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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4] 경주에서 울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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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 백두대간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전문가에 물어보기로 했다. 청주 밀레점 사장님에게 장기 산행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양반 왈 "첨 열흘 동안은 온몸이 죽을 것 같을 거다. 지나면 익숙해져 고통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20일이 지나면 내 가고 싶은데로 갈수 있다"고... 그말을 믿었다.


그런데... 내가 걷다보니 정말이지 보름동안은 죽을 거 같았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발바닥이 불이 나서다. 뜨끈뜨끈 열나고, 온 발바닥이 물집 천지가 된다. 새끼발가락은 짓눌려 제일 힘들었다. 보름동안 물집에 바느질하랴, 굳은살 도려내랴, 발 바닥 꺼풀을 대여섯번을 벗겨냈다. 정말 그 고통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럼 지금은? 누군 신선놀음이라 하는데... 글쎄. 발바닥은 돌덩이다. 굳은살이 전체적으로 다 잡혔다. 절대 굳은살 떼 내지 않는다. 왜냐? 떼어내면 이틀정도는 또다시 고통속에 헤멘다.


그럼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발바박과 발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스트레칭 해주어야 움직인다. 첫걸음은 죽음이다. 10분정도 걷다보면 워밍업이 되어 몸이 익숙해 진다. 이 상태가 2-3시까지는 간다. 그이후는 아주 골고루다. 뼈와 근육이 고통을 배가시키는데 이놈들 돌아가면서 아프다. 엄지발가락 뼈가 아프다가 뒷꿈치 신경이 곤두서다, 가운데 근육이 당겨 끔찍하다, 발목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도 하다. 매일 저녁 발바닥과 발목에 파스를 부치고 잔다.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왜 이 짓을 하는지? 첨엔 백두대간과 해외여행을 가지 못함에 대한 보상심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넘 좋은 것들이 많다. 걷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느껴지고,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내가 나를 이기고 있다는 것. 그 고통을 정말 매일매일 힘겹게 이겨내고 있다는 것. 그속에서 내가 김용직인것을 느낀다는 것. 내가 원하는 세상도 이런 끔찍한 고통없이는 올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6월 4일 경주에서 포항시내까지 (32km)

분명히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 않온다. 젠장 비 핑계로 좀 더 쉴려고 했더니...
가야지 어쩌나. 오늘 예보는 오후부터 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 믿어보자. 비 내릴 것에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한다.

일단 시내를 빠져나가야 한다. 한적한 강변도로로 빠져 나온다. 숙소가 관광지가 밀집한 남동부 이다 보니 시내는 거의 보지 못하고 간다. 내내 외곽도로를 따라 간다. 형산강을 따라 새로난 길을 따라 간다. 용강이란다. 현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다. 친구놈이 이 회사에 있는데... 문자 한번 날려본다. 잘지내냐고... 근데 문자 씹혔다. 나쁜 놈. 바쁜가?


길이 끊겼다. 이런... 마침 운동 나오신 분이 계셔서 묻는다. 이길 갈수 있냐고? 차는 못 가지만 사람은 갈 수 있단다. 그러면서 내 차림을 보고 천북으로 빠져 가란다. 그쪽이 차도 없고 한적하니 걷기 좋다고. 참 좋은 양반이다. 사람만 갈수 있는 길을 간다. 공사 중인 길을 가는 것 참 좋다. 아무도 없는 길을 간다.ㅎㅎ
천북. 요 조그만 동네에 보신탕집이 왜이리 많나? 보신탕. 그래 보신 좀 하고 가자. 5000원 이란다. 8000원 받고 고기를 많이 넣어 주던지 너무한다. 고기는 거의 없다. 걸죽한 국물에 만족한다.

 

또다시 갓길없는 위험한 길이다. 역시나 오늘도 레미콘 차량이 2-3분에 한대씩 지나간다. 풀섶으로 숨기를 반복하며 간다. 차가 없다고 했는데...
화산리. 경주시에서 인정한 한우마을이란다. 그런데 영 별로다. 10여채가 한우 구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정읍의 산외마을과는 천지차이다. 산외마을에서 정말 첨으로 한우고기를 배터지도록 먹고 남겼다. 정말 끔찍히 행복한 경험였다. 그런데 여긴 아니다.
어! 화산에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라면 숭산에 있어야 하는데... 좀 그렇다. 부처님을 모시는 절이름이 뭔들 상관있겠나 그렇지만 소림사는...

 

이미 농촌은 모내기를 다 끝내고 좀 한가해 진것 같다. 편해진 농촌모습에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발이 아파 쉬는데 고등학생 여자 아이들 둘이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젠장!

4차선 아시안 고속도로(?)를 피해, 터널을 피해 외곽길로 빠진다. 참 이쁜길이다. 더욱이 인도와 자전거 길이따로 있다. 어 아직도 유채꽃이 남아있다. 포항이다. 철의 도시 포항. 즐비한 화물차들이 엄청난 두께의 철판들을 실어나른다. 10cm가까이 되는 철판도 있다. 화물차의 폭조차 넘어선 어마어마 한 철판이다. 저기에 깔리면? 끔찍하다.

 

포항까지 8km. 도로표지판에 있는 거리표지는 내가 걸어본 바로는 짐작이지만 시청, 읍사무소, 면사무소까지의 거리 인것 같다. 이미 포항으로 들어왔는데 8km라니... 숙소를 찾아야지. 숙소는 터미널 근처가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다. 5시 다행히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이 근처란다. 표지판에 호미곳 30km가 쓰여있다. 애석하게도 도저히 못간다. 후진을 할수 없는데... 30km면 이틀을 소비해야 한다.

이런... 도보여행을 하다보니 모든게 나에게 맞춰져 있다. 4km면 한시간, 30km면 하루 종일. 그런데... 차로는 불과 30분 거리다. 맞다. 정신차리자. 언제 포항이라는 도시에 오겠나? 그래 가보자. 도보는 여기 터미널을 기점으로 찍어 놓고 호미곳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해 갔다오자. 시내버스를 탄다. 직접가는 차가 없어 구룡포까지 가서 갈아탄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정도야 뭐... 그런데 호미곳에 도착하니 폭우로 변한다. 기사 아저씨 왈 "여가 호미곳인데 내릴라요?" 젠장 엄두가 안난다. 호미곳까지 가서 빈손으로 돌아온다.

정말 억울하다. 그 예의 호미곳 손도 못보고 철수한다. 정말 장대비가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여관까지 불과 1-2분인데 흠뻑 젖었다.


6월 5일 포항에서 칠포항까지 (19.6km)

분명히 출발할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출발하고 딱 5분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여관에 좀더 누워있는건데... 어쩌나 일단 배낭 레인커버를 씌우고 나도 우의를 꺼내 입는다. 남들 다 우산쓰고 가는데 나만 청승이다. 그래도 시내라서 좀 괜찮다. 횡단보도를 걸으니 차에서 튀는 물은 없다. 가는데 까지 가본다. 죽도시장을 지난다. 물회를 먹어야 하는데 10시밖에 않되서 그냥 지나친다. 유람선 선착장이다. 에구 오늘 비만 안왔어도 울릉도 가는 건데...

 

급히 전화가 온다. 홈페이지가 말을 않듣는다고... 에구 나와 있는 나한테 어쩌라구. 비가 거세진다. 일단 피난가자. PC방으로 피난가서 홈페이지 건도 손보고... 시간을 좀 번다. 비가 좀 그쳤다. 다시 간다. 제길 포항 1대학쯤 가는데 또 비가 온다. 이놈의 비 지랄이다. 피할 데도 없다. 그냥 간다. 다시 갠다. 제발 이제 그만....

배가 고프다. 그래 물회 한번 먹어보자. 약간은 허름한 식당이다. 물회를 시켰다. 첨 먹어본다. 엥? 회덮밥이자너? 그래도 맛있다. 아! 물회가 이런거구나. 그냥 회덮밥하지 물회라고 해서 헷갈리게...
그런데 아니란다. 잘못 먹었단다. 육수에 회가 말아져서 나오는 거란다. 에구...

 

영일만이란다. 그래 노래에도 나오니 한번 가보자.
정말 가슴이 떨려 죽을 것 같았다. 비가 그친 영일만은 동해바다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무 하나 없는 수평선에 거센 파도는 정말이지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동해가 이런 모습도 보이는구나.
그런데 곧바로 현대중공업 공장이다. 포항에도 공장을... 이곳엔 과연 정규직이 몇 %나 될까? 짐작컨데 이런 곳의 경우 30%도 채 넘지 않을 것이다.

 

포항... 서서히 해병대 군인들이 보인다. 병장 두놈이 이등병 한놈 데리고 놀구 있다. 에구... 예나 지금이나.
아. 어제 예의 그 해병대 출신이 전화를 했다. 새벽 4시에 술한잔 걸쳤다며...  포항이라니까 죽도가서 물회먹고 중앙대(?)가서 회포풀라고? 뭐나 이거. 하여간 해병대는 공수나 타 군인과는 달리 이곳 포항에서 유일하게 신병교육을 받는단다. 그래서 단합이 잘 된단다. 무조건 신병교육대 기수다.

 

어거지로 간다. 오늘의 목표 칠포 해수욕장. 엥... 여관이 없다. 죽었다. 항구까지 가보자. 다행히 항구에 여관이 있다. 앞집에 물회집이 있다. 다시 물회를 시킨다. 점심때와 똑같은 회덮밥이다. 물으니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단다. 이동네는 이렇게 한단다. 그럼 먹을 수 밖에... 근데 맛있다.


6월 6일 칠포항에서 영덕 강구항까지 (32.4km)

새벽 5시 30분. 차임벨이 울린다. 꿈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장입니다. 오늘은 6월 6일 현충일입니다. 생업에 바쁘시더라도 꼭 국기는 조기로 게양하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우와 미치겠다. 계속 방송한다. 그러더니 다시 잠들라 하는데 6시 "마늘 사세요. 마늘. 올해 수확한 싱싱한 마늘이 왔습니다" 마늘차가 10여분을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그래 다 일하는데 놀러(?) 나온 내가 잘못이다.

 

다시 걷는다. 오늘은 대게의 고장 영덕 강구항이다. 대게를 먹을 욕심에 발걸음도 가볍다. 잠시 가니 사방기념관이란다. 뭐나? 박정희 때 만든거라는데... 박정희식 녹화사업인가? 하여간 그 큰산에 인형들로 해서 숲을 만드는 과정을 형상화 해놨다. 뭔 필요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 오늘부터 연휴다. 큰일났다. 연휴면 죽음이다. 숙소 가격부터 도로 붐비는 것까지... 올해는 유난히 연휴가 많은 것 같다. 우씨.
바닷가를 따라 팬션과 횟집이 줄을 잇고 있다. 평일이면 텅텅 비었을 이곳이 오늘은 그런데로 사람냄새가 난다. 사이사이 송림사이로 가족들이 나와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잠시 쉬며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왠 노인이 슬그머니 앉는다. 내 모양을 보더니 묻는다. "나도 저 스쿠터 타고 전국일주 할라 하는데... 한 100만원 정도면 되나? 잠은 농촌 할애비 들 틈에서 자구" 에구 할아버지 용감도 하셔라. 그런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 할 수도 있고... 스쿠터니 하루에 2-300km도 갈 수도 있고 그럼 한 일주일이면 되고... 그렇지 않고 여기 저기 정말 구석 구석 돌려면 최소 한달은 걸리는데 그럼 절대 부족하고... 70세 이시란다. 워낙에는 밀양사람인데 91년 장마에 월포에 갇혀 그냥 눌러 앉았다고 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약초도 재배해 보고, 약장수도 해보고, 물질도 해보고 이제는 할 게 없으시단다. 스쿠터는 위험하다고 하니 "더 살아 봤자 얼마나 산다고..." 여한이 없으시단다. 건강히 꼭 전국일주 하세요. "젊었을때 잘 놀고, 잘 싸고 다녀" 엥?

 

경보화석박물관이란다. 뭔 휴게소도 아니고. 한번 들어가 볼라했더니 4000원이란다. 개인이 운영한다는데 나오는 사람이 '에구 돈 아까와' 해서 그냥 음료수만 먹고 나왔다. 그런데 그게 아녔나 보다. 내가 무심코 앉았던 의자 조차도 1억년된 규화목이란다. 담엔 꼭 한번 들러 봐야지.


三思 해상공원. 인근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원인데 참 잘해놨다. 경상북도라는 행정구역이 만들어 진지 100년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경북대종은 에밀레종을 본떠 만든 것 같다. 좀 창의적으로 놀지. 사람들이... 공원에서 보이는 강구항은 한폭의 그림이다.

대한민국 대게의 총 집결지. 강구항. 들어서면서 부터 온통 대게다. 일단 지친몸을 이끌고 민박부터 찾는다. 오늘은 연휴 장난아니다. 모텔은 7-8만원이다. 조그만 민박과 식당을 같이 하는 집이다. 다행이다. 민박을 2만 5천원에 하잖다. 식사는 물론 대게. 그런데 영덕 대게는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5월 31일 부로 대게 잡이가 종료되었단다. 그래서 더욱 비싸 단다. 일단 자식놈 이러구 있는데... 엄마 생각이 나고, 조카놈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 영덕대게는 가족에게, 나는 러시아 대게로... 1만5천원짜리 하나를 시켰더니 아주머니 이거 가지고는 부족한데 하신다. 됐다고 씻고 내려오니 웬걸 두마리를 내놓으신다. 이런 감사할데가...

 

 

6월 7일 강구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 (30.9km)

아침 일찍 택배를 부르려니 연휴라 않된단다. 아주머니를 믿고 예약을 한다. 8만원 이라는 영덕대게를 깍고 깍고 힘들게 절충을 했다. 이놈들 구별하는 법. 우선 공인 영덕대게는 일정 크기 이상이 되어야 한다. 머리가 손바닥닥을 다 핀 것 보다 크다. 대나무 '대'자의 대게이다보니 다리도 갈색에 쭉빵이다. 다 귀찮으면 오른쪽 집게 손가락을 보면 된다. 초록색으로 영덕대게라는 인증플라스틱이 붙어있다.

길을 잘못들었다. 강구항 쪽으로 빠졌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국도변으로 빠져 버렸다. 다행히 멀지 않아 제길을 찾았지만 그덕에 2km정도를, 그것도 산길로 돌았다. 그러나 화옹지마라고 눈앞에 신선도가 펼쳐졌다. 산속에서 바라보는 바다. 아니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구분이 않된다. 그림이다.


잠시 쉬고 있는데 뒤에서 간단한 배낭에 등산복차림의 중년 남성 셋이 털털거리며 올라온다. 어 뚜벅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자신들은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간단다. 구간을 끊어 가고 있단다. 오늘은 강구에서 축산까지 간다고... 그런데 성질급한 일행 한분 때문에 말도 못나누고 헤어져 버렸다. 축산이면 20km 정도? 에구 그거 갈라구 그리 바삐 서두르시나? 난 거기서 10km를 더 가야 하는데...

영덕 해맞이 공원이다. 세명의 일행은 그 언덕에서 추월해 버렸다. 그 아저씨가 얄미워서 기를 팍 죽여버렸다. 그런데 정말 감탄사다. 이럴수가... 이런 해변이? 눈이 확뜨인다.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다. 이게 동해의 새로운 모습이구나. 정말 경치가 죽여주는 길이다. 강구항에서 20번 지방도 꼭 타봐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최고다. 그런데 뚜벅이는 죽음이다. 오르락 내리락을 쉬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힌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뱀이다. 재빨리 도망가는 바람에 머리를 못봤다. 뭐 율무기겠지 하며 안심을 해본다. 그런데 바로 앞에 도로 한가운데 비참하게 짖이겨져 있다. 길 옆으로 치워 주려 해도 차가 워낙 쌩쌩달려 포기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놈인가 보다. 숲에나 있지 왜 아스팔트로 기어나와서는...

 

신돌석장군. 구한말 평민출신의 항일 유격대장. 양반들의 괄시와 비열한 술수로 항일운동에서도 계급 사회를 뼈져리게 느끼고,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다 뜻을 못이룬 그이가 이곳 영덕 출신이란다. 올해가 돌아가신지 100주년이란다. 그런데 그 유적지 이정표를 못찾겠다. 돌아가셔서도 괄시를 받는구나 하니 짜증이 제대로 난다. 그러다 보니 정말 파죽이 되는 것 같다. 어거지로 몸을 끌고 간다. 대진항. 숙소가 없다. 대진해수욕장. 최악의 민박집을 잡는다. 아껴야 산다.

 

 

6월 8일 대진해수욕장에서 울진 기성면까지 (30.5km)

대진해수욕장은 고래불해수욕장과 붙어있다. 내 아침 걸음으로 1시간. 약 6km정도되는 백사장이 이어져 있다. 자칭 해양수산부 지정 최고로 아름다운 해수욕장 이란다. 글쌔 최대인지는 모르지만 최고는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숙소 같은 게 거의 전무하다. 당일치기로 근처에서 왔다가기는 딱 이겠다.

 

병곡을 지나면서는 4차선 확장공사로 길이 장난이 아니다. 울진까지 이럴 것 같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니 빨리 가야 한다.
변변한 쉴곳도 없다. 에구 전망좋은 바닷가에 설치된 원두막에 다다른다. 신발을 벗고 여장을 푸니 전라도 사투리 푸짐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늘을 찾아 온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엉덩이를 미시는데 잠시 사이 내 공간은 없어지고 할머니들의 천지가 되었다. 인절미 먹으며 쉬었다가라는데... 이거 쉴 수가 있다. 인절미 한첨 집어 먹고 쉬지도 못하고 간다. 에구.

 

후포면이란다. 꽤 큰 면소재지다. 평해 단오제란다. 온동네가 축제로 텅비어 있다. 건너 다리밑에선 단오제에 맞게 그네에 윶놀이가 한창인가 보다. 그냥 지나 친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학생처럼 보이는 자전거 족 2명이 나를 보더니 엄청 기뻐한다. 그러면서 태안부터 왔다니까 "어! 더 짱이다." 이러면서 지나 간다. 그럼 앞에도 '덜 짱'인 뚜벅이족이 있다는 말인데? 누굴까?


길이 쭉 뻗은 도로인데... 앞에서 오는 차들이 쌍라이트를 켠다. 나한테 인사라도 하는 건가? 아... 저 멀리 '날지 못하는 새'가 숨어있다. 아직도 이런 좋은 운전습관이 남아 있다니... 초보운전자들 건너 차선에서 오는 차들, 특히 화물차가 라이트를 반짝이면 머지 않은 곳에 '앙선 침범' 또는 '과속'을 단속하는 경찰이 있다는 말이니 급히 제동을 하길... 이런 좋은 습관은 쭉 이어져야 한다.
요즘 앞유리에 썬팅을 한 차들이 부쩍 늘었다. 첨 뚜벅이를 할때 하루에 한두대 꼴로 보이던 차들이 요즘은 20여대가 넘는다. 특히 연휴때는 심심치 않게 본다. 야간운전에 시야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핸드폰 하다가, 안전벨트를 않맸다가 걸리진 않겠다. 나도 해야 겠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때 맞춰 모텔이 나타난다. '그림같은 집'인데 엥 흥정도 하기전에 2만원 이란다. 이런 싱거울 수가... 막 농사를 짓고 들어 오시나 보다.


6월 9일 기성에서 울진읍까지 (29.7km)

비갠후 맑고 시원한 길을 간다. 요즘 비 참 많이 온다. 내일 모래도 내린다는데 가는 길에 방해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음날 아침은 너무나 상쾌하다.
울진은 대게잡이가 영덕에 버금가지만 명성을 빼앗겨 그 명성을 찾아오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는 가 보다. 여기 저기 울진 대게가 원조라는 표시를 많이들 내고 있다. 뭐 어디가 원조면 어떤가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비 갠후 상쾌한 기분이 한결 더 업되었다.
기성면 망양휴게소에 들었다. 국수집과 편의점을 같이 하는 아주머니 내 행색을 보더니 의자를 내주며 앉으란다. 그러면서 얼음물부터 마시란다. 이런 감사할 데가... 그러더니 내 물통도 얼음물로 채우라더니... 잠시 건너편으로 간다. 국수그릇 가득 각얼음을 떠오신다. 내 물통을 비우고 얼음을 가득채우고 시원한 물을 꽉꽉 눌러 주신다. 이런 감사할 데가...
세상은 퍽퍽하지만은 않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도움 어찌 갚아야 할꼬? 다시 상쾌하게 길을 떠난다.

 

덕신을 지나며 얼른 지방도로 갈아탄다. 820번 지방도. 표지판엔 817번으로 되어 있는데... 이 도로 꼭 한번 가봐라. 여름에 텐트 한동 둘러 매고, 아니면 그냥 연인끼리 민박집으로...
포카리 스웨트 광고던가? 그 바다는 저리 가라. 눈앞에 펼쳐진 쪽빛 바다는 눈이 시리다. 굳이 해수욕장이란 푯말이 필요없다. 뭐라 표현 할 수 가 없다. 직접 보는 수 밖에... 수심도 그리 깊지 않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튜브 하나 매고 뛰어들고 싶다.
올 여름 꼭 애인하고 한번 와봐야 겠다. 텐트 하나 메고...

 

애국가에 나온다는 촛대바위를 지나 거북바위까지 이쁜 바다에 흉물스런 철조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지금 시대에 이런 철조망이라니... 어서 좀 걷어 치워라.
관동팔경 중 가장 경치가 아름답다는 망양정이다.  그런데 가는 길에 까마귀들이 난리다. 왜그런가 했더니 산길에 새끼 한마리가 떨어져 있다. 내가 올려 줄수도 없고, 일단은 재빨리 지나 망양정에 올라 구경을 한다. 그리곤 내려와 동네분들에게 말씀드린다. 119를 부르네, 누구누구가 나무를 잘타네 이야기 꽃이 핀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영덕으로 직접들어갈까? 성류굴을 보구 갈까? 울진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성류굴을 지나칠 순 없다. 4-5km정도 무리를 하는 건데 어차피 오늘 그리 많은 거리를 걷지 않았으니 가자. 삼국시대부터 수도승들의 도량으로 임진왜란 등 전란시에는 피난처로... 그 안에는 다섯개의 호수가 있는데 물고기가 산다고 한다. 사람하나 간신히 들어가는 입구에 이어진 50만개의 종류석, 석순, 석주로 이어지는 그 엄청난 동굴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쉬운 것은 이런 저런 표지판을 내건게 영 눈에 거슬른다. 힘들지만 온 보람은 있다.

 

 비온 뒤 새로운 모습의 동해. 영일만 

 칠포항의 야경

 화석 박물관. 1억년이 넘는 화석이란다.

 삼사공원에서 바라본 강구항. 국내 최대의 대게항이다.

 우리도 모르는 뚜벅이들이 전국을 헤메이고 있다.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본 동해안. 당장 뛰어 들고 싶다.

 영덕 해맞이 공원. 게 다리가 등대를 휘감고 있다.

 울진 초입에서 바라본 동해안

 저게 동해안이다. 바닥이 다 들여다 보인다. 울진 들어가는 820번 도로 꼭 가봐라.

 거북바위란다. 정말 거북이다.

 망양정 가는 길에 떨어진 까마귀 새끼. 저놈 때문에 망양정 가는길이 부모들의 훼방으로 어렵다.

 관동팔경중 으뜸이라는 망양정에서 바라본 동해안

 다 안다. 울진의 성류굴. 한번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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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22:04 2008/06/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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