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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지나간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보다 느긋하게 7시 반에 집을 나서 검진장소에 바로 도착해서 별 부담없는 일반검진만 백명 남짓했고, 그 회사에서 점심먹고 병원에 복귀하니 2시, 전공의 지원자 만나서 입사전 준비사항 설명하고 특검판정하고 교양과목 성적처리하고  기타 잡일 몇 건 처리하고 나니 퇴근시간. 



#1. 엑스레이 기계가 고장이라고 하여 수검자들마다 나한테 물어보는 통에 괴로왔음. 의공학과 직원이 출장나와 확인했는데 그 차 타고 들어오면서 들은 얘기로는 지난 여름에 밧데리를 새로 교체했기 때문에 장비문제일 가능성은 적음. 즉  충분히 예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다루는 것에 문제가 있을 것임.   

 

 그가 한 말. "사람들은 멀쩡하던 기계가 어느날 갑자기 고장났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런 일은 있기 어려워요. 숙련된 인력이 섬세하게 다룬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들도 많아요. 아주 사소하게는 장비를 이동하면서 가장 충격을 덜 받게 하는 작업습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렇군. 사람만 그런 게 아니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차에서 내림

 

#2.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과 약물 알레르기가 있었던 젊은 남자가 알루미늄분진 취급 3년째 특수검진에서 입사 수개월째부터 발생한 숨가쁨에 대한 평가 결과 천식을 진단되었다. 05년 특검에서 폐기능 검사상 경도 폐쇄성 폐질환 양상이었는데 올해는 더 떨어졌기에 시행한 검사결과이다.

 

  알루미늄이 천식을 유발하는가? 책을 보니 알루미늄 제련공정에서 발생한 천식이 알루미늄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폐섬유화, 폐쇄성 폐질환 등도 유발가능. 본인과 통화하고 업무관련성 평가및 작업전환 필요성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고, 천식외 다른 직업성 폐질환 가능성에 대하여 호흡기 내과 컨설트를 냈다.

 

  담당간호사한테 내용설명하고 처리당부하자, 사측 담당자가 우리 병원이 돈 많이 벌려고 검사많이 한다고 투덜대었다고 전한다. 의학적 검사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그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이나 매우 귀찮은 일이고 내가 그거 더 한다고 인센티브 더 받는 것 도 아닌데 왜 하겠냐? 필요하니까 하지. 그래, 그런 투덜거림 들으면서 많이들 피곤하겠지.

 

  그런데 그걸 꼭 나한테 꼬박꼬박 전달해야 하나?  나한테 전달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런 건 적당히 필터링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한테 뭘 바라고 그렇게 꼬박 꼬박 전달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위로? 글쎄.....

 

#3. 판정하다보니 원내로 들어온 특검환자중 MDI 취급자 2명, 출장나가서 검진한 MEK 취급자 2명이 지난 번 보다 폐기능이 저하되었더라. 정상범위안에 있는 사람도 있고 비정상인 사람도 있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폐기능 검사를 과거검사와 비교판정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과거 검사결과 없이 그냥 판정하라고 챠트를 올렸었다. 잔소리도 한 두번이지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하고 다시 기록찾아서 올리라 하고 나서 이런 결과를 목도하니 그래, 앞으로도 힘들어도 빼먹지 말고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겠지? 

 

#4. 오늘부터 검진시 혈압잴 때 좌우 양측 재고, 높은 쪽 한 번 더 재는 것으로 바꾸었다. 5분 앉아서 대기하고 재는 것만으론 그 엄청난 위양성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더라. 이런 것 하나 하나가 다 직원들 부담이지만 고혈압도 아닌 데 부정확한 혈압측정때문에 쓸데 없이 걱정끼치는 일이나 원래 검진하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이니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신경안쓰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은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에이, 괴로운 이야기는 그만 쓰고 식물들 물 주고 집에 가야겠다. 내일은 하루종일 연구실을 비우니 깜빡 하면 금새 시들어버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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