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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온다

겨울비 답지 않게 조용히 내리네.

가시같은 나무가지들이 안개에 쌓여 환상처럼 떠있다.

온 동네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음악을 껐더니, 적막강산이네.

타닥타닥...통통통...

빗방울이 지붕에 가만히 내려 앉는 소리랑

물받이 타고 내려오는 소리인가...여리면서

규칙적인 소리짓이 자장가같다.

샤워를 하고 난로 옆에 앉았더니

따뜻한 기운에 나른함이 몰려온다.

담배를 사러 가야 겠다.

시골마을에서 담배사기 참 거석하네.

오랫만에 우산들고 비속으로 걸어가야 겠다.

저 웃마을까지...그래야 어른신들 입에 안오르내리니께.

약간 치사스럽지만

그 정도는 타협하고 살 수 있다.

 

해야할 일들이 뭐가 있더라?

 

1. 3.8 기획글/

  프로그램이랑 홍보, 조직 ...

 

(갑자기 머리가 띵하다. 작년 3.8이 기억난다. 무지 기분이 더러웠었는데

아무 얘기못하고, 꿍꿍 뒷담화나 하다보니, 그들, 공식적인 주최자들이

자기 잣대로만 평가한 걸, 다시 듣게 된다.

빚만지고...어쩌고..다시는 그렇게 안해야...

뭘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건지? 참, 요모조모 짚어가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어정쩡한 위치에서 중간 연결만 하다보니, 책임도 못지고 의견도 못내고

맘만 상했던...그걸 올해까지 다시 듣게 되고,

그것이 연동되어 올 해 계획에서도 그들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피곤해 지려 하네. 뭐~ 어쩌랴? 다들 것을 다른 것이고,

한자리에서 마주쳐야 하면 또 마주치며 사는 거이지.

피하지 말지어다. 자루!!)

 

2. 공간에 대한 이야기 준비

일단 사람들을 모아놓고 뭔 말을 할 건지.

이것도 갑자기 막연하네.

내 꿈을 들어주고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참 부담스럽네 그랴.

각자의 경험속에서 공간에 대한 기억과 자기 의미를 들춰내보고,

집단이나 조직들이 선택했던 공간의 형식과 내용들을 돌아보고,

지금, 이 동네, 대공장 남성중심사업장과 노조운동과 여러운동의 지형속에서

공간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근데, 이런 얘기하다가는 마치 운동의 전략적 대안인 것처럼 거창스러워 질까봐

것도 부담스럽네..)
그리고, 문화활동을 하는 '내'가 필요로 느낀 공간에 대해 말하고,

어떻게 어떤 방식이었으면 좋을지...

몇가지 사례와 의견을 말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지.

실제로 추진모임을 만들고, 진행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으니

몇년을 웅얼거리던 걸, 이제는 해야 되는데...

시동걸 준비가 된건지..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이 꽤 길어지누나.

 

깊게 숨을 쉬어보자!!

 

3. 여자이야기 준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었는데,

올 해는, 나이먹어 남들 하기 싫어하는 노동하면서 사는 여자이야기를 가지고,

연극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배워가며, 준비를 할라는데

아직 아무것도 시작못하고

맘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네.

벌써 2월인데.

언니들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요것조것, 조사도 하고

소스를 모아놔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네.

 

생존자의 노래도 만들려고 하는데....

 

뭐가 이리 모도 깜깜하노.

 

4. 영성 치유

아침마다 나와 만나는 시간이 참 좋긴 한데,

이것만으로는 내가 만난 영적 체험들을

내면의 힘으로 정착시키기가 어려운 듯하다.

소통에 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싶은데

읽을 때 느낌을 글로 옮기려면 맥이 빠진다.

이런 것도 강박을 가지게 되는 걸까?

 

이리 바쁘게 가서야...

내 힘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겄나.

일에 대한 욕심은 내 뿌리를 성급히 자를 것이며

결국, 무너짐의 반복을 낳을 것임을

명백하게 알기에

날마다, 스스로에게 머리를 쓰다듬는데...

 

불쌍한 내 머리를...

 

쉬엄쉬엄가자.

당장, 해결해야 할 이 경제난부터 어찌 좀 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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