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일다펌]나랑 똑같애..ㅎㅎㅎㅎ

사용한 지 4~5년 된 밧데리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다..ㅋㅋㅋ 한 칸 짜리 밧데리..ㅋㅋ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참세상펌]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언니, 다문화라는 말이 싫어요! ”

[인권오름] 다문화 가정의 한국여성들

정혜실(다문화가족협회) 2010.08.04 16:15

파키스탄 커플가족들의 오랜만의 외출

7월의 더위를 날리고 싶고, 아이들과도 놀아보고, 일하느라 바쁜 남편도 쉬게 할 겸 가족캠프를 계획했다. 때마침 파키스탄 커플모임의 회원 한 분이 다문화가족협회 차원보다는 우리끼리 가서 수다도 떨고, 아이들과 물놀이도 하고 싶다며 제안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 작년 모두 7월이나 8월에 다문화가족협회 차원의 캠프가 있었지만 올해는 없다. 여러 자조모임들이 함께 꾸려가는 협회는 각각의 자조모임들이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프로그램이 많아 여름 내내 이 캠프, 저 캠프로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조모임 중 파키스탄 이주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모임인 파키스탄 커플모임으로서 우리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계획을 세우고 대부도로 향했다. 계획과 달리 남편들이 가족들을 부양하는 일 때문에 바쁘거나, 다른 계획들이 있어서 많이 동참하지 못했다. 오직 같이 간 일곱 가족 중 한 가족만이 아빠랑 동참을 했다.

경기 창작센터의 이사님의 도움으로 경기영어마을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또한 그곳의 선생님들께서 ‘사진앨범 만들기’라는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셔서 가족들이 사진도 찍고 기념앨범도 손수 만드는, 재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프로젝트도 아니고 어디서 재정을 지원받은 것도 아니지만, 아는 분의 도움과 약간의 회비 그리고 직접 준비해 온 맛있는 양꼬치와 오리훈제로 바비큐를 해먹으며 가족들은 오랜만의 외출을 행복해 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간만에 우리끼리 추억만들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6년 전쯤 발안의 한 별장에서 그렇게 한 때를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 때와 지금의 달라진 상황과 변화의 과정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깊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밤새 수다로 풀어내었다.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얘기를 나누다 누군가의 입에서 “언니 ‘다문화’라는 말이 싫어요! 그리고 짜증나요!”라는 말이 나왔다.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인 즉 최근에 다문화가정프로그램 공고를 보고서 신청을 했더니 결혼이민자여성이 아니라고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다. 아니 자기는 한국 사람이지만 남편이 이주남성인데, 왜 그런 프로그램은 꼭 결혼이민자여성만이 해당이 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문화’관련 지원은 모두 이주여성들만 해당된다고 하면서 이게 무슨 다문화지원정책인지 요즘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 차별에 대해 주최 측에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도 없다면서 도대체 왜 그런 거냐고 했다.

10%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을 위한 다문화정책, 그것도 대상화되고 있어

그렇다! 외국인 백 만 시대에 필요한 ‘다문화정책’이라며 쏟아져 나오는 각종 지원프로그램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우리처럼 이주남성과 결혼했거나 이주노동자가족이거나 난민일 경우에는 지원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나,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장벽들이 놓여있다. 한국으로 유입된 전체 이주자들(유학생 등 포함) 중 한국산업사회의 노동인력을 구성하는 이주자들이 59%에 해당되고 결혼이민자는 겨우 10%를 좀 넘기고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다문화관련 프로그램은 그 10%를 위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당사자인 결혼이민자여성은 그 많은 프로그램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이 단체로 저 단체로 동원되거나 중복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 그 스스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기능하면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 있다. 즉 결혼이민자여성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동원 대상으로서 이용당하면서 단체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대상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복지의 수혜자로서 피동적이고 뭔가 부족한 사람들로서 낙인찍히는가 하면, 결혼이주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 기회들을 자꾸 박탈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들은 자조모임을 꾸리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런 프로그램에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을 연구대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터뷰를 거절하는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이 왜 인터뷰하기가 힘드냐고 물어온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자는 기사 기획만 하면 인터뷰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어떤 대학의 한 부설기관은 자신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2, 30명 모집은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참여자가 없다고 야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남성과 사는 가정들은 해당되지 않거나,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사진설명정부가 추진하는 다문화는 무엇일까? 법무부는 한쪽으로는 이주노동자를 무작위단속추방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다문화를 외친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주최하는 다문화생활체험 수기를 모집홍보( 법무부 홈페이지)
 


이주남성과 결혼한 가정들이 받는 차별과 ‘다문화에서도 배제’되는 차별적 현실

이주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들의 삶은 과거에 한국사회가 가져왔던 편견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양공주’니 ‘튀기, 혼혈아’니 하면서 외국인과 사는 한국여성들과 그 아이들에게 보여 준 차별적 시선과 행동들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결혼했던 1994년도에는 국제결혼 관련법이 부계혈통중심이어서 외국인여성들은 한국남성과 결혼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적취득이 당연한 거였지만, 한국여성과 결혼 한 외국인 남성은 국적은커녕 비자조차 취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지금, 법은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도움과 당사자 운동으로 인해 양성평등에 걸 맞는 법으로 변화되어 법적 신분적 지위는 동일해졌다. 그러나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문제는 여전히 성(gender)차별적이고, 인종(race)차별적이다.

영어강사로 취업을 시도하면서 미국인이 아니어서, 그리고 외모가 백인이 아니어서 차별을 경험하는 이주남성인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아픔을 함께 겪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결혼과 함께 가족의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결혼한 이주남성들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제한과 경제적 자본의 취약함으로 인해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러한 상황을 함께 견뎌야 하는 한국여성들은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절망을 느낄 때가 그만큼 많다. 결혼을 했어도, 귀화를 했어도 여전히 이주노동자라는 위치는 변함없을 때, 오히려 자신이 결혼을 비자를 받기 위해 한국여성을 이용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릴 때, 그리고 무슬림으로서 살아가고 싶어도 제도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을 때, 그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한국여성들도 차라리 파키스탄에서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거라고 여기며 비행기를 탄다. 따뜻한 환대와 대가족의 사랑이 있는 그 곳에서 북적대는 가족들 틈에서 넘치는 사랑 가운데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한국에서 다른 시선과 부당한 차별 속에서 기죽이며 키우고 싶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편을 위해 그곳에서 삶을 뿌리를 내리고자 한다.

한국 국민으로서 태어나서 여자나 남자로 사는 일이 뭐 그리 다른 삶일까 싶었던 나의 20대의 생각은, 파키스탄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이주한 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으로 사는 일이 간단치 않은 일’임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그런 나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살고 있는 파키스탄 커플모임의 한국여성들은, 왜 한국사회가 이렇게 변화가 느린지 답답해하고 있다. 그냥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모범생 기질.

갖다 버리고 싶다.

모범생 기질.

대체 언제쩍부터 저 망할 놈의 모범생 기질이 뼛 속 깊이 자리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인 듯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놈의 모범생 기질 때문에

집으로부터 소란없이 독립하기 위해 결혼까지 했다.

일단 결혼을 해서 집은 나왔는데

왜 아직도 자유롭게 살고 있단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일까.

왜 항상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나를 재촉하고 있는 것일까.

 

출근만 하면

일은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왜 압박감땜에 속이 쓰린 걸까.

왜 밖에만 나오면

내 몸이 보내는 휴식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고

미친듯이 달리다 꼭 병이 나고야 마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뭘 해야 할까.

일단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질 않는다.

끊임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에고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 인간

아무리 강한 영웅이나 황제라 하더라도 ‘한 인간'이라는 보편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당연한 진실을 까맣게 잊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엄마 이전에 한 여성으로, 배우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 자녀 이전에 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역할만을 강조하기에 우리의 관계는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역할 이전에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어른입니다. 

    

 

 

 

 


 
- 2010. 5. 12.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86호-

 

-------------------------------------------------------------------------------------------------------------------------------------------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이성적이고, 훨씬 덜 주체적인 존재일지 모릅니다. 흉내는 인식을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모방을 피할 수 없다면 이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만큼이나 자신이 무엇을 닮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아가 누군가의 닮고 싶은 모습을 닮으려는 적극적인 모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당신은 지금 무엇을 닮고 있는 중일까요?  





- 2010. 5. 7.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85호-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남들은 다 겪어도 자신은 예외일 것이라는 마음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 됩니다.


멋진 말이다. 음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다펌]학교에선 말할 수 없는 솔직한 성과 사랑이야기

‘10대의 성’ 교사-학생의 거침없는 대화
학교에선 말할 수 없는 솔직한 성과 사랑이야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우완
 
 
<필자 우완 선생님은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cafe.daum.net/teachingirls) 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학교의 안팎에서 이성 또는 동성과 연애관계를 맺으며 활발히 ‘사랑’하고 있는 10대들. 그리고 이들을 말릴 수도 없고 칭찬할 수도 없어,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한 교사들. 양측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이 공동 개최한 워크숍에서, 10대들과 교사들이 모여 “10대의 성과 연애”를 주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17일 열린 워크숍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  © 촬영-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
 
행사장인 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실에 먼저 도착한 10대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10대들이 이렇게 왁자지껄하는 곳에, 교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교와 어른들의 규범을 훌쩍 뛰어 넘어 이미 왕성하게 ‘연애’와 ‘성’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과, 보수적 학교규범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교사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생생토크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한 중학교 교사가 “대학생과 사귀게 되었다는 중3학생에게 ‘남자는 다 늑대니까 조심해’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어 답답했어요.” 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17살 청소년들은 “대학생이래 봤자 네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게 뭐 많이 차이 나는 건가요?” 혹은 “어른들은 열살 이상 차이 나는 연애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잖아요.” 하고 되물었다.

 
한 십대는 “저는 성소수자인데요” 라고 운을 뗀 뒤 “여섯 살 위인 제 대학생 (동성)애인과 성에 관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서 속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해 좌중을 유쾌하게 뒤흔들었다.

 
청소년들은 이어 10대가 연애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무조건 말리려 드는 교사들과 부모에 대해, ‘언제부터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하면서 서운함과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스킨십을 하며 사귀던 커플이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전학을 당한 일, 이성교제를 시작했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말하자 다짜고짜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해서 난처했던 일 등을 이야기하며, 교사들과 연애 문제를 터놓고 말할 수 없는 학교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십대도 있었다.

 
연애와 섹스에 대해 서로가 궁금한 것들

 
십대들은 이러한 이유로 교사들이 자신의 연애상담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며, 연애와 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주된 통로로 또래집단과 커뮤니티, 인터넷 등을 꼽았다.

 
고민의 내용도 다양했다. 한 사람과 진득하게 사귀지 못하고 상대를 자주 바꾸게 되는 것에 대한 고민, 남자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망설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갈등,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연애관계를 다른 관계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미처 10대들의 고민일 거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생생토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아, 참가한 교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어진 자유질문 순서에서는 교사들이 10대들에게 물었다. 대체 한 반에 몇 퍼센트 정도의 학생들이 연애하고 성관계까지 맺는 것인지, 학생들이 사귄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10대들이 성관계를 맺는다면 어디에서 맺는지 등. 이 같은 질문에 대해 10대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 간에도 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10대들과 ‘연애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터놓고 하고 싶어도, “젊은 여교사”가 이 문제를 솔직하게 학생들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에선 편견 어린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성’에 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학교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생들의 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교사 책임이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십대들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다

 
이번에는 10대들의 연애 고민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에 대한 상담을 실습하는 <연애팍 도사> 코너가 이어졌다. “동성 친구에게 끌려요”, “상대방과 스킨십의 진도가 달라요”, “친구가 저를 스토킹해요”, “10대의 섹스는 죄인가요?” 이상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교사들과 10대들이 모둠으로 나뉘어 어떻게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토론하고 발표했다.

 
교사들은 해결책을 찾아 고심하는 반면, 10대들은 ‘동성 친구에게 끌려서 고민이라면 동성 친구에게 분위기 있게 고백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식의 발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자도 솔직하게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학교에서 걸레라고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털어놓은 여학생의 말을 통해서, 남학생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어른들도 제대로 피임 안 하면서 10대들에게만 왜 꼭 피임, 피임을 그렇게 강조하느냐’고 되묻는 한 청소년의 말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상담 실습 이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향심 상담원이 <성폭력사건 지원의 A부터 Z까지>라는 내용으로, 여성주의교사모임 조영선 교사가 <사랑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미니 강연을 열었다. 두 사람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현실을 못 본척하고 부정하며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생님들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학생들이 연애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문을 텄던 교사들과 10대들이었지만, 대화가 무르익다 보니 같은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연애와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따뜻하게 행사가 마무리됐다. 솔직한 10대들의 고백 덕분에 연애에 대해 한 수 배우고 가는 교사들의 모습이, 워크숍 장소에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밝아 보였다. 문제의 실마리는 말문을 트고 대화를 시작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참 희안한 게 있다..

Cook! 반찬 서비스’가 1월 5~28일 노원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지원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취업을 준비하거나, 최근 취업하여 바쁘신 여성들을 위해 시행되는 서비스이다.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이 기대된다.


- 이용 방법 - 

       

      ● 이용금액은 월단위로 납부하며 선납(4만원)입니다. (선착순 30명)

      ● 제출서류 : 신청서(자료실 8번 다운로드, 의료보험증사본 혹은 재직증명서)  

      ●  공급되는 반찬은 당일 조리품이므로 가급적 당일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시중보다 저렴한 양질의 반찬을 지원합니다. 

      ●  수령하시는 날짜와 시간을 지켜주세요.

          (매주 화/목 오후 5~8시)에 오셔서 받아 가세요.

          (1월에는 5,7,12,14,19,21,26,28일 8회 운영합니다)   

      ● 반찬은 주 2회(화/목) -1회 2찬(4인 기준)입니다.    

      ● 접수 : 02) 951-018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다펌]성.인종차별 사회의 다문화정책에서 배제된 이들

한국女-이주男 가족이 말하는 ‘다문화’
성.인종차별 사회의 다문화정책에서 배제된 이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혜실
 
 
[필자 정혜실님은 현재 ‘다문화가족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인 남편과 결혼하여 15년간 생활해 온 경험을 토대로, 한국사회의 가부장제와 인종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다문화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어보는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1994년 파키스탄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두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귀국한 그 첫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첫날이 바로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이유가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김포공항 출입국에서 서남아시아 출신 파키스탄 남성이 바로 한국인여성인 나의 남편이기 때문에, 우린 따로 출입국사무실에 불려가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국가적 위계’와 ‘여성’, ‘인종’, ‘차별’ 등의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1시간이나 지연된 입국심사에서 화가 나서 “내가 미국사람이랑 결혼해도 이렇게 했겠어요?” 했더니, “아니요” 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와 기가 막혔다. 비참하고, 뭔가 울컥하는 기분으로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러한 일들은 나와 비슷한 결혼을 선택한 다른 여성들과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국적 연애와 결혼, 그 자유로움?
 
▲2006년 5월 <이주노동자 축제>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1990년대 초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정착 기간들이 늘어나자 한국인여성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엔 전과 다른 국제결혼 양상이 하나 둘 나타났다. 전엔 주로 여성들이 서구국가 출신 남성과 결혼해 한국을 떠나던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아시아남성과 결혼한 여성들은 한국에서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아시아남성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국인남편에게는 반드시 체류할 자격으로 ‘비자’(Visa)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혼인법은 한국 특유의 ‘부계중심’ 법체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했다. 외국인아내들의 경우 한국남성과 결혼하면 바로 국적이 부여되었던 반면에 말이다.

 
그나마 받을 수 있는 체류자격은 C-3와 같은 친지나 가족방문 같은 비자로, 3개월 이상 체류할 수 없고 노동도 할 수 없었다. 이마저 불법체류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체류기간이 넘은 남편들은 해당 되지 못했다. 또, 3개월이 넘을 때마다 가까운 국외로 나가서 비자를 연장해 올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한 남편들은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한편 자녀들은 외국인등록에 의해 살아야 했고,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선 비혼모의 자녀처럼 살아야 했다. 한국인으로 포섭되지 못한 자녀들은 의료혜택도, 교육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되어 외국인 투자형식의 법인회사를 설립했던 몇몇 사람들의 경우는, 이러한 결혼관계에서 특권층이나 다름없었다.

 
이주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나의 결혼생활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이 차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생각에 집중돼, 남편과 함께 정말 열심히 ‘돈’이라는 걸 벌었다. 돈이 많은 걸 해결해주리라는 생각과, 차별에 대해 함께 연대해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나 하나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어려워지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돈을 좇아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 일은 다행스럽게도 잘 풀렸지만, 1년 이상을 지옥 같은 느낌으로 살면서 새롭게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결혼 초 ‘도대체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뭐지?’ 하고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남성중심의 국가 안에서, 여성인 나를 다시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혼인제도’에서의 국제결혼을 한 한국여성의 사회적 위치, 이웃과 살면서 알게 된 남다른 시선, 공적 기관인 법무부출입국이나 대사관 등에서 받았던 차별대우들로 인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가능하리라 믿었던 마음은 무너졌다. 사실은 일상의 삶을 지배하는 구조, 즉 사회시스템 안에서 철저히 가부장제에 의해 구속 받고 있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해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제도적인 변화인 법을 바꾸는 일과, 사람들을 시선을 바꾸어 낼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과연 그 변화의 주체자로 나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힘을 실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사)안산이주민센터였고, 또 하나는 여성학이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변화를 원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파키스탄커플모임’을 2000년대 들어와 알게 되었고, 이들과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처음에 결혼관련 비자도 없던 시절에 많은 활동가와 당사자 여성들의 노력, 결혼이민자여성에 대한 정책 실시, 그리고 호주제 폐지운동과정에서 국제결혼 관련법제들도 바뀌었다. 이제 F-2라는 비자로, 외국인남편의 체류와 노동이 보장되고, 국적 취득도 보다 쉬워져 체류기간 2년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재수까지 해가면서 귀화시험을 봐야 했던 나의 남편과는 달리, 지금 결혼하는 사람들은 귀화시험도 면제된다.

 
이처럼 2009년 현재, 제도상으로 두드러지는 차별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문화가족지원법’도 생겼는데, 그 법에서 이주남성이든 결혼이민자여성이든 모두 다문화가족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외국남성들로부터 한국여성을 보호한다?

 
▲ 2008년 3월 2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미등록 이주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제공
그러나 우리가 2007년에 ‘다문화가족협회’라는 협회를 창립한 이유는, 새로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을 통해 국가가 어떤 식으로 우리를 배제하고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이라는 법적 정의는 한국인배우자와 결혼한 이주남성이나, 결혼이민자여성, 그리고 그 자녀로 구성된 가족들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족들이나, 난민은 배제된다. 또, 정책시행에서 많은 정부산하기관이나 지원단체들이 사업의 초점을 ‘결혼이민자여성’의 사회통합에 맞추고 있어, 여전히 이주노동자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과 이들의 가정들은 차별을 겪고 있다.

 
국가의 노골적인 차별을 느낄 수 있는 처음단계는 역시 혼인신고와 관련비자발급 단계다. 불법체류자로 있던 남편이 혼인신고를 통해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오고자 한다면, ‘비자를 노리고 한 결혼’이라는 의심을 당연히 받게 된다. 연상의 여자나, 이혼경험이 있는 여성, 장애여성이 이주노동자와 결혼한다고 한다면, 그 또한 위장결혼이나 비자목적 결혼으로 의심받는다.

 
아니면 ‘정상적인 여자’가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것은, 유혹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 남성의 성적인 능력이나 언변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여성들을 순진하고 어리석은 여성들로 취급한다. 결혼과정에서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도무지 인정되지 않는다.

 
이주여성들의 비자 처리 기간의 신속함에 비하면, 연애과정을 통해 결정된 한국여성들의 국제결혼은 참으로 까다롭다. 그 명목은 한국여성을 ‘보호한다’는 것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보호의식’은 한국인남성들에게도 전이되어 나타나는데, 한국여성들의 국제결혼을 반대하는 각종 활동단체들의 내용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한국남성들이 ‘단속해야 할 누이’로서 한국여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 지배의식과, 단일민족으로서 순혈성이 손상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인종주의가 뒤섞여 있다. 또 그들은 이주남성들로 인한 한국여성들의 피해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 포장하여, 외국인혐오증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인식이 특정단체에 속한 남성들만의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때가 많다. 과거로부터 ‘화냥년’, ‘양공주’, ‘혼혈아’ 등이 내포하고 있는 차별적인 인식들이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다.

 
국가권력과 성(젠더)의 문제, 그리고 인종과 계급의 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에서 한국여성이든, 이주여성이든 자유롭지 못하다. 삶이 어렵고 지난하면 제일 먼저 희생의 대상이 되는 가족 내 여성들이다.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남성의 가부장적 부계혈통을 이어가는 가족제도의 실질적 변화는 갈 길이 멀다.

 
성/인종/계급문제 중첩…‘연대의 자리 넓어지길’

 
▲ '보노짓 사건'을 계기로, 2009년 8월 25일 열린 <한국사회 성.인종차별문제 토론회>   ©사진- 다문화가족협회 제공
올 여름, 우리 사회는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자각의 불씨를 지핀 것이 ‘보노짓 사건’이다. 버스에서 한국여성과 함께 있던 인도출신 남성이, 한국인남성으로부터 심한 인종차별, 성차별 발언과 폭력적인 행위를 당했다. 두 사람은 경찰서에 가서도 공권력의 차별까지 겪었다.

 
이 사건을 통해 그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오던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여성, 그리고 인권단체들이 연대하게 되었다. 70여 개 단체들이 ‘성.인종차별 대책위원회’를 꾸려 연명하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성(gender)의 문제이면서, 인종차별의 문제이고, 국가, 계급 등의 문제들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결혼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 서구와 제3세계 출신의 사람들 간 계층이 형성되는 모습, 모국어로 자녀를 기르는 일들이 쉽지 않은 이주여성들, 국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 이용되는 이주여성의 재생산권리 등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한국여성과 이주여성들의 결혼문제가 따로 일 수 없고, 국제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라도 공통의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인종’이라는 문제를 놓고 보았을 땐, 여성이나 남성이나 다 같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국가 안에서는 누군가의 특정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국가적 경계를 넘어 잠시 타국이라는 곳에 발을 디딘 순간 나의 문제로 직면해 다가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국가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단지 ‘결혼’이라는 걸 했을 뿐인데, 이렇게 내 삶이 정치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오늘도 케이트 밀레트의 이 말을 되새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삶의 주체로 살아가다 보면, 일상의 작은 개인사적 일들이 결국 국가구조 안에 놓여 있는 일들일 수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하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새삼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도 된다. 그래서 고민해 본다. 여성이, 또 남성이 ‘사람으로 사는 일’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날들은 언제 올 것인가? 그리고 그날이 가까워지는 날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연대의 자리가 자꾸 넓어지기를 바라며 물어본다.

 
“우리 같이 하실래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MB 정권, 공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다

2MB 정권, 공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다

발전, 가스에 이어 철도공사도 단협해지 통보해
 
11월 24일 오후 7시경 철도공사 측에서 철도노조에 단체협약해지를 통보했다. 철도공사는 이 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교섭 자리에서 기존 입장보다 더욱 더 후퇴된 안을 새롭게 들고 나와 막무가내로 노조의 양보만을 종용하다 교섭이 파국으로 치닫자 오후 7시가 되어 기습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철도공사의 단협해지통보는 지난 5일 발전노조, 11일 가스노조에 이어 대규모 공기업 사업장 노조에 대한 3번째 단협해지다. 철도공사의 이 같은 행보는 올 상반기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사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허준영 사장은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노조 측의 사장취임반대 기자회견을 빌미로 31명의 조합원을 곧바로 고소했으며,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철도노조와의 본 교섭을 모조리 거부해왔다. 이는 사상유래가 없던 일로써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고, 이후 10월 9일에는 운전조합원의 하루 파업을 이유로 42명, 11월 5, 6일 1차 파업을 이유로 155명이 추가로 고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10월 26일에는 노조핵심 교섭위원을 포함해 3명이 해고되었고, 11월 4일에는 2년 전 노조활동을 이유로 12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철도노조 중앙쟁대위는 2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월 허준영 사장 취임이후 총 51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이 고소고발 및 입건조치 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적했듯 이 같은 철도공사의 단협해지 통보와 일련의 노조탄압행위들은 발전, 가스공사에서의 단협해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활동을 말살하기 위해 직접 칼을 빼들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매월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점검해 제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 역시 기획재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이후 모든 노사문제에서 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직접 주도할 것이라고 전해왔다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공기업 사장자리마다 줄줄이 MB라인 인사들로 채워지고, 촛불집회로 잠시 주춤했던 공기업선진화방안이 다시금 본격화되면서 각 공기업마다 수천명에 달하는 인력감축 계획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민주노총 산하 대규모 공기업 노조 파괴에 앞장서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리인 격으로 기획재정부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준수와 합법파업에 발목잡혀있는 공투본 총파업
 
정부의 이러한 공격에 대항하여 철도, 발전, 가스 노조 등 8개 공공부문단위노조에서는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6일 하루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예년에 비해 많은 조합원이 집회 일정에 참여하고, 3개 노조가 연대하여 동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달라진, 기존에 비해 더 나아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필수유지업무 때문에 파업의 효과는 예전 같지 않았다. 정부와 사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전혀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필수유지업무로 인해 파업의 효과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노리고 사측과 정부는 보란 듯이 11월 6일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발전노조에 단협해지를 통보했고, 닷새 후인 11일 가스공사에 대해서도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철도공사 역시 끝까지 본 교섭을 거부하는 듯 하다가 철도노조에서 11월 5, 6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하자 본 교섭은 아니지만 집중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이전과는 약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여 본 교섭 고수 입장을 관철시키지 않고 특별 교섭팀 구성에 합의하였으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확정되었던 쟁의일정(11월 14일~22일)까지 미루었다. 하지만 결국 사측으로부터 단협해지가 통보되었고, 이를 통해 사측은 애초부터 이 문제를 노조와 교섭으로 풀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단체협약 없는 노조는 종이 호랑이일 뿐
싸우지 않는 노동자, 권리를 빼앗긴다
 
철도노조는 26일 새벽4시를 시작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기존과 마찬가지로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불법파업을 각오하고 하루아침에 필수유지업무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 투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도, 발전, 가스 노조 현장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에게 지금의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지속적으로 일깨워야 한다. 사측은 벌써부터 단체협약 없이도 정년 보장과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래 위의 성일뿐이다. 투쟁으로 단체협약을 지켜내지 않으면, 싸우지 않으면 결국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빼앗겨 버리게 될 것이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심화된 노동유연화로 인해 사회 곳곳 전 산업적으로 비정규직화가 진행된 지 오래다. 이제 이명박 정권은 마지막 남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마저 없애기 위해 공기업 노조부터 목줄을 죄고 있다. 단협해지가 통보된 이후 6개월이 지나면 기존단체협약이 자동으로 소멸된다.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이 6개월이라는 시간을 두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6개월 이후에 정말 단체협약이 소멸될 것인가, 아니면 6개월 안에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간신히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6개월이라는 시간 계산 이전에, 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해낸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권리자체가 뿌리 뽑혀 나가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노동자 대투쟁이 있기 전, 20년 전 무주공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도, 발전, 가스 노조의 투쟁이 실패하여 단체협약이 없어지거나 있으나마나 한 반쪽짜리 단체협약으로 개악된다면 남한 자본가들과 이명박 정부는 더욱 더 일치단결하여 지금과 같은 공격의 추세를 밀고 나갈 것이고, 이 같은 흐름이 즉시 다른 공기업 노조들, 서울지하철노조나 도시철도노조 등으로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발전, 가스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공동투쟁의 흐름이 굳건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개별 단위의 이해에만 집중하는 순간 각개격파 당할 공산이 크다. 공동투쟁의 흐름을 명확히 하고, 다른 공공부문으로 연대투쟁을 확산시키는 일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다]‘여성 위한 도서관’ 만드는 제주여자들

‘여성 위한 도서관’ 만드는 제주여자들
 
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 달리도서관 개관 앞둬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진창아
 
 
닮은 꿈을 꾸는 여자들은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서로를 알아본다.
 
▲ 제주여자들이 꿈을 모아, 여성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다
서울을 벗어나 제주의 산을 오르고, 바다를 옆에 두고 걸으며, 백수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견디는 힘’과 ‘버리는 힘’이라는 것을 내 안에 이식하고 있던 즈음, 그 여자들과 다시 만났다.

 
“2층을 공공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어!”
건물을 가진 옥미 언니가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꿈꾸고 있던 여성들. 그 동안 혼자만의 꿈으로만 가지고 있던 생각보따리를 풀어냈다. 외국에서 돌아와 생생한 현장을 만들고 싶은 여자 윤홍, 즐거운 일이면 언제나 동참 의지를 가진 정수, 어리, 지영의 눈이 달빛처럼 반짝거렸다.

 
손때 묻은 책으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도서관

 
“선배들은 책상 하나, 전화기 한대 놓고 조직을 만들었다는데, 우리는 공간 있고 마음 맞는 멤버들이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

 
씩씩한 여자들은 작정하고 거침없이 저질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아보자!’는 야망까지 닮은 여자들은 일단 실밥 터진 주머니에서 쌈짓돈 30만원씩을 꺼내놓았다. 옆에서 응원하는 허오, 화연, 미순, 은경도 30만원씩 보내왔다. 5백만 원 대출을 받아서 같이 갚아나가는 ‘빚쟁이들의 연대’로 서로를 꽁꽁 묶였다.

 
▲자기가 읽는 책들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책장 나눔’ 컨셉.
눈 빨개지도록 회의가 이어지며 도서관의 윤곽을 만들고 ‘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 달리 도서관이 구상되었다.

 
자기가 읽는 책들을 도서관으로 가져와 나누는 ‘책장 나눔’ 컨셉으로 책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도서관. 손때 묻은 책들에는 책 주인의 세계가 느껴진다.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이 머물러 가는 친구네 방 같은 도서관. 1인 1만원으로 이용 가능한 여성전용 게스트 룸을 만들었다.

 
저녁밥상을 치우고 산책하며 들를 수 있는,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인터넷 방송으로 ‘책 읽어주는 여자’ 프로그램이 흘러나가는 도서관. 다양한 문화예술, 예술인들이 교감하는 도서관이 되기로 했다.

 
마음을 나누고 발품을 팔아 만들어낸 변신

 
여성들은 각자가 가진 것들을 풀어 나눌 줄을 알았다. 윤자 언니와 미형의 능력 올인! 그녀들이 시키는 대로 페인트 칠, 사포질, 색깔 다른 핸디코트를 바르며 깔깔거린다. 저렴하고, 질 높은 자재를 찾아 발품을 팔고, 각자의 집에서 비품들을 실어 나른다. 누군가 내다버린 책장을 주워다 곱게 다듬어내고 헌 미싱 다리 위에 판을 얹어 책상을 만든다. 화장실 문이 사무용 책상으로 탈바꿈하고, 헌 책이 의자 다리가 되는! 여자들의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변신이 즐거웠다.

 
설문대 할망처럼 통 큰 옥미 언니는 후배들 주린 배를 챙기고, 살림살이들을 퍼주느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분주하다. 용택 형부, 무환이랑 혜지랑 온 가족이 동원되는 이벤트까지.

 
▲ 제주에서 10월 30일, 달리 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퇴근길에 수고한다며 맥주와 떡볶이를 사다 주는 친구, 스크린을 제작해서 보내주는 친구, 책 사다리를 만들어 준 목공친구, 전기 작업을 하러 왔던 낯선 사람은 책을 가져와 책장 나눔 회원이 되었다.

 
서울서 양평으로 이삿짐을 싸는 친구는 그 와중에도 도서관 로고와 심볼 작업을 해주고, 미리 공간을 확인하고 벽면을 장식할 그림이며 소품들을 사다 주는 친구도 있었다. 따뜻한 사람들의 기운으로 채워지며 도서관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자기 책에 사인을 하거나 책도장을 찍고, 목록을 작성해 달리도서관으로 보내면 자기 이름의 책장이 만들어진다. 수량은 20권 이상,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면 된다.

 
전국에서 책들이 속속 도착하고, 비어있던 책장들에는 드디어 책 주인의 이름표가 붙여진다. 책 주인이 낯선 곳에서 자기의 이름과 흔적을 발견하게 될 때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다가오는 10월 30일 금요일, 제주에서 ‘생활과 책, 그리고 문화가 만나는’ 달리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첫 프로그램으로 11월 3일 화요일엔 ‘박미라의 마인드 힐링 강좌’를 연다. 여성전용 게스트 룸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제주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제주를 여행할 때 쉽게 들를 수 있다.

 
달리의 여자들은 두근두근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듣는다. 기쁘게 떨리고 있다.

 
*문의: 064)702-0236. dallibook@hanmail.net 제주도 제주시 이도2동 1017번지 2층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