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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었나 보다

   어찌저찌해서 미군기지 항공기 소음의 주민건강영향조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근 주민들이 피해보상 소송을 낸 뒤 피해여부를 규명할 책임을 지게 된 시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이다. 주민 약 1, 600명을 대상으로 40일간 특수한 건강진단을 하게 되는데 참여 연구진만 14명, 건강진단팀 약 20명으로 몸으로 뛰는 일이 아주 아주 많은 프로젝트이다.



   그런데도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무감이다. 처음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역 사회에서 우리 팀 외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 실정이라는 이유만 남았다. 이런 연구는 주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웬만한 기술적 질을 갗춘 팀이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상당한 품이 들어가고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경험있고 공정한 연구진이 필요하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단기로 하게 되면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더 체계적으로 잘 해보려고 했던 사업장 보건관리는 현상 유지하기도 바쁠 것이고, 모아만 놓고 분석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자료들은 계속 잠을 자야 하고, 매일 칼퇴근하여 평온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어쨌든 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은 건강진단장소를 둘러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하러 갔다. 이번 조사준비는 노선생이 거의 도맡아서 하고 있는데도 왜 그렇게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지.  검진 흐름 결정, 검사장비세팅, 필요한 책걸상 수, 검진팀 밥, 식수, 전화, 청소 등 자잘한 것까지 다 점검하려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냉정하게 말하면 검진은 병원에 위탁해서 하는 것이니 우리 과 검진팀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인데 일정이 촉박하기도 하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기도 하고, 휴가철이라 일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노선생이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기도 하여...... 하여간 괴롭다.   

 

  연구실에 돌아오니 진이 빠진다. 아유 덥고 졸려라. 그냥 집에 가야겠다. 논문 사독회신 독촉 메일 받은 지가 일주일이 넘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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