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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 의견에 귀기울면서 꾸준하게 가자

    여러 작업장을 다니다 보면 작업자들이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어제 갔던 사업장에선 지게차가 다니는 네거리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천장에 거울을 매단 것을 보고 감탄했다. 작업자들이 건의하여 수 개월만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하루종일 용접을 하는데 작업자들이 자외선에 노출되어 피부가 벌겋게 되고 벗겨지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방진마스크 안에 수건을 두르고 작업을 한다. 마스크의 효율은 떨어지지만 자외선을 차단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가 예정된 주말이 가까와 오거나 명절 때면 평소 제대로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던 사람들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작업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벌겋게 달아 오르고 벗겨진 얼굴을 보이면 마음아플까봐.  이 회사 작업자들이 늘 얼굴이 벌겋게 되어 다니는 것을 동네에서도 다 알기 때문에 이 회사다닌다고 하면 음주운전 단속도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자동용접 공정 - 작업자는 가능한한 빛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잠깐이지만 자동용접기로 부터 등을 돌리고 서 있는다. 자세히 보면 눈 주위를 비롯한 노출된 피부가 술 마신 듯 벌겋게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동안 여러가지 방법을 써 보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 혹시 좋은 대안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람)


1세대 모델 - 그래서 이렇게 수건을 두르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이마는 가리지 못했는데 명절이 다가오면 이마까지 수건을 두른다고 한다.

 

 

2세대 모델 - 회사에서 작업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작해서 보급했던 모델, 이마가리개를 보안경에 집게로 고정시키는 것으로 가볍다는 장점이 있으나 뺨을 가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3세대 모델 - 일부 부서 작업자들이 현장의 물품을 이용해서 만들어서 썼었다고 한다.

이 부서 작업자들을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 동료들이 우습다고 놀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개선된 모델을 착용하고 일을 한다.  

이 모델은 무겁고 귀까지 완전히 가리지 못해서 4세대 모델로 대체되었다.


4세대 모델 - 현장에서 제품 포장지를 재활용해서 만들었다.

그런데 재질이 너무 무겁고 얼굴에 땀이 흐르면서 달라붙는 문제점이 있어 5세대 모델로 바뀌었다.

 

 

 

현재 사용중인 5세대 모델. 이번엔 귀까지 완벽하게 차단한다. 

가벼운 박스용지로 만들었고 기능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우나 모양이 너무 특이해서 다른 부서 사람들은 안 쓴다고 한다.

이렇게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강한 재질로 얼굴의 입체감을 좀 살려서 보기에도 괜찮도록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게 작업자들의 바램이었다.

 

  사진을 찍도록 도와준 사람은 노동조합 간부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이 청년노동자가 각 모델의 진화과정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조장이 " 그거 좋은 방법 있으면 좀 추천해주세요." 한다. 우리 산업위생사 선생님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여러 보호구 업체에 알아보았으나 뾰쪽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년동안 이 회사를 10번 정도 방문했고 검진도 직접 해서 어느 정도 사업장 파악이 된 편이지만 아직도 작업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무겁다. 외부 전문가의 노력이 갖는 한계가 명확한 중소기업의 현실까지 생각하면 더 무겁다.   작업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가능한 것부터 해결해나간다는 원칙을 붙들고 꾸준히 가다보면 길이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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