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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 등록일
    2004/08/14 02:07
  • 수정일
    2004/08/14 02:07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레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漢拏에서 白頭까지

향그런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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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사는 신동엽의 대표작으로 그의 시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첫째, 이 시는 강한 어조로 율격과 맞물려 즉각적으로 침투력을 형성할 만큼 직정적이다. 둘째, 이 시에는 '껍데기'와 '알갱이', '아사달'과 '아사녀', '중립의 초레청', '흙가슴'과 '쇠붙이' 등 그의 시 전반의 핵심어가 나타난다. 셋째, 이 시는 어조와 핵심어가 일체화되어 완벽한 구조를 이룬다. 이 시는 4연으로서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에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만남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아사달'과 '아사녀'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든 석공과 그의 아내다. 여기에 단군 조선의 왕동가 아사달이었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있다. 이들의 만남은 순수한 민족의 화해와 결합의 상징적 표현이다. 이로서 신동엽은 그의 순수성과 화해의 정신으로 현실에 대처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는 '껍데기'를 거부하고 '알맹이'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 시에는 민족의 알맹이인 '아사달'과 '아사녀'의 만남과 출발로써 역사의 질곡을 넘어 새로운 생명 세계로 도약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집약되어 있다. 이들의 만남은 제외적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로써 비역사적이며 거룩한 시간으로 역사의 질곡을 중단시키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들의 만남이 의미하는 결혼이 개인적인 차원, 사회적인 차원, 우주적인 차원이라는 삼중 차원에서 가치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만남은 인류의 원시적 시공간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상징한다. '이곳'에서의 '아사달'과 '아사녀'의 만남은 남여의 성적 결합이 의미하는 재생과 부활의 원형적 상징이다. 따라서 '초레성'은 인류가 현실의 모순과 질곡으로부터 다시 되돌아가야 할 생명 본향적 세계를 의미한다.                        

                                                                                                        -  김완하 -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 "긍적적인 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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