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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부쳐

 

 

언젠가 부터 5월은 '따뜻한' 달이 됐다. 기온만 따뜻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졌다.

 

굳이 누군가가 정한 날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저항감은 차치하자.

 

그게 ‘국가’면 어떻고 ‘근대’면 어떤가 감사한 마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스승의 날'을 맞이한 오늘의 나의 기분은 찹작하다.

 

'스스로 존재한 날' 때의 기분과는 다른 그런 것?

 

나에게 '스승'이 있는가라는 정말 피곤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것?

 

이런 기분을 달래기 위해 국어사전에서 '스승'을 찾아보았다.

 

 

 

"스승 -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오! 이런 세상에, 뭐 어느 정도 이런 느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활자를 마주하니 이 놀랍도록 '경건'한 뜻 앞에 움찔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스승'은 존재 하지 않는다.

 

내친김에 '선생'도 검색해 보았다.

 

선생 [先生] [명사]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2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3 성(姓)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

6 <역사>조선 시대에, 성균관에 둔 교무 직원.

7 <역사>각 관아의 전임 관원을 이르던 말.

- 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다 나에게 선생님은 참 많이 계신다.

 

 

'선생'과 '스승'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미만을 놓고 보자면 인도하는 자와 인도하지 않는 자 이다.

 

그렇다면 ‘스승의 날’은 ‘가르치며 인도하는 자’의 날일 텐데…….

 

애석하게도 지금 나의 주변에 ‘가르치는 자’는 있을지언정 ‘가르치며 인도하는 자’는 없다.

 

스승이 ‘계몽주의’의 산물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의 태도가 오만함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이런 ‘스승’에 대한 욕망에 시달리고 있는 내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을 뿐이다.

 

대학원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정교수’로 부임하여 꼬박꼬박 월급을 타고 계시는 ‘분’들 보다 매주 학교에 찾아와서 ‘시간강사’ 노릇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더 열성적이고 진지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물론 모든 ‘정교수’가 그러하고 모든 ‘시간강사’가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 와서 유난히 이런 비합리적인 ‘사념’에 시달리곤 한다.

 

삐딱선을 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오늘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스승의 날’ 아침 조회 시간에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합동 절을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나는 그렇게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절’(하물며 설날 때는 ‘돈’이라도 받을 심산으로)이 형태와 의식만 바뀐 채 그대로 반복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바란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스승’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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