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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위기징후

가쁜 숨 몰아쉬는

美경제...금융위기

'쓰나미'로

부시 "대통령이 마술지팡이 가진 건 아니야"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8년07월16일 18시20분

 

미국 경제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자산 320억 달러의 미국 내 2위의 모기지 업체 인디맥이 11일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사태로 자금이 바닥나 영업중단 조치를 받았다. 이어 13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가 파산을 막기 위해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위기는 모기지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미국 최대 저축 대부 업체인 워싱턴뮤추얼과 오하이오주 최대 지역은행인 내셔널 시티코프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시중은행으로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영업정지까지 갔던 인디맥 뱅코프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친 고객들의 모습을 전하며 1년에서 1년 반 사이 미국 내 7천 500개 금융기관 가운데 150여 개에 이르는 중.소규모 기관들이 도산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흡사 미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닌가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헤지 펀드 매니저인 조지 소로스는 "생애 최대의 심각한 금융위기"라고 표현했다.

 

"FRB, 세계 최대의 금융 쓰레기 처리장 될 것"

 

미국 정부는 파산위기에 몰린 미국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파산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2.5%의 저금리로 뉴욕연방은행에서 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가 주식을 매입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 두 모기지 업체의 대출규모는 5조 달러. 부채규모는 1조 5천억에 달한다.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이들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설명해보자면 2006년 유럽연합(EU) 소속 26개국 전체 연간 GDP가 12조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으니, 이 두 모기지 업체의 대출규모는 EU 26개국 연간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업체들이 파산하게 되면 이들이 발행한 채권이 휴짓조각이 되고 이를 보증한 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진다. 그러니 미국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엥달은 정부가 이 부실을 껴안게 된다면 "FRB는 급격히 세계 최대의 금융 쓰레기 처리장"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금융 부실을 정부가 껴안게 되면, 그 부실은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국 경제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납세자들이 이해해야 할 것은 패니와 프레디가 부정직한 종류의 사회주의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비꼬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윤은 사유화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위기는 사회화되었다"고 조롱했다.

 

"대마불사"의 신화...위기 증폭시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이 보증해온 모기지 채권이 5조 2천억 달러이지만 실제 운용자금은 810억 달러에 그친다. 파생 금융상품이 유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위험이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패니매는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83년 설립되었다가, 1968년 사유화되었다. 프레디맥은 2년 뒤인 1970년에는 주택 대출 시장을 회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설립되었다. 이 두 모기지 업체는 사적으로 소유된 "정부의 보증기업(GSE)"이었다.

 

그래서 금융시장은 정부가 보증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사들였다. "대마불사"의 신화만 믿었던 금융시장은 결국 이렇게 위기를 증폭시켰다.

 

이번 긴급구제를 두고 윌리엄 엥달은 "금융 투자자들이 경고하는 것처럼, 폴슨은 미국 경제를 긴급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월 스트리트의 금융 친구들을 직접적으로 긴급구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위기...탈출구는 있나?

 

윌리엄 엥달은 "만약 버냉키가 은행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계속해서 제공한다면 미국 기업 및 채권시장, 그리고 달러를 파괴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무제한적 유동성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비판들을 의식한 듯, 헨티 폴슨 미 재무장관은 15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즉각적인 신용한도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930년대 이후 최대라고 하는 주택가격의 붕괴는 그 끝을 모르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미 노동통계국은 2007년 6월 대비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이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경기하강과 물가상승을 동시에 겪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부시 미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마술 지팡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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