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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가난한 독신남의 억울함

여름:녀름님의 [아동 유괴와 마을.] 에 관련된 글.

 

그런 것 같다.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마을..공동체...

 

얼마전 내가 좋아하는 40대 중반의 독신남 형님들과

오랫만에 만나 동동주에 손두부 놓고 앉아

세상살이 여러 문제를 놓고 수다를 한참 떨고 있는데,

뉴스에서 얼마전 있었던 어린이 납치 미수 폭력 사건의 수사 진행상황을 보도한다.

 

  

 - 정말 큰 일이다.

 

 - 사람들이 자기 상처를 처리하지 못해 약한 것에 복수한다.

 

  - 우울의 시대, 마음이 병들게 하는 세상...

 

 - 저건 정신병자다

 

  - 정신병자이긴 한데, 그게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저렇게 자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고,

    그러고 나서도,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들도 많고,

    심지어, 궤변같은 논리로 병적인 행동을 합리화하며

    생활의 한 방식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 아, 근데, 저 놈때문에 나도 같은 사람 취급받는다.

 

 - 야! 나는 벌써 그런 취급 받아왔다. 우리 아파트 한 통로에 사는 아줌마는

   분명 남편도 같은 회사다니는데, 문열고 있다가 내가 나가면 얼른 문닫는다.

   기분 진짜 더럽다.

 

 - 그러니까, 아파트 살면 안되지. 아파트는 정상가족들만 사는 데 아이가?

   하긴, 나도 요즘은 엘리베이터 타기 무섭다.

   내가 탔는데, 애들이나 여성들이 타면 어쩔 줄 모른다.

   나를 슬금슬금 피하고,  아~ 정말 성을 바꿀 수도 없고...

 

 - 에고~ 행님들도 참 안되었수.

   남성에다가 나이도 많고 독신에 노동자니, 딱, 걸렸수다.

 

 - 방법이 있나. 한동안 오해의 시선을 받고 살아야지.

 

 - 남성 모두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혐의를 받는 것은,

   남성들의 성희롱과 성폭력이 너그러이 용인되는 사회문화의 문제지.

   거봐~ 성폭력 가해자가 국회의원 나오잖아. 이런 문화가 있는 한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 지는

   성폭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거고, 그러다가는 저렇게 모든 남성이 혐의의 대상이 되는 거야.

   억울하면 이런 문화 바꾸는 투쟁을 하는 거 밖에 없쑤다.

 

 - 억울하다. 억울해.

 

 - 게다가, 얼마전 일산어린이 납치사건 때, 수사 태도와 보도 태도를 보면

  이것들이 또 책임을 엉뚱하게 돌리거든...

 

- 그래, 30대 후반의, 반지하에 사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대리운전자에, 독신남...

 

- 왜 그런 정황부터 보도하는 거냐고?

  이건 선정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도적인거야.

  실업의 시대, 불안정 노동의 시대에 집안마다 실업자 없는 집 있나?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찍힌다니?

 

- 지들이 만든 상황인데, 책임을 가난에다 돌려?

 

- 결혼 안 한게 왜 범죄요인이 되는 거냐고?

 

- ㅎㅎ 나같은 독신 여성은 범죄자 취급은 안받는데, 사연이 있거나, 무시해도 되는 사람,

  임자없는 사람정도로 취급받긴 하지.

 

- 돈 있으면 그런 시선을 피할 수는 있지. 고급마을에서 고급으로다 살면...

 

 

씁쓸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여성이지만, 그 뉴스 보도를 보고 상당히 불쾌했었다.

내게도 30대 후반의 일정한 직업이 없는 독신남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모랑 함께 살기에 망정이지, 그는 영락없는 도시 마을의 잠재적 범죄자가 될 뻔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50대를 향해 달려가는 독신남 형님들도...

 

남성중심의 사회,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낳은 불행한 사건들이다.

 

개인의 마음이 병들게 되는 사회문화적 조건과

그것을 처리할 아무런 개인적 방법도, 사회적 대안도 없이 내몰리는 세상,

원하지 않아도 가난해야 하는 세상,

정상 가족을 형성하지 않을 자유가 없는 세상,

가족을 구성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널려진 세상,

변했다 변했다 해도 여전히 여성에게 주어지는 성적 억압이 용인되는 세상,,,,

 

형님들, 그래서 나는 문화운동 할랍니다.

자본주의 말고 대안 세상을 위해,

지금 여기서, 대안을 만들면서 살고 싶소.

싸움을 해도 대안을 유보하지 않을라요.

 

억울하다 생각하지 말고, 같이 합시다.

 

마을...

간단치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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