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화학물질 건강장해 예방교육과 분임토의2

* 뻐꾸기님의 [화학물질 건강장해 예방 교육과 분임토의] 에 관련된 글.

  3교대 사업장이라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교육을 했다. 지난 주에 분임토의가 활성화 되지 못하여 이번엔 한 쪽 정도로 의견조사지를 만들어 갔고 우리 산업위생사 선생님과 내가 토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토의내용은 지난 주보다 좀 구체적이었고 그중 몇가지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었다. 



#1. AP 공정의 젊은 작업자들

     - 직업성 피부질환자중에 한명은 지금도 증상이 심해서 계속 치료받고 있다. 회사 안전관리자는 증상은 모두 좋아져서 종료된 사안이라고 했는데 다음주 방문때는 환자와 직접 면담을 하고 작업전환이나 요양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겠다.

      - 이 공정은 이 회사에서 가장 작업환경이 열악하지만 12시간 교대작업이라 돈을 좀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젋은 사람들이 주로 한다. 심한 반복작업으로 결절종 수술한 사람만 3명에 유기용제 노출이 심해 최근 병원치료를 한 피부질환 환자가 12명이다. 그래서 8시간 교대작업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중인데 작업자들은 결사 반대이다. 돈때문이다.

" 똑같은 돈 받고 누가 여기서 일하겠어요?"

" 건강과 행복도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 한 사람이 물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업환경측정결과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가 쓰는 화학물질로 인해 어떤 건강문제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단시간에 뭔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대의원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서 국소배기시설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해야 한다고 하자  대뜸 "우리 대의원 없는데요, 그리고 우리 노동조합 안 믿어요" 한다.

어휴, 이럴 땐 정말 할 말이 없다.

" 이 교육이 끝나면 여러분이 준 의견을 정리해서 경영진에게 내가 브리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작업환경개선은 외부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받아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마침 얼마전 근로감독관이 와서 몇가지 시정지시를 했으니 작업환경개선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으니 작업자들도 힘을 모아 요구해야 한다."

 

#2. 가공부서

 

  자리를 옮겨서 나이 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토론하는 데 끼어들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유, 우린 그저 덥지만 않으면 좋겠어" 밖에서 날아오는 곤충이 제품에 끼어들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 놓은 데다가 제품의 열기까지 더해져서 괴로운 것이다. 산업위생사 선생님은 온열작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습구흑구온도지수(WBGT) 25 도 정도 나와 그렇게까지 심한 것 같지는 않다고 해서 다시 들어보니 우리 팀이 측정한 것은 아주머니가 말한 제품이 나오는 출구쪽 작업은 아니었다.   

 

#3. 압연 토론결과 발표

 

- 압연유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하나 이는 주변환경을 무시한 것이다. 작업장 대기 온도가 하절기에 40도를 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D/B 브레이크 패드인 라이닝이 석면성분으로 인체에 매우 해로워 여러번 건의해도 개선되지 않음

- AR 120은 냄새가 독해 흡입시 구토증세가 발생하는데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별 다른 언급이 없음

 

#4. 공무, 창고 토론 결과 발표

 

- 목공부서는 톱밥분진 심하니 집진시설 설치 바람.

- 전기및 전기용접는 머리가 어지러움(전자파 때문 염려), 차단시설 설치 바람

- 기관은 보일러와 컴프레서 소음 아주 심하니 격리바람

 

#5. 직업병과 왕따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한 아저씨가 나와서 천식은 완치가 안되냐고 물었다. 이 회사에서 옛날에 TDI를 많이 썼던 시절 직업성 천식으로 산재요양했던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바로 그 분이었다. 작업전환했고 물질 사용을 거의 안하면서 괜찮았는데 최근 월 1회정도 간헐적으로 그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멀리서 날아오는 냄새만으로서 증상이 유발되어 다시 몇달 고생했다고 하셨다. 일단 그 작업이 있는 날은 휴가를 내기로 안전관리자와 이야기가 된 상태이다.

 

 그렇게 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저씨의 긴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천식이 발생하여 30군데 병원을 전전끝에(당시엔 직업병 운운하면 빨갱이라는 식이었음) 서울대 병원에서 업무관련성이라는 진단을 받고 1988년-1992년 4년간 산재요양을 하셨는데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천식이란 소인이 있는 사람만 걸리는 것이다. '원래 본인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생긴 일을 시끄럽게 하고 일도 안하고 돈받는다'는 동료들의 배척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젠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렇다. 직업병이 발생하면 일단 인원이 빠지고 다른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처음엔 동정을 하지만 삼일이상 가지 않는다. (아저씨는 '동정삼일'이라고 표현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왕따까지 당하면 정말 힘이 든다. 

 

마지막 정리발언을 할 때 직업병 문제는 누구나 생길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그 아저씨를 위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는지는 자신이 없다.

 

#6. 교육에 대한 평가

- 매우 도움이 되었다 14명, 도움이 되는 편이다 16명, 무응답 약 20명

- 토론이 활성화된 공정과 그렇지 않은 공정이 답변의 차이를 보였다.

- 부서의 화학물질 노출정도가 심한 경우 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변하는 경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