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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독도

  • 등록일
    2005/03/20 08:34
  • 수정일
    2005/03/20 08:34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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