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네팔 친구들과 보낸 하루....

  • 등록일
    2010/11/09 22:10
  • 수정일
    2010/11/09 22:10

인도네시아 아쎔 소식, 스리랑카 란사 소식, 그리고 필리핀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소식, 태국 사망자 응급의료지원 및 장례 관련 소식, 베트남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 추락 사망사 소식 등으로 뒤숭숭한 센터에 네팔 친구들이 사업장 변경과 한글교실을 위해 찾아왔다.

 

오산 인근 소재 사업장에서 잔업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벌어진 사건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래서 현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속과정에서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11월 하순부터 진행된 한국체류관련 교육과 관련하여 일정을 함께 논의하였다.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센터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동양을 알아보기 위해 간만에 나왔다고 한다.

 

네팔 친구들이 일을 마치고 간만에 네팔 요리를 해주었다. 네팔 명절인 다사인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그 감흥에서 인지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사온 닭을 가지고 맛난 커리를 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자리에서 이주노동자이기에 억울한 사연 들으면 끝도 없고, 그냥 주일 하루를 즐겁게 그리고 먼저간 친구들 그리고 떠난 친구들을 기리며..... 부디 몸 건강하게 자신들이 뜻하는 바를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요리를 만들었다.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만드는 요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접 가져온 생강, 마늘, 토마토, 양파, 닭, 여러가지 잎사귀들을 손질하며, 커리를 만들 준비를 한다.

 

냄새가 진동한다.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카레와 후추를 볶는데.... 왜이리도 매운지.... 그래도 신나게 요리를 부엌에서 준비하고 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분주히 준비한 음식... 반찬은 없지만 닭요리 하나를 하면서 서로들 분주히 그/녀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손길에서 정성 어린 음식임을 짐작만 해본다.

한 두시간 준비하여 만든 음식.... 한국요리의 닭도리탕과 비슷한 요리이다. 다르다면 네팔의 향신료들을 사용하여 만든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지만 그래도 음식의 빛깔과 맛은 닭도리탕과 비슷하다. 달지도 않고 짠맛이 나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가 음식에서 풍긴다.

밥에다 그 닭요리를 비벼서 먹는데... 네팔분들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팔어로의 소통 미소를 뛰면서 이야기한 모습들 속에 한국에서의 고단함이 배겨나 있음을 느낀다. 자국어로 이야기하고 자국의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분들.... 그렇지만 유독 휴일 때면  미등록이주노동자 그/녀들은 아마도 향수병에 시달리지 않을까? 돌아갈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고국.... 돈을 벌기위해 가족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가난이라는 멍보다는 마음의 멍을 생각하게 만든다.

하염없이 전화기를 붙들고 울음을 쏟아내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봐야 하는 상황... 무엇이 그/녀들을 한국에 묶어놓았는지 돈이 그/녀들을 묶어 놓고 있지만 이도 세월이 흐르면 점차 희석화된다. 돈보다 자국의 어려움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이주노동자 그/녀들.... 일부에서는 그/녀들을 보고 얼마나 돈을 벌었냐.... 고국에 가면 이제 번 돈으로 평생 호강하면서 살겠다 조롱어린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에서의 노동자로서의 삶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고단함의 연속이고, 멸시와 괄시라는 일상적 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아픔을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 이주노동자 모두가 한국에서의 삶을 무엇으로 규정하겠는가? 일부에서는 한류열풍이니 하지만 한국인의 곱지 않은 시선은 그 한류가 진정한 한국인의 모습이 아닌 일부 부유한 이들의 이야기임을 알아나가는 이주노동자 그/녀들.... 코리안드림이라는 말은 결코 환상에 불과한 상황임을 직시한다.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으로 인해 일상생활은 불안의 연속이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안잡힌 것에 대한 안도와 주변 동료들이 공장에서 잡혀갈때마다 그 불안감에 휩싸여 늘 두통처럼 되어버린 그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만남에서 반가움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주노동자들이 정성을 넣어 만든 음식을 먹을때면 늘 미안하고 죄스럽다. 잡히지 말라고 그리고 노동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비자 부여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일상적 말밖에 해줄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음식을 먹는 동안 늘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별로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한국인은 주는 것이 없는데.... 이주노동자 그/녀들에게 받기만 한다. 그래도 함께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준비하며 함께 살아 가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