낸 방학과제가 가관인데(요즘은 스스로 방학과제를 정한단다..)

1. 매일 우유 한 잔 마신다(엄마:확인할 길 없으니 조아~)

2. 줄넘기하기(엄마:역시 조아)

3. 관찰 보고서 쓰기(ㅡ.ㅡ 어려운데 하지말라고 할 수도 없구..)

뭐 이런 식이었단다..

별 욕심도 없이 엄마의 컨셉에 충실한 아들에 비해 둘째 딸은 욕심이 좀 있는가보다..

작년에 초등학교 일학년이 되었는데

생일이 되자

딸: 엄마~ 나도 생일 파뤼 해주세요

엄마 :(잠시 당황..) 어? 어!

 

내가 물었다.. 구람 핑크 드레스도 입었겠네(요 딸아이 핑크색 광이다..ㅎㅎ)

내 친구 : 아니.. 그건 지 오빠가 공주병 걸렸다고 놀리는게 싫어서 안입었어;;

 

그런데 요 딸래미가 엄마의 컨셉에 반항하기 시작했으니..

딸 : 엄마! 나도 상 받고 싶어요~~~~~~~~~~~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의 과제물은 거의 다 엄마들 솜씨라는 게다..

반면 내 친구는 조언은 해줄지언정 절대 아이들의 과제물에 손을 대지 않는데

엄마들이 만든 과제물과 8살짜리 꼬마가 만든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표창받을지는 뻔한 것..

딸 뿐만 아니라 아들래미 역쉬 과제물 상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단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아들과 달리 딸래미는 자신도 한 번

뽐나게 상장 좀 받아보고 싶었던가보다..

 

흑..

그렇다고 기본을 버리고 아이들 숙제를 대신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들에 이어 딸 역시 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 같은데..

상을 바라는 간절한 딸의 마음 외면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

뭐 그렇다고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으나..

 

이야기를 들으며 참 거시기 했다..

 

대관절 숙제를 대신 해주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뭔들 내가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리요마는.. ;;)

그렇게 대신 과제물 만들어주고 상받아 오면 무척이나 기뻐할텐데..

그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함께 기뻐할까?

소싯적에 못다이룬 자신의 꿈을 대리만족해 보고 싶어서인가?

그런 행위가 자기 자식들에게 불공정 경쟁심리를 키우고

장차 커서는 타인을 속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명예를 쌓아나가게 될거라고는 생각 못하는걸까?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일까?

 

여튼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의 상은

엄마들의 뽐내기 상이라는 진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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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1 21:23 2007/03/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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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 2007/03/13 01:36 URL EDIT REPLY
오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아마 제 나이가 이드님보다는 친구분 따님 쪽에 가까울텐데요) 저도 상 욕심이나 선생님한테 이쁨 받고 싶은 욕심이 무진장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늘 저 혼자선 넘을 수 없는 그 '상'의 장벽이 너무 차가웠어요. (그것들이 걔들 엄마 작품인 건 나중에 알았지만..그래서 그 때 만들어진 열등감이랄까, 상대적인 박탈감같은 게 지금도 살짝 있어요.)

사실 혼자서 마련하기엔 너무 벅찬 다양한 미술 준비물 때문에 등교거부를 했던 적도 있음.

그래서 비슷한 경험자로서 따님한테 충고하기를.
'대회를 노려라!'입니다.
보너스로 '일기상을 노려라!'
시리즈로 '독서장을 노려라!'도 있습니다.

그건 누가 도와줄 수 없는 거니까, 사실 그게 더 성취감도 있고 나중에 남는 것도 많고 좋아요.

(초등학교 때 부단히 써댔던 일기장이 지금 블로그의 전신..)
채경★ 2007/03/13 02:04 URL EDIT REPLY
80년대..초딩때..누나가 반공포스터 그려줘서 상받은게 제 인생의 유이한 상..이라..는..ㅎ ㅠㅠ
이드 2007/03/13 03:05 URL EDIT REPLY
거한 님/그런데 어느 곳에나 엄마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더라구요.. 일기랑 독서장까지도 엄마들의 손길이 침투해있나보더라구요;; 솔직히 일기장을 쓰다보면 별 일 없는 날도 있잖아요.. 구람 제 친구는 '걍 제껴~' <--요거인데 없는 일까지 만들어서 써주는 엄마들이 있나보더라구요.. 결국 제 친구 아들이 5년동안 받은 유일한 상은 제 스스로 5년간 꾸준히 익힌 바둑대회에서 1등한 거.. ㅎㅎ.. 참 세상이 어케 되려는지.. 라는 노땅 발언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채경/난 포스터 그려주는 누나였다.. 흑.. 생각해보니 나도 타도대상 누나였구낭;;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