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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도현] 9월이 오면

  • 등록일
    2011/09/23 19:47
  • 수정일
    2011/09/23 19:48

9월이 오면 / 詩;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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