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밤의 적막함을 간만에 느낀다.

  • 등록일
    2004/12/16 03:02
  • 수정일
    2004/12/16 03:02
이전 난 이 시간대에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졌었다. 올해 8월 말까지 나의 삶은 저녁 아니 새벽에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잡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오산에 내려와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삶을 접하고 일을 다니고 있다. 이 일도 이번달이면 끝이 난다. 그리고 내가 담았던 기억들을 정리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끄집어 내어 정리하겠지... 그러나 이 정리하는 작업은 잘 하지 못할 것 같다. 왜 난 정확히 말해 그들이 아니기에... 난 그 치열함이나 처절함에 대해 느끼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남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다만 난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만 할뿐이다.


그들을 조직해야 한다는 당위는 사라지고 그들로 부터 삶을 하나씩 새롭게 배워야 한다. 내가 그들의 삶에 뛰어들지 않는 이상 난 그들 삶의 표피만을 이해할 뿐이다. 삶으로서 그들이 겪을 고통이나 분노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짧은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오래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앞으로 일 나가는 날도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난 다른 삶을 살ㅤㄱㅖㅆ지... 뭐 운동이라면 운동이고 아니라면 아니겠지... 아쉽다. 처음 용역일을 나갈때의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이 짧은 기간 용역아저씨들과 친해진 상태에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참 마음에 걸린다. 떠나보내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조건에서 만날 수 있을까? 용역 아저씨들이 내가 지금 이렇게 와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떠한 기분일까? 잠시 아르바이트로 돈 벌러왔다고 생각할까? 아닐 것이다. 서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으로 대했는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일 팔려 나가기 전 짧은 아침시간에 나에게 해주었던 진심이 가득한 충고... 용역보다 공장에 들어가 안정된 직장을 잡아라...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아 열심히 살아라... 일이 없더라도 용기를 내고, 오늘 일이 없으면 내일엔 일거리가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살아라 등등 온갖 격려와 충고를 해준 아저씨들은 허망할 뿐이다. 정확히 말해 자신들을 이해하러 왔다는 자체부터 기분이 나쁠 것이다. 아니 거짓말을 하고 일 다닌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 것이다. 용역은 공장과 조건이 다르다. 공장이야 일하러 왔다하면서 천천히 사람들을 알아가며 하나둘씩 자신은 어떠한 사람인가?를 밝히면 되지만 용역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건설일용직노동자가 되어 조직되지 않는 이상 조직하기는 녹녹치 않다. 이유야 뭐 많겠지만 일단 용역 사장이 일거리를 아예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일을 잘 하지 않는 이상 건설일용직노동자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이에 정리하는 지금 머리가 조금 복잡하다. 정들자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내가 함께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던 분들과 더이상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고 술나누어 먹고 함께 웃고 욕하는 지껄이들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용역 잠시나가는 동안 참 행복했다. 내가 노동을 하였다는 것... 착취와 억압을 떠나 노동의 의미를 몸으로 배웠다는 자체가 기분좋다. 늘 노동을 해야 한다 이야기 하지만 나부터 입으로만 노동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차에 직접 몸을 써가며 일을 해보니 처음 땀이 나고 온 몸이 쑤시고 그랬는데 이제 적응이 되어 어느정도 몸은 괜찮다. 다만 일머리를 몰라 일할때 해맬뿐이다. 열심히 일할려구 노력은 하지만 몸으로 터득되지 않는 일이 어찌 쉽게 다가오겠는가? 어떠한 말을 하고 떠날까? 고민이다. 공장에 취직했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사실데로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다. 사실데로 말하는 것이 올바르지만 그 분들이 이후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참 나란 인간도 어쩔수 없는 속물이다.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마무리를 잘하고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나눠줄께 너무 적다. 아니 없다. 받은 것은 너무 많은데.... 마음으로 받은 것만해도 이후 살면서 갚기 어려운 것들인데.... 내가 뭐 나눔을 실천할게 뭐 있겠는가? 함께 어울리는 것 이외엔 없다. 아저씨들 미안해요. 저 아저씨들에게 많은 것 받은 만큼 열심히 살ㅤㄱㅖㅆ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 처지 이야기 못한 것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살면서 하나씩 아저씨들에게 받은 만큼 배풀겠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주지 못하지만 함께 어려울때 나누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남은 날 일이 비록 없지만 그래도 아저씨들이 곁에서 여러 조언을 해주어서 저 2달간 참 행복하게 일 다녔습니다. 아저씨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들이 말해준 것 처럼 용기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