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올해 농사 같이 지어요!

 

한 며칠 날이 풀려 스스로 마련한 올해의 영농 지침에 따라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실파가 자라는 화분 몇개, 미나리를 담은 상자 그리고 달래와 상추, 돌나물을 텃밭으로 가져다 옮겼다.

손수레를 끄는 나를 보고 동네 꼬마들이 몰려와서 좋아라하고 짐칸에 올라탔다.

수레를 끄는 한마리 염소가 된 듯한 기분.

아이들은 새끼 돼지들마냥 괴성을 지르면서 난리를 피웠다.

그 짐승같은 꼬마들과  호미로 땅을 파서 달래, 상추, 돌나물을 심었다.

응달의 흙은 녹지 않아서 딱딱했다.

나중에 미나리와 파를 적당한 곳에 심고, 실파 화분은 햇볕이 잘 드는 곳에다 놔뒀다.

저녁에는 채소를 심은 흙 위에 비닐을 덮고 벽돌을 군데 군데 배치했다.

3월은 아직 멀었는데, 급한 성격에 텃밭을 벌써 만들었다.

잠자리에서 누워서 낮에 심은 식물들을 떠올리자니, 텃밭을 만든게 잘한 짓인가 싶었다.

농사를 지으려면, 태양과 구름의 걸음 걸이에 맞춰서 일해야 하는데.

난 사실 그럴 자신이 없다. 쩝.

 

머잖아서, 볍씨를 뿌릴 모판에 흙을 담는 작업이 시작 될것이다.

대부분의 농사를 기계에 의지하지만, '상토' 작업만은 사람 손을 필요로한단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로 농활을 와줬으면 좋겠다.

농사 짓는 것이 곧 싸움인 대추리에는 흙을 움켜쥘 병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

100만평을 농사 짓는 데 영농자금이 최소한 5억원은 있어야한다는데...

 '한평 지키기' 모금 액은 아직 천 만 원에도 훨씬 못미친다.

3차 평화 대행진 때 지킴이들이 그토록 '수익 사업'에 목매달았던 것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농사 자금을 대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제발,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한겨레 21에 매주마다 나가는 평택 관련 기사를 읽고, '한평 지키기 운동'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평택에 나가서 어제는 친구도 만나도, 두 손 가득 먹을 거리를 사서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마을 가까이 이르러서...

대추 분교 못미친 길가 공터에, 전경 버스 한 대가 보였다.

언젠가부터 평일에도 전경들이 마을 입구에 서서 어슬렁 거린다.

젊은 날을 저렇게 심심하게 보내야하다니, 전경들이 안쓰럽다.

전경들을 안쓰러워하는 나는 밤이 되면은 '티라노사우르스'의 추격을 피해서 도망치는 꿈을 꾼다.

꿈에서 '쥬라기 공원' 한 편을 찍는 셈이다.

그런 험한 꿈을 꾸다가 잠을 깨곤 하지만, 눈을 뜨면, 따뜻한 이불 속이다.

강제 철거 용역 반원들이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따뜻한 방에서 겨울 밤을 보내고 봄을 맞았다.

거리에서, 텐트 안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했던 철거민들에 비하면 나는 호강하고 산 셈이다.

 

올해에 벼농사를 지어 가을에 수확을 하면, 그 쌀을 '한 평 지키기 운동'에 참여한 분들 뿐만 아니라 북한 동포, 저소득 계층 분들과 함께 나눠 먹을 계획이라고 한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건데, '285만 평 한평 지키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