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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 정권, 공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다

2MB 정권, 공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다

발전, 가스에 이어 철도공사도 단협해지 통보해
 
11월 24일 오후 7시경 철도공사 측에서 철도노조에 단체협약해지를 통보했다. 철도공사는 이 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교섭 자리에서 기존 입장보다 더욱 더 후퇴된 안을 새롭게 들고 나와 막무가내로 노조의 양보만을 종용하다 교섭이 파국으로 치닫자 오후 7시가 되어 기습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철도공사의 단협해지통보는 지난 5일 발전노조, 11일 가스노조에 이어 대규모 공기업 사업장 노조에 대한 3번째 단협해지다. 철도공사의 이 같은 행보는 올 상반기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사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허준영 사장은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노조 측의 사장취임반대 기자회견을 빌미로 31명의 조합원을 곧바로 고소했으며,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철도노조와의 본 교섭을 모조리 거부해왔다. 이는 사상유래가 없던 일로써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고, 이후 10월 9일에는 운전조합원의 하루 파업을 이유로 42명, 11월 5, 6일 1차 파업을 이유로 155명이 추가로 고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10월 26일에는 노조핵심 교섭위원을 포함해 3명이 해고되었고, 11월 4일에는 2년 전 노조활동을 이유로 12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철도노조 중앙쟁대위는 2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월 허준영 사장 취임이후 총 51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이 고소고발 및 입건조치 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적했듯 이 같은 철도공사의 단협해지 통보와 일련의 노조탄압행위들은 발전, 가스공사에서의 단협해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활동을 말살하기 위해 직접 칼을 빼들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매월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점검해 제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 역시 기획재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이후 모든 노사문제에서 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직접 주도할 것이라고 전해왔다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공기업 사장자리마다 줄줄이 MB라인 인사들로 채워지고, 촛불집회로 잠시 주춤했던 공기업선진화방안이 다시금 본격화되면서 각 공기업마다 수천명에 달하는 인력감축 계획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민주노총 산하 대규모 공기업 노조 파괴에 앞장서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리인 격으로 기획재정부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준수와 합법파업에 발목잡혀있는 공투본 총파업
 
정부의 이러한 공격에 대항하여 철도, 발전, 가스 노조 등 8개 공공부문단위노조에서는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6일 하루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예년에 비해 많은 조합원이 집회 일정에 참여하고, 3개 노조가 연대하여 동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달라진, 기존에 비해 더 나아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필수유지업무 때문에 파업의 효과는 예전 같지 않았다. 정부와 사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전혀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필수유지업무로 인해 파업의 효과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노리고 사측과 정부는 보란 듯이 11월 6일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발전노조에 단협해지를 통보했고, 닷새 후인 11일 가스공사에 대해서도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철도공사 역시 끝까지 본 교섭을 거부하는 듯 하다가 철도노조에서 11월 5, 6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하자 본 교섭은 아니지만 집중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이전과는 약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여 본 교섭 고수 입장을 관철시키지 않고 특별 교섭팀 구성에 합의하였으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확정되었던 쟁의일정(11월 14일~22일)까지 미루었다. 하지만 결국 사측으로부터 단협해지가 통보되었고, 이를 통해 사측은 애초부터 이 문제를 노조와 교섭으로 풀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단체협약 없는 노조는 종이 호랑이일 뿐
싸우지 않는 노동자, 권리를 빼앗긴다
 
철도노조는 26일 새벽4시를 시작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기존과 마찬가지로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불법파업을 각오하고 하루아침에 필수유지업무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 투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도, 발전, 가스 노조 현장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에게 지금의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지속적으로 일깨워야 한다. 사측은 벌써부터 단체협약 없이도 정년 보장과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래 위의 성일뿐이다. 투쟁으로 단체협약을 지켜내지 않으면, 싸우지 않으면 결국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빼앗겨 버리게 될 것이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심화된 노동유연화로 인해 사회 곳곳 전 산업적으로 비정규직화가 진행된 지 오래다. 이제 이명박 정권은 마지막 남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마저 없애기 위해 공기업 노조부터 목줄을 죄고 있다. 단협해지가 통보된 이후 6개월이 지나면 기존단체협약이 자동으로 소멸된다.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이 6개월이라는 시간을 두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6개월 이후에 정말 단체협약이 소멸될 것인가, 아니면 6개월 안에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간신히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6개월이라는 시간 계산 이전에, 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해낸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권리자체가 뿌리 뽑혀 나가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노동자 대투쟁이 있기 전, 20년 전 무주공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도, 발전, 가스 노조의 투쟁이 실패하여 단체협약이 없어지거나 있으나마나 한 반쪽짜리 단체협약으로 개악된다면 남한 자본가들과 이명박 정부는 더욱 더 일치단결하여 지금과 같은 공격의 추세를 밀고 나갈 것이고, 이 같은 흐름이 즉시 다른 공기업 노조들, 서울지하철노조나 도시철도노조 등으로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발전, 가스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공동투쟁의 흐름이 굳건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개별 단위의 이해에만 집중하는 순간 각개격파 당할 공산이 크다. 공동투쟁의 흐름을 명확히 하고, 다른 공공부문으로 연대투쟁을 확산시키는 일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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