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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

3년만에 후배를 만났다.

칩거했던 후배는 그 사이에 두툼한 책을 한 권 집필했다.

그 책 속에 새로운 비전까지 담은 모양인 데...

이미 메일로 받았는 데 천성적인 게으름으로 난 아직 그 책을 읽지 못했다.

 

난 이미 이른바 선배로서의 의무감을 털어버린지 오래지만

아직도 도덕적 의무감 비슷한 느낌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리곤 만나고나서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지점에 금새 이르기도 했다.

주로 하지 말아야 할 꼴불견의 유형들과 

변화된 사회에서 시도해봄직한 바람직한 유형들을 얘기했는 데

글쎄 도움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내 손을 꽉 움켜쥐게 되면

많은 것들이 자기를 중심으로

보이고 해석되고 욕심을 담은 행보를 하게되는 게

인지상정일텐데...도 닦는 삶이 아니고서는

결국 누구나 자기중심의 동심원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동심원을 어떻게 넓고 깊게 그리는가는 누구에게나 자유일테지만...

 

후배를 만난 후 사무실에 들어온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사무실 부근에 계시면 함 보시죠...000스타벅스에 있습니다. 아무개"

작년 가을에서 겨울사이 내가 만나고 싶어하던 이로부터의 문자였다.

끙끙거리던 가슴앓이도 그 빛을 엷어지게 만드는 시간은 참 편리한 놈이다.

 

아련한 미련을 되살리지도 않고.....

지난 과거를 사실로만 기억하는 조금은 절제된 표정을 유지하는 것과

조금은 애둘러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의 화법에 익숙해 지는 것...은

그리하여 그럴듯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도 배워야 하다니...

참으로 난감하고 어렵고 이러고 싶지 않기만 하다.

그러나 땅바닥이 아닌

바닷속 심연에서부터 다시 관계를 시작하자면 성질을 죽이는 법도 배워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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