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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제조 공장에 관한 메모

기억해 두어야 하는 데 자꾸 시간이 지나간다. 더 까먹기 전에 메모라도 해야겠다.

 

#1. 에타놀 세척작업 : 창문너머로 이 작업을 보고 사용물질을 물어보니 에타놀이라고 하고 환기시설이 되어 있길래 '이 작업 오래하면 취하겠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래도 혹시 하고 들어가 보았다.



o  제품을 에타놀에 담그었다가 에어건을 쏘는데 국소배기설비가 미흡하여 에타놀 미스트가 작업자의 얼굴로 날린다. 3주되었다는 작업자는 혀가 갈라지고 쓰리다고 했다. 함께 작업장을 순회하던 산업공학과 출신 보건담당자에게 국소배기시설의 옆면을 아크릴로 막고 제품과 손만 들어가게 입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에어건을 쏘도록 바꾸어 달라고 했다. 이런 건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성의가 중요하다고 했더니 아주머니들이 그에게 말한다. " 진짜 바꾸어 줄꺼죠? 빨리 바꾸어 주어야 해"

 

o 작업대가 일자형으로 배치되어 있어 작업자들이 에타놀에 제품을 담그었다가 에어건을 쏘기 위해서후드쪽으로 옆으로 허리를 기울여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플 수 있다. ㄱ자로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하자 작업자들 동의.

 

# 2. TCE 초음파 세척작업

 

o TCE가 담긴 큰 세척조에 제품을 담그고 뚜껑을 닫고 초음파를 가한 다음 뚜겅을 연다. 국소배기시설 위치가 좀 높은 것 같아서 작업자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껄껄 웃으며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가보니 어휴, 무늬만 후드모양이었을 뿐  관이 연결이 안되어 있다. 세척조의 위치를 옮기면서 연결을 안 했다는 건데 벌서 몇달 째란다. 보건담당자가 수첩에 기록한다. 뭐라고 썼을까?

 

o 뚜껑을 열 때 TCE에 순간 고농도 노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8시간 평균 노출 농도만 가지고 위해도를 평가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o TCE 보다 덜 유해한 물질로 교체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제품의 특성에 맞게 세척력은 우수하고 독성은 덜한 물질을 찾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치고도 답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3. IPA 주입작업

 

o TCE 작업과 유사한 노출, 그러나 여기엔 아예 국소배기시설이 없다. 안쪽에 있는 낡은 장비에선 더 심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작업자는 병역특례. 병역특례 작업자들은 흔히 유해공정에 배치되지만 신규때는 몰라서 말 못하고 나갈 떄가 되면 귀찮아서 말 안하기 때문에 개선이 어렵다. 사업주도 그걸 노리는 거 같다. 이런 공정은 작업자 구하기가 어려우면 개선하기 마련이거든.  

 

o IPA 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있는 물질이며, IPA 제조공장에서 암발생률이 높았다고 알려주자 작업자는 황당해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독성에 대한 자료없음'이라고 되어 있단다.  그걸 읽어볼 정도면 그간의 노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자들이 관심을 가지더라도....오 부실한 물질안전보건자료들을 어찌할 것인가?

 

#4. 클린 룸 접착제 주입작업 

 

o 부스안에 환기가 안된다. 그래서 오히려 밀폐된 공간에서 더 많이 노출된다. 국소배기시설 점검이 필요.

 

o 지난 번 방문때 같은 공간내 알레르기 증상자 다수 있어 확보를 부탁했던 접착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읽어보니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있다. 저농도 노출인데도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눈가려움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꽤 있었던 게 이유가 있었군. 그렇다하더라도 증상자가 너무 많다. 약 사십명 중에 절반이상이 알레르기라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6월에 있을 특검에서 좀 자세히 물어보고 확인해보아야 겠다.

 

o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라면 일단 물질을 교체를 검토하고 교체가 안될시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배치전환을 검토하는 게 좋겠음.

 

#5. 전해질 용액 주입작업

 

o 환기적절, 작업자 호소 증상 없음

 

o 꽤 무거운 수공구를 조작하느라 하루 8000번씩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작업자가 보여준 물집. 근골격계 부담이 심한 작업이었으나 단시간에 해결가능한 대안을 찾지 못함. 다음에......

 

새로 바뀐 보건담당자는 첫 만남인데 업무보고서에 빽빽하게 적는다고, 얼마전 다녀간 산업위생사도 그랬다며 투덜댄다.  5월에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노력해야죠'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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