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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공장 검사작업의 개선방안

* 이 글은 뻐꾸기님의 [어떤 변화]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실공장에서 건강상담을 하는 데 노조위원장이 일착으로 나타났다. 그에겐 비만과 과음이외의 특별한 문제는 없는데 업무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일착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지 점검차원인 것 같다. 그에게 이따가 작업장 순회점검할 때 입회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검사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모두 다리가 붓고, 오른쪽 무릎이 아프고, 손이 붓고 손가락이 아파서 밤에 자다가 자주 깬다고들 한다. 지난 번에 검진할 때 전 노동자를 대상으로 증상조사와 진찰을 해서 환자를 발견해서 알려주었는데 회사는 치료를 해주지 않았고 작업환경도 나아진 게 별로 없다.  회사는 나름대로 노력하여 손목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대를 주었다고 한다. 내가 주라고 한 것은 아대가 아닌 손목 부목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안전매트와 정맥류예방용 스타킹이었는데 그건 안 주었다고 한다.  아대는 칠천원, 손목부목은 삼원원쯤, 스타킹은 사오만원, 매트는 한 장당 천만원까지 하는 것도 있다.  건강상담이 끝나고 작업장에 가서 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회사측 담당자와 함께 작업장에 갔다. 노조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사측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함께 문제의 검사작업을 보았다.  4.5Kg이상의 실뭉치가 72개씩 대차에 실려 오면 그걸 빼서 검사하고 다시 꽂았다가 대차를 끌고 이동하여 다시 꺼내어 비닐 포장하여 박스에 넣는 일이었다. 많이 하면 하루에 1700개씩 하는데 한 실뭉치를 두세번이상 다루게 되므로 상당히 반복성이 높은데다가 문제는 실에 손이 닿으면 안되기 때문에 손을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대차는 6단인데 아래 2단에서 제품을 꺼내려면 심하게 허리를 굽혀야 하고 손의 자세도 더 극단적이 되어 손가락 힘만 이용해서 들어야 한다.  아 , 사람들의 증상이 이해가 된다.  내가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내 근력으로는 한 손으로 제품을 들 수도 없었고 실에 손이 닿아서 제품만 버렸다. 제품을 만질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에 했어야 하는데,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하다가 그런 것. 프로답지 못한 나의 태도에 조금 부끄러웠다.

  

이 작업은 손의 힘을 줄이기 위한 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지급한 도구는 더 힘이 들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사진은 우리 지역의 영세사업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공학 교수에게 이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로 하여 찍은 것이다. 

사측 담당자는 이 작업의 궁극적인 대안은 자동화이며 그건 인원도 줄일 수 있어 좋은 방법이라고 했고, 노조위원장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허리의 반복적인 굽힙 작업으로 허리가 아프고 왼쪽 다리로 지탱하므로 무릎이 아프고 왼쪽 팔로 제품을 든 상태에서 오른쪽 손으로 실을 감으니까 왼쪽 어깨와 오른쪽 손목이 아프다. 작업자들이 제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허리부담이었다.

일단 대차의 아래 2단을 쓰지 않도록 했다. 그러려면 제품을 한 박스를 하기 위해서 대차를 2대씩 끌고 다녀야 하므로 작업자들이 더 피로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은 대차의 사면에 실뭉치를 꽂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일단 밑의 2단을 사용하지 않고 그것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음 단계로 시범제작하여 써보기로 했다.  

 

이 작업에 대하여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보호장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고

큰 돈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큰 기계가 실을 감으면 이를 대차에 꽂는 작업이다. 검사 전단계의 작업인데 역시 허리를 반복적으로 숙이는 일이 힘들고 손목에도 부담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8시간 3교대인데 이 사람은 이주노동자이므로 12시간 맞교대를 한다는 점이다. 로레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큰 기계사이에서 일할 때는 더 작아보이는 이 아가씨는 지난 봄에 손목의 건염이 심했는데 지금은 안 아프다고 한다.  그녀가 작업에 익숙해 진 것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작업자들은 노사가 우리와 함께 순회점검을 한다는 사실자체에 매우 고무되었다. 이번에는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 노조위원장은 일단 그들의 고충에 대한 나의 학문적 뒷받침(?)에 대해 만족했다. 사실 내 의견의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이미 회사측에 요구했었던 것이었다. 문제는 소통과 힘!  회사측은 다음에 오면 몇가지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업장 개선의 원칙은 가능한 것부터 하고, 하나를 바꾸어서 효과가 있으면 큰 돈 들어가는 개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번 아대지급에 대해서 칭찬을 하고 격려를 해 주었다. 

나도 기대를 해보아야겠다. 

쬐끔 뿌듯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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