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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150명 규모의 프린터 부품 생산업체, 오랜만에 간다. 보건관리대행 의사방문 일정이 밀려서 지원차 나간 것이다. 지난 일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3년전에 작업환경이 진짜 황당 열악했을 때 작업중 실신사고가 두 세건이 발생했는데 원인이 규명되지 못했다.  용해로 뒷면에서 작업하던 이들이었으니 거기서 나오는 어떤 가스, 어쩌면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니었을까? 하여간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 금방 회복해서 나갔고 원인규명없이 흐지부지 되어 늘 찜찜했었다. 



  서울 천안 장시간 출퇴근에 지쳐 중소기업으로 이전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건전한 사고방식의 똑똑남이다. 그 과장이 나서서 그 용해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 뒤로 차근차근 작업환경이 개선되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제 그 과장은 승진해서 이 업무를 하지 않지만 역시 똑똑하고 성실한 담당자가 있어 든든하다. "요즘 노동부에서 공문이 많이 오네요. 작년에 외국인 산재 한 건 신청해서 그런건가, 하여간 담당자 안전교육 안 받으면 검찰 합동점검하러 온다는 공문이 와서 저 처음으로 외부교육받으러 가게 되었어요" 한다. 그녀는 이 업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외부에 전문적인 업무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다른 데도 이런 분위기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지난 보건관리대행일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담당 간호사가 꼼꼼하게 적은 보고서들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애환을 해결하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불편한 안전화의 개선, 안전사고방지를 위한 현장 기계의 개선, 적절한 보호구의 선정,.....

 

  사실 그동안 간호사들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요구사항은 고혈압, 당뇨병, 간장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를 착실하게 해 주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직업성 질환 관련 증상을 모니터 해서 보고하는 것 정도였다. 한 사람당 맡은 사업장이 사십개에 달하니 그 이상을 바라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다. 건강상담하기도 바쁜데 언제 현장 돌아볼 시간이 있겠냐 하는 것이었다.  

 

  기대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괄목상대, 일취월장이란 이런 때 쓰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특하고 이쁘고 그랬다. '잘 키운 간호사, 열 전공의 안 부럽다'. 하산해도 되겠다. 오전의 검진피로가 싹 가신다.


  열심히 일하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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