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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구 제조업체 작업장 순회점검

  언젠가 박노해가 쓴 시에 '키친아트'라는 주방기구 회사를 '죽음의 공장'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학생때 그 시를 읽었을 때는 분노가 컸었는데 막상 주방기구 제조업체에 가 보니 슬픔이 더 컸다. 키친아트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꽤 알려져 있는 편인 이 회사는 방문할 때 마다 부도나기 일보직전이다. 물건이 좀 잘 팔리면 세벽 세시까지 일하고 다음 날 아침 여덟시까지 출근하는 일이 반복되나 물량이 줄면 일자리가 없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곳이다. 실제로 2년전 두 개였던 공장을 하나로 줄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부서장 5명과 담당자를 모아놓고 한 삼십분 강의하고 토론을 했다.  국소배기시설이 없는 곳에서 노말헥산으로 제품을 닦는 공정에 대하여 덜 유해한 세척제로 대체하도록 권하자 가능한 일이니 검토해보겠다고 한 게 성과라면 성과이다.  뭐라도 하나 바뀔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아져서 작업장 순회점검을 시작했다.

 

 프레스 작업하는 아주머니의 의자에 등받이가 없는 게 마음에 걸려 허리는 아프지 않은 지 물어보자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앉아서 일한다고 뭐라고 하는 줄 알고. 등받이는 없어도 괜찮으니 마음 놓고 앉아서 일할 수 있기만 하면 좋겠단다.

 

 

 

  으윽, 연마공정 작업자가 방진마스크 없이 그냥 일한다. 담당자말로는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단다.  연마작업 직전과 직후(뿌옇게 발생하는 철분진)

노말헥산을 음료수병에 담아놓고 헝겊에 묻혀서 닦는다. 하루종일 닦기만 하니 팔꿈치가 아픈 게 제일 큰 문제이고 노말헥산 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다른 공정에 가보니 발란스3이라는 음료수병이 책상위에 있길래 뭐냐고 물어보니 방금전 교육에 참여했던 부서장이 웃으면서 자기 음료수라고 하며 집어 구석에 밀어넣는다. 알고보니 세척제였다. 원래는 그 옆에 있는 물통처럼 표시를 붙여놓았는데 자꾸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실수로 마실 수도 있으니 큰일난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용기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으니 사서 지급해달라"고 하자 시중에 나와있는 용기들은 유리제품인데 이 작업은 동작이 커서 깨질 염려가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 우리 산업위생사가 다른 용기를 알아보아주겠다고 했다는데 소식이 없다고 한다.  후유,  


 

이 작업은 불소가 발생하는 공정이라 환기는 잘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날씨가 궂지만 않으면 큰 문제 없다고 해서 이상해서 다시 확인해보니 배기시설은 달았으나 정화장치는 달려있지 않아 그냥 밖으로 빼는데 날씨가 안좋으면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온단다. 사진에 보이는 선풍기는 그럴 때 쓰는 것이다. 다시 내보내려고. 허걱.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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