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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이제는 키신저를 체포할 차례

  • 등록일
    2005/01/03 17:54
  • 수정일
    2005/01/03 17:54
피노체트와 함께 칠레 민주주의 무너뜨린 공범 이종태 기자 jtlee@digitalmal.com 로저 버바하 노워커 대학 교수, 폴 칸토 「국가 테러리즘과 지구적 정의」 저자 출처 : 「Pacific News Service」 12월 14일 칠레 정부가 드디어 피노체트 장군을 체포했다. 피노체트는 지난 1973년 야만적인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1990년까지 칠레를 철혈 통치한 인물이다. 이젠 미국이 닉슨 전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를 체포할 차례이다. 그 죄목은 물론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배후조종해 미국 법률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 칠레 아옌데 정권의 몰락을 그린 영화, '산티아고에 비는 내린다'의 포스터. 피노체트가 집권하기 이전의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활력적인 민주주의로 명성이 자자한 나라였다. 칠레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가 존재했다. 이 나라엔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색깔의 정당들이 존재했는데, 이 모든 정당들은 국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칠레엔 수많은 신문과 잡지, 라디오 방송국이 있었으며, 각 매체는 정치적 색깔에 관계없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문맹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뒤엎은 자가 바로 키신저의 지원을 업은 피노체트였다. 피노체트 군사정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정당 및 칠레의 최대 노조를 불법화했다. 또 언론을 검열했으며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맑스주의 선전물이라며 관람을 금지했다. 피노체트 군사정부는 공공연하게 분서갱유를 자행했는데 "그 규모가 히틀러 전성기 때에 필적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도 보도한 바 있다. 피노체트는 대학에서 학생, 교수들을 쫓아내고 군부 장성들을 총장으로 앉혔으며 이 체제에 반대하는 수천여 명의 시민들을 체포해서 고문하고 살해했다. 이렇게 살해된 사람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포크 가수 빅토르 자라, 칠레군 최고 사령관 카를로스 프라츠, 전 부통령 조세 토하, 쿠데타에 반대한 공군 장성 알베르토 베첼레트…. 유엔과 미주기구, 국제사면위원회 등은 이미 피노체트 체제가 정치범 고문과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당시 24세였던 한 젊은이는 “발가벗겨진 뒤 전기고문을 당했다. 고문기술자들은 젊은이의 팔과 다리, 고환을 전선으로 엮은 뒤 고문을 시작했다.” 『뉴스위크』1975년 5월 31일자는 이렇게 보도했다. “칠레 비밀 경찰은 심문할 시민들을 매일 색출한다. 어떤 이들은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주 동안 감금되는데 대다수가 고문을 당하며 이중 일부는 영원히 어디론가 사라지게 된다.” 한마디로 칠레는 악몽의 사회였던 것이다. 심지어 피노체트는 지난 1990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넘긴 뒤에도 군부의 수장으로 남아 칠레의 정치를 계속해서 전횡했다. 칠레가 과거사를 청산하기로 결단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피노체트 자신을 포함해서 살인과 고문을 자행한 자들이 띠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칠레에서 피노체트는 미국에서 키신저와 동등한 입장이었다. 어떤 죄를 저질러도 처벌 당하지 않는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칠레인들이 '폭군'을 처벌하기로 결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세건의 사건이 전개된 뒤이다. 첫 번째, 지난 1998년 영국을 방문 중이던 피노체트가 스페인 판사에게 반인륜 범죄로 기소당해 가택연금되었던 사건이다. 두 번째, 피노체트의 부정축재에 대한 기록이 출간되었다. 세 번째, 피노체트 하에서 자행된 4만5천여명에 대한 상세한 '고문 보고서'가 나왔다. 그래서 현재 89세의 전직 독재자는 자신의 조국인 칠레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자신이 재판을 받기엔 너무 늙었고 무기력하다는 것을 호소하면서 기소를 피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1975년 미국 상원에서 발행한 「칠레에서의 비밀작전」 등 수많은 기록들은 키신저가 CIA 등 정보기관을 이용해 아옌데 정권을 흔들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키신저의 동기는 자신이 공산당 정부로 여기는 것이 남미에서 거점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없다. 아옌데가 당선된 직후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나라 국민들의 무책임함 때문에 그 나라가 공산화되는 것을 우리가 그냥 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피노체트의 체포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것에 책임 있는 헨리 키신저 등 미국 인사들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질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 한 세계는 미국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해외에 퍼뜨리고 싶어한다고 공언할 때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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