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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회장과 함께 한 작업장 순회점검

뻐꾸기님의 [늘이기체조] 에 관련된 글.

 작년 가을부터 올 봄까지 노사합의하에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했던 곳에 보고서 제출 후 처음으로 방문했다. 상반기 방문때는 보건담당자가 우리 팀에게 마구 마구 화를 내서 진짜 가기 싫었다. 그가 화를 낸 이유는 내가 직업성 피부질환(니켈에 의한 알러지성 접촉 피부염)에 대해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냈는데 그 이후로 노동부 점검이 나와서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워낙 소심한 사람이라 동정이 가긴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서 왕 짜증이 났었다.


 안전점검 후 가동하기로 한 기계의 점검이 늦어져서 어떻게 기계 먼저 가동할 수 없겠냐 뭐 이런 논의를 하고 있었단다. 어쩐지 안전관리자가 상당히 다정한 태도이더라. 산안부장이 사복을 입고 있어 못 알아볼 정도로 멋있어 보여 한마디 했더니 '지금 쉬는 날인데 노조 일때문에 나왔다, 머리가 너무 너무 아파서 CT 찍으러 가려고 하던 참이다.' 궁시렁 궁시렁 댄다. 들어보니 허걱 뇌수막염으로 보인다. 일단 신경과 진료보고 한 일주일에서 열흘은 쉬어야 할 꺼라고 말하고 상담실로 직행. 

 

 반갑게 맞으면서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근골격계 검진결과 하지정맥류로 일반외과 진료를 보도록 했었는데 10월 초순에 수술예정이라며 좋아한다. 조장이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정밀검사받고 수술한다고 회사에서 뭐라고 했다고 일른다.

 

 건강상담 하는데 노조 부지회장이 왔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데 좀 동그랗게 변했다. 본인 말로는 머리를 기르니까 그렇다고 한다.

 

  안전관리자랑 말하기 싫어서 궁금해도 안 물어보고 꾹 참았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근골격계 환자에 대한 정밀검사는 이제야 완료되어 가고 다음 산안위에서 사후관리 논의 예정이란다. 8월까지 교섭하느라 우리 보고서는 아직 구경도 못했고 작업장 개선에 대해서는 논의 시작도 안했단다. 속출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해당 공정을 외주 줌으로써 해결(?) 되었다. 계속 말만 많았던 용접작업의 보호구에 대해서는 용접불빛(자외선)을 가릴 수 있는 포플린 소재의 얼굴 가리개와 고글옆 보조 렌즈를 자체 제작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권고했다.

 

 그리고 부지회장, 안전관리자, 간호사, 나 이렇게 넷이서 작업장 순회점검. 부지회장이 의논해온 사항.

 

#1. 유리섬유 노출 작업이 증설될 예정인데 이로 인한 접촉피부염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생각되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 해당공정의 국소배기시설은 노조에서 작업자들과 의논해서 아이디어를 짜내서 설치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한다. 안전관리자는 노조에서 안을 주는 대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부지회장 왈, "정말 미안해 죽겠어요, 내가 이거 해 봐서 알거든요. 이거 하면 너무 가려워서 다들 안하려고 해서 이젠 외국인 애들이 하거든요. 휴게실 없던 시절엔 걔네들은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유리섬유 담겨있던 박스 깔고 누워 쉬다가 벅벅 긁고 난리났었어요, 뭐 좋은 수가 없겠어요?"

 

 곧 있을 다음 산안위 안건으로 올리고 우리 병원 산업위생사에게 브리핑하도록 했다. 

 

#2. 제품안에 들어가는 세리믹과 바인더로 구성된 매트가 용접할 때 타면서 나는 연기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여 성분확인을 위해 품질관리실에 들렀는데 마침 매트 납품업체 직원을 연결해주었다. 아마도 바인더라는 본드와 유사한 성분이 녹으면서 나는 냄새로 추정. 자세한 것은 다시 물질안전보건자료및 연소시험 성적을 가지고 알아보기로 했다. 이런 경우 연소 생성물이 법정 168종의 유해인자에 해당하면 측정 및 특검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

 

 부지회장과 함께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니 이해가 잘 된다. 무뚝뚝한 산안부장은 거의 말이 없어서  힘들었는데......역시 사근사근한 남자가 함께 일하기도 좋다.

 

#3. 이번에 정밀검사하는 근골격계 환자중 노조간부가 한 명 있는데 경부 추간판 탈출증으로 과거 4개월간 산재요양한 적이 있다. 그가 요즘 거의 5분도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고 한다며 걱정을 토로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게 6개월전인데 그 때만 해도 괜찮았었는데 큰일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동료들도 맨날 아프다고 하는 사람 얼굴 보기 짜증나고 너만 아프냐 이런 분위기가 생긴다. 아픈 사람은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곧 검사결과 정리해서 다시 상담하러 올 예정이니 그 때 만나기로 하고 일단 안전관리자와 부지회장에게 아픈 사람이 비난받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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