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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에 다녀와서 드는 잡념

  • 등록일
    2004/08/15 02:34
  • 수정일
    2004/08/15 02:34

어제 정오12시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지역공동체(소출력)라디오 전국 지역활동가 전략회의가 있다는 부안성당에 다녀왔다.

 

올해 부안 핵폐기장 지역주민 찬/반 투표 인터넷생중계로 2월 14일 방문한 후 6개월만에 부안엘 다시 찾았다. 

 

2월에 비해 다소 조용(여름휴가철이고, 부안영화제가 격포에서 진행되어서 그렇겠지만)하였다. 지역주민들의 열정 넘치고 생동감 넘치는 볼 수 없었지만, 부안에 들어서는 초입구에 나부끼는 핵폐기장 유치반대 플래카드는 언제 보아도 부안주민들의 공동체성과 힘을 느낄수 있는 상징물이었다.



주민투표가 끝나고 6개월이 지난 지금.... 핵폐기장 문제는 사안은 다소 소강상태(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처럼 사안이 민감하지만...)이지만 작년 온 국민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흘리게 하였던 3보1배(기독교에서는 3보 1도)로 더 유명해진 세만금 간척사업 공사가 다시금 재개되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앞에서는 도룡뇽 소송으로 유명한 천정산 지키기 위해 스님한분이 50일 가까이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 인간들은 무엇이 그리도 탐나는지 보고 즐기도 아껴도 아까울 나무, 숲, 산, 바다, 갯벌, 시냇가 등 자신의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야욕에찬 파괴를 감행하는가? 

 

이세상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으랴.... 인간이 다치지 않는다면 모든 생명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개발 논리와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다. 파괴를 넘어 삶의 터전을 송두리채 갈아치우고 있다.

 

이번 휴가철 강원도 영동고속도로(산이 두 동강나 있는 모습.... 그리고 고냉지 채소를 얻기 위해 밭으로 일군 산 허리를 보면서 내 몸이 짤려나가는 착각이 들었다.)와 전라도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온 이라면 잘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섬뜻함을 느꼈을 것이다.(개인적으로 난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면서 잘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안에서 주변 깎인 산을 보면서 섬뜻함과 자연 파괴 자체를 느낀다.) 전국 1일 생활권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이 파괴는 50여년전 전쟁으로 복구되어 그나마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남한의 강산을 온통 벌집으로 만들어놓았다.

 

누구를 위한 전국 1일 권역화인가? 그리고 전국 1일 권역화를 무엇때문에 하는가? 전국 균등발전.... 발전이 더디면 뭐 경제성장이 좀 먹냐... 중소사업장, 대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이 마당에 환경 복구를 해도 현찮은데 온통 국토를 벌집으로 만들고 남한을 휘감고 있는 백두대간과 소백정간(산맥은 일본이 맥을 끊기 위해 지칭한 것이고, 큰 산이음을 대간, 짧은 산이음을 정간이라고 함... 어떤 책과 EBS 다큐멘터리에서 들었는데 한 8년전이라 무슨 프로인지는 잘 모르겠음...) 그리고 수많은 정간들이 산 이음이 끝기고 있다. 그리고 산 능선을 등산하는 지리산 능선, 설악산 능선, 그리고 수 많은 능선.... 산을 걸으며 산의 높음과 산세의 웅장함에 감탄을 하지만 그 감탄은 그 등산로가 공비토벌 루트라는 것을 알고는 소스라칠 것이다. 지리산과 설악산 그리고 소백산을 간 이들은 그 능선의 시원함과 산세의 웅장함에 감탄하기 전.... 정권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산을 어떻게 파괴하였는가를 한번 생각하면서 걷기 바란다.... 지금 모든 산들은 몸살에 걸려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은 그나마 휴식년이 있어서 산의 몇부분을 보전받지만 그렇지 못하고 보전에서 제외된 무수한 산들이 허다하다. 북한산만 봐도 그렇다.....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뚤리고, 우면산 우회도로가 생겼다. 이로인해 북한산에 살던 너구리들이 먹이사슬의 파괴로 종로에 위치한 비원까지 내려와 인간들이 먹고 남긴 쓰레기더미를 뒤져가며 생을 이어가고 있다. 

 

두 동강나고 생태계가 파괴된 북한산은 동물들의 생태계도 두동강내었다. 비대칭적으로 공생하게 되는 자연생태에서 얼마나 많은 산주인인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일본 에니메이션인 너구리 전쟁이 생각난다.... 그들이 살던 산이 개발로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고자 너구리들은 인간과 한판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개발을 막지는 못한다. 다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인간으로 변하는 변신술을 배운다. 이미 여우들은 변신술을 이용하여 인간 세상에 적응하였지만, 너구리들은 그렇지 못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너구리들은 변신술을 익히는 피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변신술을 배운 너구리들의 각박한 도시생활.... 그들은 자신이 살았던 공간에 대한 과거 추억을 동경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면에서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던 곳에 찾아가 변신술을 배우지 못한 동족을 만나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애니메이션은 끝난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구리 전쟁의 모습은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되고 있다. EBS를 보면 북한산자락에서 내려와 비원을 거쳐서 종로까지 내려오는 너구리 무리의 모습을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보고하였다. 이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일어버린 너구리들의 현실모습이다. 그들은 두 동강난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생활을 진행하고 있으며, 언제 종족이 맥이 끝길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 이렇듯 우리 일상사에서 자연의 파괴는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부안에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마치 슬라이드 영화의 한장면이 지나가듯 이전에 보았던 환경다큐, 애니메이션, 그리고 지금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도룡농소송의 주인공인 스님, 삼보1배(기독교는 삼보1도) 그 처절함.... 무수한 환경 그리고 산업화의 재앙이 조여오고 있음에 경각심이 든다.

 

위 사안들을 생각하면서 부안 지역공동체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지난 4.15총선 부안은 무엇을 하였던가? 지역공동체로서 부안민은 하나였다. 아직도 부안민은 하나다. 핵폐기장 문제와 세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은.... 그렇지만 핵폐기장 철회, 세만금 사업 철회가 되었을때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총선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지역결합한 전북지역활동가들 사이에서 고민은 있었으나 전체적인 고민사안으로는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성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하는 지에 대한 지향이 없었다.

 

부안이 놓인 사안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생존이라는 굴레에 놓여있던 지역민은 평상심을 되찾고 이전이 기억들을 추억과 과거사로 돌리고 생계로 돌아갈 것이다. 일부 이 투쟁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역활동가들 이외에는.... 그러면 부안투쟁은 그야말로 자생성의 굴종이라는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를 각인한 활동가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부안의 무력감에 대해 각성을 일정정도 한 후 지역공동체 형성과 유지발전을 위한 부안지역언론을 출범시켰고, 이번 부안영화제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와 지역언론의 출범만으로는 지역공동체를 유지존속시킬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부안 지역공동체의 형성은 철저히 정경투쟁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각인하여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위한 조건과 행사를 무수히 개최되어 보았자 지역현안을 좌지우지할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부안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부안은 다음 지자체를 이제는 준비하여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기반한 풀뿌리 조직의 시발로 부안은 모델을 넘어 하나의 지역 정치세력화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부안을 부안민이 주인행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둘 이러한 공동체는 민초들 또한 정치를 통해 지역현안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남겨야 한다.

 

정치가는 정치학을 공부하거나 학식을 갖추거나 허울좋은 덕망(재력이 있으면 덕망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정치학은 돈의 정치학이기에.... 그들이 돈을 쓰고 싶어서 쓰겠는가 철저히 자신의 입신양면과 부귀영화를 위하여 돈을 쓰지.... 양심적인 자본가는 없다. 철저히 계산속에서 그들은 돈을 빼팅한다.)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현안과 지역민이 목소리 그리고 불편에 귀담아 들으며 발로 몸으로 행위로 뛰는 지역민의 일꾼이다. 부안은 지금까지 위 수순을 밟아 왔다.

 

이제 정치적 실험을 시행할 때이다.

부안을 부안민에게 돌려주는 부안공동체로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이것은 정치를 부안민이 해야하는 것이다. 얼마남지 않았다. 지역공동체에서 형성된 민주주의 기반으로 부안민에게 가장 적합한 이를 지차제장과 지차체 위원으로 설정하여.... 그들과 끝임없는 대화와 존재성을 획득하여야 한다.

 

부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실험에 박차와 핵폐기장/세만금 사업 완전철회를 바라며....

 

부안이 보여준 지역민의 힘에 감탄하면서 개인적 생각을 끌적여 보았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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