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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을 만났다.

* 뻐꾸기님의 [화학물질 건강장해 예방교육과 분임토의2] 에 관련된 글.

  오늘 마지막 교대조 교육을 했다. 많이 힘들었는데 전날 술을 좀 마셔서 몸이 무거운 탓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반응때문이기도 했다. '뭐 달라질 게 있겠냐 귀찮은데 왜 토론같은 것을 하라고 하냐' 이런 분위기.  



  3주간의 토론과정에서 작업자들은 이미 여러차례 회사에 요구했지만 해결안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체념과 냉소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해결방안도 알지만 돈때문에 안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안전보건문제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도록 상황을 잘 설명하는 정도인 것 같다.

 

  이 회사는 전에 경영진에게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대해서 브리핑을 한 적이 있는데 비교적 합리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대주주의 먼 친척이 공장장으로 있을 때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듯 하더니 아들로 바뀌고 나서 안전보건에도 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16명중 12건의 피부질환 발생, 속출하는 요통 환자,.....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공장장은 그동안 우리 팀에서 쓴 업무보고서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고온다습한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급기를 위한 시설공사를 할 예정이고 이동식 에어콘을 추가 구입 검토중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지붕을 막은 것은 작업자들의 오해와는 달리 공장안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었다. 예전보다 더 더운 것은 설비 가동률이 높아졌기 때문이고.

피부질환 발생공정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이 약 2억 정도 잡혀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는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의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 수준은 어떠한가?

 근골격계 질환 환자발생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이 회사는 얼마전 근로감독관이 다녀갔고 곧 작업개선명령이 떨어질 예정이다.

이유야 어쨌든 최고 경영자가 안전보건에 관심을 가져주니 뭔가 조금이라도 바뀌겠지.

 

  그런데 평소 열심히 하는 편인 보건관리담당자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ISO 14000을 따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보건문제로 이것 저것 해야 한다고 하니 짜증이 나나보다. 그리고 분임토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결국 그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흠...... 이럴 땐 나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쓴소리를 하고 다닐 수 밖에 없으니 반가와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돌아오는 길, 산업위생사 선생님이 오늘 하루종일 우리 팀이 욕먹은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 직업성 피부질환 D1(유소견자) 환자가 발생했던 사업장에 오늘 근로감독관이 나왔다고 그 회사 안전관리자가 소리를 질러가며 항의전화를 했고,  또 다른 회사 안전관리자는 '잘하고 있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 하여 따지고 거의 싸울뻔했다고 한다. 에궁, 피곤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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