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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아버지 손등 힘줄 같았던 골목이

  • 등록일
    2004/12/16 08:48
  • 수정일
    2004/12/16 08:48
그래도 키 낮은 골목에는 사람이 아직 살겠거니, 했다. 북한산 그늘이 깊은 수유리 목을 빼면 셋방 가구 등속이 보이는 골목들 고개 숙이며 드나드는 사람들 속에는 아직 사람 같은 그 무엇인가 깃들여 뜨겁거나 때로 덜컹댈 것이었지만, 살 부벼댈 오래 된 마음들 있겠거니 했다. 해서 등꽃 파랗게 피면 삶은 아직 삶아진것이 아니라고 감나무에서 감 덜 익은 것 떨어지면, 그게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솎아냄이라고 올 사람 없지만 현관에 불 밝히곤 했다 공휴일 저녁, 잔광이 훤하게 수유리를 덮고, 쉰두부 파는 아저씨 요령 소리 골목에 자욱해서, 반바지 입고 골목길 도는데, 아, 늙은 아버지 손등 힘줄 같은 골목길에 사람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열러 있는 모든, 키 작은 창문에서는 주말 연속극만 왕왕거리며 넘쳐났다. 키 낮은 골목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현관 불을 꺼버렸다. 마감 뉴스 시그널이 들려왔다. 이문재 시집 "마음의 오지"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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