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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오는 方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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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 등록일
    2014/01/14 07:35
  • 수정일
    2014/01/14 14:35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신경림

새벽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길고 오랜 비바람 속에서 태어나고
백날 백밤 온 세상을 뒤덮는
진눈깨비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어둠을 몰아내는
싸움 속에서 태어난다
비바람을 야윈 어깨로 막는
안간힘 속에서 태어나고
진눈깨비 맨가슴으로 받는
흐느낌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먼저 산길에 와서
굴 속에 잠든 다람쥐를 간지르고
풀잎을 덮고 누운
풀벌레들과 장난질치지만
새벽은 다시 산동네에도 와서
가진 것 날선 도끼밖에 없는
늙고 병든 나무꾼을 깨우고

들일에 지쳐 마룻바닥에 쓰러진
에미 없는 그의 딸을 어루만지짖만
새벽은 이제 장거리에 와서
장사 채비에 신바람이 난
주모의 치맛자라에서 춤을 추고
해장국집에 모여 떠들어대는
장꾼들과 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어둠을 영원히 몰아내리라
굳은 다짐 속에서만 밝는다
비바람 진눈깨비 다시 못 오리라
힘껏 낀 어깨동무 속에서만 밝는다
다람쥐도 풀벌레도 산짐승도
늙고 병든 나무꾼도 장꾼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하나로 어깨동무를 하고
크고 높이 외치는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중에서....

p.s 새벽 아우성이 소리소문 없이 이 땅 이 겨울 공장앞 길거리 농성장에서 외치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투쟁의 장에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새벽을 준비하고 동지들과 함께하는 크고 높이 외치는 아우성 투쟁의 구호성에서 새벽을 신새벽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어둠의 시대에.... 노동의 횃불을 새벽의 아우성을 일으키며 불러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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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은] 일인칭은 슬프다

  • 등록일
    2014/01/12 07:27
  • 수정일
    2014/01/12 07:30

일인칭은 슬프다

고은

슬프다 깨달음은 어느새 모습이 된다
지난 세기 초
혁명 뒤 소비에트 시인들은
'우리들'이라고만 말하기로 했다
'우리들'이라고만
시인 자신을 부르기로 했다
황홀했다
그 결정은
폿설 때문에
거리에 나가지 못한 채
방 안에 서성거릴 때도 유효했다
저 혼자
'우리들.......'이라고 맹세했다
거울 저쪽에서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느 화창한 날
뛰쳐나온 마야꼽스끼도
'우리들'이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는 거리의 시인이었다
어디에도 '나'는 허용되지 않았다
'나'는 죄악이었다
'우리들'
'우리들......'
오직그것만이 주문(呪文)의 권력이 되었다

차츰 하늘의 저기업이 눌러댔다
어른꽃들 누누이 짓밟혔다
혁명은
혁명을 먹었다
모든 아이들의 공에서 바람이 빠져갔다
'우리들'도
팽팽한 대기 속에서
바람이 빠졌다

누가 대담하게[
'나는 사랑한다'라고 섰으나
아직
'우리들은 사랑한다'라고 읽는 습관이 남아 있었다
겨울 눈이 다 녹지 않았다
몸은 늘 불안하다

지난 세기 말
소비에트가 죽었다
바르샤바조약 국가들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갔다

그 이래
시인들에게 온통 '나'뿐이다
'나'로 시작해서
'나'로 하루가 저물었다
'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신도 '나'의 다른 이름이었다

오늘 환태평양
'우리'와 '나'의 유령들을 무한한 파도에 묻는다
누가 태어날 것인가
'우리'도 아닌
'나'도 아닌 누가 태어날 것인가
파도는 파도의 무덤이고 파도의 자궁이다

...고은 시집 "마치 잔치날 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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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진숙] 걱정마

  • 등록일
    2013/12/27 13:02
  • 수정일
    2013/12/29 07:58

우리내 이주여성들 삶의 단면을 이야기하는 잔잔한 시....

함께 살아가는 이주여성들 그래도 자녀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엄마입니다.

그 엄마들의 시가 눈에 들어오네요.

 

걱정 마

 

정진숙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

나영이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고,

 

알림장 못 읽는

준희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고,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

영호 아저씨 각시는

몽골에서 시집와

 

길에서 마주쳐도

시장에서 만나도

말이 안 통해

그냥 웃고만 지나간다.

 

이러다가

우리 동네 사람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그래도 할머닌

걱정 말래.

 

아까시나무도

달맞이꽃도

개망초도

다 다른

먼 곳에서 왔지만

해마다 어울려 꽃피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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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눈[雪]․나무․숲

  • 등록일
    2013/12/18 10:48
  • 수정일
    2013/12/18 10:48

겨울․눈[雪]․나무․숲

 

기형도

 

눈[雪]은

술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찬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假面을 벗는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窓 너머 숲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淸潔한 죽음을 確認할 때까지

나는 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距離을 두고

그래, 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完壁한 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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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연대의 詩

  • 등록일
    2013/12/17 09:30
  • 수정일
    2013/12/17 09:30

밀양 연대의 詩

 

김일석

 

산이 운다
백마 승학의 산마루 타고 넘던 새들도
화악산 줄기의 뭇 생명과 어울려
자유로이 뿌리 내리던 칡넝쿨 산딸기
패랭이꽃 도깨비풀도
바람에 떠다니던 월세 전세를 거쳐 마침내
밀양에 온몸을 박은 갈참나무도 울고
저 다소곳한 평야 감싸고 돌며
수천 년 흘러온 강도 운다
그 산과 강에
여생을 의탁하고 땅 일구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핵 마피아와 권력의 사주를 받은 한전과 경찰이
사람들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수도 서울의 똥구멍을 닦는 사이비 권력이
밀양을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수억 년 융기와 침강을 되풀이하며
자연이 내린 축복의 땅 밀양을
에너지 전환정책 하나 만들지 못하는
무식하고 무능한 권력이
오늘도 개들을 풀어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할매 할배들을 문다

 

뭐, 지역사회를 위해 희생하라고?
뭐, 국가발전을 위해 참으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밀양에서 떠나라
바드리에서
동화전에서
보라마을에서 당장 떠나라
도곡리에서 평밭에서
당장 떠나란 말이다
대체 얼마나 죽어야겠느냐?
기어이 다 죽어야겠느냐?
다 죽일 셈이냐?
그래, 정말 그렇다면 다 죽여라
다 죽여서
내 가슴에 89번 철탑을 박아라
저 할매의 심장에 95번 96번을 박고
저 할배의 폐부에 100번을 박아라
칠십 육만 오천 볼트를 박으란 말이다

 

더는 괴롭히지 마라
잡아간 사람들 다 내놓아라
그리고 여기 억울해 떠나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 영혼 하늘로 편히 가실 수 있게
네놈들도 이 앞에 무릎 꿇어라
무릎 꿇으란 말이다
네놈들은
밀양이 무너지길 바라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아
우리가 서로 지키고
서로 사랑하는 한
단 한 순간도 무너지지 않아
우린 이미 형제가 되고
어머니 아버지가 되었거든

 

밀양 투쟁~!

 

P.S 폐친이진 김일석 선생님이 밀양투쟁문화제에 낭독한 시... 밀양 시낭독 영상을 보니 끝내 참았던 눈물을 토하셨다. 이전 아침 병원나서는 길 이 시 낭독을 보고 눈물 찔끔 흘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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