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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삭유와 알레르기성 비염

  오늘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 유해인자가 소음과 절삭유(금속가공유)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105명 특수건강진단을 했다. 노선생이 노사합의하에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사업을 했던 회사라 말은 많이 들었는데 가 본 것은 처음이다.



  아예 의자를 옮겨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하는 수검자들을 보니 차라리 내가 그 소음에 익숙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명에 대한 재훈련 요법처럼 대뇌피질까지 대화소음이 도달하지 않도록 훈련을 하면 효과가 있을까?

 

   1. 절삭유 취급자중에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 호소자가 많았다. 거의 마지막 수검자였던 신임 노안부장은 우리도 **기업처럼 알레르기성 비염 역학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나한테 사측에 요구할 수 있도록 검진시 얻은 정보를 자료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미 특수건강진단이 진행중이니 그 결과를 지켜보라고 하자 무엇인가 미심쩍어하는 분위기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그동안 절삭유 취급작업이 많은 곳에서 흔한 호소였는데 개별 화학물질 성분별로 실시하는 특검에서 의사가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산안법은 사업주가 지켜야할 최저 기준을 제시한 것이므로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10월 개정 산안법이 절삭유를 유해인자로 추가하였으니 이젠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게다가 **기업 알레르기성 비염 역학조사는 대조군없이, 노출에 관한 평가없이 절삭유 취급자중 비염 환자 발견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더라도 해석상의 난점이 있을 것이고 대책수립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략 절삭유 취급자의 1/3 이상에서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눈 가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고 이미 증상이 심해서 수술을 한 사람도 있고 일년 중 몇달을 약을 달고 사는 사람도 서너명 되는 상황이니 뭔가를 해야겠지. 사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골치가 지근지근 아프다. 환자를 빼놓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 좀 그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2. 코 안쪽이 자꾸 헐어서 딱지가 진다는 사람이 있었다. 알레르기 관련 증상은 없었다. 비경으로 들여다 보니 헐긴 헐었다. 증상이 아주 심하다고 하면서 같은 공정의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역설을 했다. 들어보니 제품에 에어건을 쏠 때 절삭유가 날려서 코 안으로 상당량 들어가는 것 같다. 자극에 의한 비염이라...... 작업자는 심한 호소를 하지만 방진마스크는 낄 생각이 없다. 오늘은 바빠서 확인못했지만 다음 주 다른 교대조 검진때 해당공정을 보고 판단해보아야겠다. 그런데 그 사람 말고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1명밖에 없었다. 추가 확인 필요.

 

3. 한 수검자의 얼굴이 참으로 낯익었다. 어디서 보았을까? 아, 지역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보았다. 대의원 선거에 나오지 않았었냐 물어보니 그렇단다. 나도 당원이라 하니 혹시 반대표 2명중 하나 아니냐며 웃는다. 

 

4. 일시적 작업전환과 물리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근골격계 증상 호소자들이 대여섯명 되었다. 주된 진단명은 전형적인 어깨의 근막통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 등. 이런 업종은 한 조립라인에 여러 작업이 있고 순환하면서 일하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일시적 작업전환은 작업자 스스로 할 수가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사측에 어떤 조치를 요청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주노총 사업장에, 민주노동당 대의원이 2명이나 있는 곳인데......증상이 경미한 것일까?   

 

5. 조립라인의 세척작업은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이라 노출시간이 짧고 독성도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문진은 많이 생략했었는데, 한 수검자가 작년엔 유기화합물 요중 대사물 검사를 했는데 올해는 왜 안하냐고 묻는다. 올해 작업환경측정에서는 헵탄외에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적은 농도. 작년 검진결과를 보니 TCE 대사물 등 몇 가지를 검사했는데 거의 제로에 가까왔다. 물질변경은 없었다 하니 아마도 작년이든 올해든 유해인자 파악에 있어 뭔가 에러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땐 설명하기 곤란하다.

 

  유기용제 관련 증상도 서너개 호소하길래 노출정도에 대해서 확인해보니, 이 회사 통틀어서 하루종일 수세척만 하는 사람이 3명이 있는데 그가 바로 그 작업자였던 것이다. 그러게 잘 모르는 작업장에서 특수검진할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하는데 거의 100번째 수검자이다 보니 내 집중력의 한계근처에서 놓칠 뻔 했다. 그런데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그 3명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 다음주엔 다시 확인해야겠다.

 

6. 사람들이 궁금한 게 많은 작업장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나머지 100명을 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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